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재해와 지역 회복 전략, 추경의 지역 불균형을 다시 묻다

2025년 추경 논의의 중심에는 ‘국가경제 회복’이라는 거대한 프레임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2025 03.27 희망브리지 홈페이지 갈무리( 산불 진화 작업 중인 소방대원(사진=경북소방본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2025년 추경 논의의 중심에는 ‘국가경제 회복’이라는 거대한 프레임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2025 03.27 희망브리지 홈페이지 갈무리( 산불 진화 작업 중인 소방대원(사진=경북소방본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2025년 추경 논의의 중심에는 ‘국가경제 회복’이라는 거대한 프레임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전체의 숫자 뒤에는 한 지역의 상흔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바로 최근 대규모 산불 피해를 겪은 영남 지역이다. 불길이 지나간 그 땅에는 생활 터전과 생계 기반이 동시에 무너졌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추경 편성 논의는 지역 경제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가.

지방경제는 왜 추경에서 주변화되는가

산불, 수해, 지진 등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반복되는 것은 지방정부의 재정력 한계다. 응급 복구는 지방 예산으로 버티기 어렵고, 구조적으로 중앙정부의 재정 개입 없이는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추경 논의에서 ‘지역’은 수식어로만 존재할 뿐, 정책 우선순위에서 실질적으로 부각되고 있지 않다.

2025년 정부 총지출 구조를 보면, SOC(사회간접자본)는 전년 대비 오히려 감소했으며, 지역재건을 위한 특별계정도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이는 자연재난을 단순한 보조금 지급 문제로 축소하려는 접근이며, 중장기적인 지역 회복 로드맵이 부재한 현실을 드러낸다.

중앙 집중형 추경의 구조적 한계

추경의 전통적 설계는 ‘총량 조절’과 ‘중앙 배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복잡한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정책 효과의 일관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방식이 지방 경제의 체감 경기와는 전혀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산불 피해 복구는 토목사업이나 생계비 지급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는 지역 공동체의 인프라 회복, 중소 자영업자의 영업 재개, 관광·서비스산업의 회복 등 복합적 요소를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는 여전히 추경의 실행 권한과 배분 권력을 쥐고 있으며, 지방정부는 수동적 수혜자로만 남아 있다.

‘균형발전형 추경’이라는 대안의 가능성

지금 필요한 것은 ‘재난 대응형 추경’을 넘어선 ‘균형발전형 추경’이다. 다시 말해, 단순히 GDP 갭률을 메우는 계산적 추경이 아니라,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 간 경제 격차를 줄이는 전략적 재정 설계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선 다음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지방정부의 실행 재량 확대:

재난 대응과 경제 회복 사업의 설계 권한을 지방에 이양해, 지역 실정에 맞는 지출 구조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

지방소비 진작 프로그램 도입:

 바우처 지급, 관광 회복 프로젝트, 지역 특화산업 지원 등 소비 유인을 직접 설계하는 지역기반 프로그램 확대가 필요하다.

균형발전특별회계와 추경의 연계 강화:

 기존의 균형발전 기금을 추경 구조 안에 통합적으로 포함시켜, 재정 투입의 중복과 단절을 해소해야 한다.

 

추경은 누가 설계하고, 누구를 위해 작동하는가

정치적 논의에서 추경은 언제나 거시적 지표와 성장률을 근거로 설계되어 왔다. 그러나 ‘성장률 0.3%p’라는 숫자 뒤에는 수많은 지역 상권의 폐업, 공공서비스의 공백, 복구되지 못한 마을이 존재한다. 추경이 단지 GDP를 끌어올리는 도구로만 기능한다면, 그것은 "지방 없는 성장"이라는 구조적 결함을 반복하는 셈이다.

지역 균형발전은 단지 정책의 부속물이 아니다. 그것은 경제 회복의 질적 성격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따라서 이번 추경은 단기 부양책이 아닌, 경제 회복의 공간적 정의를 구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추경의 민주화,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할 때다

추경은 중앙정부가 집행하고 국회가 심의하는 구조이지만, 그 혜택은 전국 곳곳에 미쳐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다음과 같은 정책적 전환이 요구된다.

▶지방 주도의 추경 사업 모델 도입

▶지역 기초단체와 협의하는 재정 공동운영 체계 구축

▶재난 대응에서 지역 회복력까지 고려한 지출 항목 설계

▶지역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직접 지원 모델 확대

추경은 단지 돈을 푸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어디를 보고, 누구를 위해 작동하는가'를 결정짓는 정치적·철학적 선택이다. 그리고 지금, 그 선택은 더 이상 중앙의 몫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