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불안과 글로벌 통상 리스크, 9.8조 원 추경의 현실성 진단
[KtN 임우경기자] 2025년 한국 경제는 성장률 1% 중반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된다. 실물경제의 약세는 내수 침체와 수출 둔화가 맞물린 결과이며, 이는 과거보다 훨씬 더 복합적인 경제적 위기의 징후로 해석된다. 내수 소비의 정체, 민간 투자 위축,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 등 여러 요인이 중첩된 가운데, 재정 당국은 다시금 ‘추경’이라는 익숙한 처방을 논의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구조적 침체 앞에서, ‘전략적 추경’의 필요성
현대경제연구원은 실질 GDP를 잠재 성장률 수준에 수렴시키기 위해 약 9.8조 원의 세출 중심 추경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정부지출 승수 0.698이라는 계량적 근거는 이 수치의 기반이 된다. 그러나 이 수치의 이면에는 보다 심층적인 구조적 진단이 전제돼야 한다.
2024년 말부터 이어진 소비·투자 동반 부진은 단기적 경기 순환의 일시적 하강이라기보다, 중장기적 생산성 하락과 고용 시장 구조 변화, 그리고 가계부채에 기인한 소비 위축이라는 보다 복합적인 원인에서 기인한다. 이 점에서 단순한 경기부양형 추경만으로 회복의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영남 재난과 정책의 적시성: 추경의 ‘사회적 우선순위’
이번 추경 논의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축은 자연재해 대응이다. 최근 영남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단지 지역적 피해를 넘어 국가 차원의 경제·사회 시스템 복구가 필요한 사안으로 부각되었다. 과거 루사·매미·에위니아 태풍에 대응했던 추경 사례들과 유사하게, 재난 회복을 위한 신속한 재정 투입이 정책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얼마를 쓸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이다. SOC 투자 확대와 소비 진작, 일자리 창출, 저소득층 지원 등은 일시적 경기 반등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 지출의 범용적 확대가 아니라, 구조적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추경의 정치화: 여야 15조 vs 35조, 숫자보다 중요한 것
현재 여당은 15조 원, 야당은 35조 원 수준의 추경 규모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견해차를 넘어선 정치적 프레임이다. 숫자의 크고 작음은 정치적 메시지와 연결되지만, 실질적인 경기 방어 효과는 자금 투입의 시기·방식·대상에 의해 좌우된다. 정작 필요한 것은 총액 규모를 둘러싼 논쟁보다, 지출 구조와 실행 전략에 대한 고도화된 논의다.
특히 민간소비·고용·교육·복지 분야에 집중된 지출은 경기 부양 외에도 국민 체감도를 높이는 정책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단기 유동성만을 노리는 비효율적 예산 운용은 오히려 ‘추경 피로감’을 유발하며 정책 신뢰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세수 결손과 재정 건전성: 균형의 기술이 필요하다
2025년 세수 결손 규모는 약 8.3조 원으로 추정된다. 세입 경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이는 결국 국가 채무 증가와 연결된다.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중기 재정운용계획의 점검과 함께, 보수적인 세입 전망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다시 말해, ‘적시성’과 ‘재정 지속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정책 설계의 핵심이다. 재정 확대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미래세대에 구조적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이 되어선 안 된다.
‘경제민주화형 추경’이 필요하다
추경은 일회성 자금 투입에 그쳐서는 안 된다. 현재 한국 경제는 단기 경기 회복과 중장기 구조 개편이라는 두 개의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시의성 확보: 상반기 내 실행 가능한 편성과 집행으로 정책 효과의 적시성 확보
▶사회적 선택: 재난 대응과 내수 진작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사회적 우선순위’ 설정
▶정책 연계: 통화정책과의 조율을 통한 종합적 경제 안정화 기조 형성
▶재정 규율 회복: 세입 전망의 보수성과 중기 재정계획의 강화로 지속가능성 확보
단순한 ‘경기 부양’이라는 이름표만 붙인 추경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2025년의 한국 경제에는 구조적 안목과 정책적 정밀성, 그리고 국민적 신뢰 회복을 위한 정치적 합의의 기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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