‘내란 수괴’ 탄핵 선고 지연과 사법적 책임 회피… 민주주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2025년 3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역사적 시험대 위에 서 있다. 사진=2025 03.24 헌법재판소 헌재 재판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2025년 3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역사적 시험대 위에 서 있다. 사진=2025 03.24 헌법재판소 헌재 재판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2025년 3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역사적 시험대 위에 서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의 변론이 마무리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헌재는 선고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다. 변론 종결 이후 30일을 훌쩍 넘긴 시점, 이 지연은 단순한 절차적 정비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위기와 맞닿아 있는 법치의 정지 상태로 해석되고 있다.

이 침묵은 단순한 시간의 문제를 넘어, 헌법재판소가 헌정수호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깊은 의심을 낳는다. 지금 국민은 ‘헌법의 최종 해석 기관’이라는 헌재의 존재론적 정당성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무한 연기되는 심판, 기능 정지된 헌정 체계

법철학자 구스타프 라드브루흐(Gustav Radbruch)의 말처럼, 정의가 기한 없이 지연될 때 그것은 더 이상 정의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내란 및 헌정질서 파괴’ 혐의에 대한 탄핵심판은 단지 개인의 정치적 운명을 다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 권력의 한계와 책임, 그리고 헌법의 구속력을 재확인하는 헌정적 사건이다.

그러나 지금 헌재는 심판을 유예하고 있다. 국민은 판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헌재는 침묵으로 응답하고 있다. 선고 지연은 헌법기관 간 권력 견제 기능이 정지되었음을 방증하며, 이는 곧 입헌주의의 기초를 흔드는 일이다.

국민 신뢰 하락… 헌법재판소의 권위는 어디로 향하는가

3월 마지막 주 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헌재의 탄핵 심판 과정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한 주 사이 7% 가까이 하락했다. 이 수치는 단지 변동의 차원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다. 헌법재판소가 존재할 수 있는 제도적 정당성은 바로 이 신뢰 위에 세워져 있다.

사법기관은 그 권위를 스스로 창출하지 않는다. 그것은 국민이 부여한 정치적 위임이며, 공적 책임이다. 헌재가 법률적 숙고를 넘어서 정무적 고려로 중심을 이동한다면, 헌법재판소는 더 이상 중립적 기관이 아닌 정치적 침묵의 조력자로 전락하게 된다.

‘87년 체제’의 산물, 지금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1987년 6월 항쟁은 권력에 맞선 국민 저항의 집합체였고, 헌법재판소는 그 산물이었다. 국민은 거리에서 ‘직선제 개헌’과 함께 헌정 수호 장치를 요구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헌법재판소다. 즉, 헌재의 존재 자체가 국민 저항의 제도화다.

그러나 2025년의 헌재는 그 기원을 배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무기력한 시간 끌기, 피상적인 중립성, 그리고 국민을 외면한 절차의 반복은 헌재가 스스로 권력 중심부의 한 축이 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헌재는 더 이상 시민을 향하지 않는다. 이 침묵은 그 단절의 선언처럼 들린다.

헌재가 응답하지 않는 민주주의는 지속 가능한가

지금 이 순간, 헌법재판소는 단순한 선고일을 늦추고 있는 것이 아니다. 법적 심판의 주도권, 민주주의의 회복 가능성,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위태롭게 만드는 구조적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탄핵 선고는 ‘결론’이 아닌 ‘의무’다. 국민이 부여한 권한에 대해 응답하지 않는 헌재는, 더 이상 국민의 대표가 아니다. 침묵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 기관은 결국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로 전락하게 되며, 그 최후에는 민주주의의 빈 껍데기만이 남게 될 것이다.

오늘, 헌법재판소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권력을 감싸는 판결인가, 아니면 헌정을 지키는 선고인가. 민주주의는 그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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