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OECD 1위라는 현실 앞에서 국가가 택한 기준의 변화

[KtN 박준식기자]이재명 대통령의 2026년 신년사에서 가장 날것의 표현이 등장한 대목은 안전이다. 경제 성과를 말할 때와 달리, 이 부분에서는 수식어가 거의 없다. ‘산재 사망률 OECD 1위’라는 표현이 그대로 나온다. 성취를 강조하던 연설의 흐름 속에서 이 문장은 이질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이번 메시지의 성격을 드러낸다. 성장을 말하면서도, 그 성장의 비용을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다는 판단이 앞서 있다.

한국 사회에서 산업재해는 오랫동안 관리의 영역에 머물러 왔다. 사고가 발생하면 대책이 나왔고, 시간이 지나면 관심은 옮겨갔다. 위험은 줄이기보다 감내의 대상으로 취급됐다. 신년사는 이 관행을 전제부터 부정한다. 아침에 출근한 사람이 저녁에 돌아오지 못하는 사회에서 경제 성과를 말할 수 없다는 표현은, 감정적 호소라기보다 기준 선언에 가깝다. 어떤 성장은 허용되고, 어떤 성장은 허용되지 않는지에 대한 선을 긋는 문장이다.

산업재해 문제는 단일한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현장의 안전 관리, 하청 구조, 공기 단축 압박, 비용 절감 관행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신년사는 이 구조를 세세하게 풀어내지 않는다. 대신 국가가 어디에 책임을 둘 것인지 분명히 한다. 근로감독관 증원과 ‘일터 지킴이’ 신설은 상징적 조치다. 기업의 자율에 맡기던 영역에 국가가 다시 개입하겠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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