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 마모로 엔진 화재 위험…상반기 판매 신기록 직후 대규모 무상수리, 포드 블루 수익성과 비용 절감 계획에 부담
[KtN 김상기기자]포드자동차(Ford Motor Company)가 미국에서 2021~2026년형 브롱코와 브롱코 랩터 56만5691대를 리콜한다. 엔진룸 배선이 주변 부품과 마찰하면서 피복이 벗겨지고, 노출된 전선에서 단락이나 불꽃이 발생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상반기 판매 신기록을 세운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대규모 리콜이 발생하면서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사업의 이익으로 전기차 부문 손실을 감당해 온 포드의 수익구조에도 품질비용 부담이 더해졌다.
리콜 대상은 2020년 9월 23일부터 2026년 6월 28일까지 생산된 브롱코와 브롱코 랩터다. 엔진룸 와이어링 하니스에 충분한 마모 방지 처리가 적용되지 않아 주행 진동과 부품 움직임이 반복되면 전선 피복이 손상될 수 있다. 피복이 벗겨진 전선에서 단락이나 아크가 발생하면 엔진룸 내부 온도가 급격히 높아지거나 불꽃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운전자가 확인할 수 있는 이상 징후로는 실내 송풍구를 통해 들어오는 연기, 계기판 경고 메시지, 엔진룸 조수석 방향의 불꽃 등이 제시됐다. 포드는 배선에서 화재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건 15건을 파악했다. 관련 사고나 부상은 현재까지 보고되지 않았다.
실제 결함이 존재할 것으로 추산된 차량은 리콜 대상의 약 1%다. 56만5691대의 1%는 약 5657대지만, 무상수리는 결함이 이미 확인된 차량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포드는 리콜 범위에 포함된 차량 전체의 배선에 주름형 보호관과 마모 방지 테이프를 추가한다. 수리 비용은 회사가 부담하며 차량 소유자 안내문은 8월 24일부터 28일 사이 발송될 예정이다.
수리 방식만 놓고 보면 엔진이나 변속기 교체가 필요한 리콜보다 단순하다. 배선 보호관과 테이프를 추가하는 작업이지만, 56만대가 넘는 차량을 딜러 서비스망에서 순차적으로 처리하려면 부품비 외에도 정비 공임과 물류비, 예약 운영비, 고객 안내 비용이 발생한다. 차량 입고 시점이 분산되면 관련 비용도 여러 분기에 걸쳐 반영될 수 있다.
포드는 브롱코 리콜에 필요한 총비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차량 한 대당 작업시간과 딜러 보상액, 부품 단가, 예상 수리 완료율도 확인되지 않았다. 결함 추정 비율인 1%만 적용해 재무 부담을 계산하기 어려운 이유다. 예방 정비가 리콜 차량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만큼 실제 비용은 결함 차량 수보다 수리 입고 대수와 차량당 처리비용에 좌우된다.
브롱코의 판매 실적은 리콜의 경제적 무게를 키운다. 2026년 상반기 미국 판매량은 7만6936대로 전년 동기보다 6.8% 늘었다. 2분기 판매량은 4만5739대로 15.9% 증가했다. 반기와 분기 판매량 모두 현행 브롱코 출시 이후 최고 기록이다.
리콜 대상 56만5691대는 올해 상반기 판매량의 약 7.4배에 이른다. 현행 세대 출시 초기부터 누적된 고객 기반 상당수를 장기간 서비스망으로 불러들여야 하는 규모다. 판매 신기록을 기록한 시점에 기존 판매 차량의 품질비용이 뒤따르면서 브롱코의 높은 판매 증가율이 곧바로 수익성 확대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됐다.
브롱코는 포드가 판매 대수 감소를 고가 차종과 고수익 사양으로 보완하는 전략의 중심에 있다. 브롱코와 익스플로러, 익스페디션의 2026년 상반기 합산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0.1% 증가해 2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포드는 세 차종을 수익성이 높은 SUV 제품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브롱코 랩터와 트레머, FX4 등 고성능·오프로드 사양의 판매 확대도 차량 한 대당 수익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기본형보다 가격이 높은 트림과 선택 사양의 비중이 커지면 전체 판매량이 줄더라도 평균 판매가격과 영업이익을 방어할 수 있다. 대규모 리콜은 고가 트림 판매에서 확보한 이익 일부를 보증수리와 서비스 비용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차량을 담당하는 포드 블루(Ford Blue)의 2분기 도매 판매량은 63만9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8% 감소했다. 매출은 261억달러로 1% 증가했고, 이자·세전이익은 11억3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6억6100만달러보다 4억7400만달러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2.6%에서 4.4%로 상승했다.
판매 대수가 줄었는데도 매출과 이익이 늘어난 배경에는 가격 유지와 고가 차종 판매 확대가 자리 잡고 있다. 브롱코를 포함한 SUV와 오프로드 사양의 판매 증가는 포드 블루의 수익성 회복을 뒷받침했다. 같은 제품군에서 발생한 품질비용은 판매 증가 효과와 영업이익률 개선 폭을 줄일 수 있다.
포드의 사업부별 실적은 브롱코 리콜이 단일 차종의 정비 문제에 그치지 않는 이유를 드러낸다. 포드 블루는 2분기 11억3500만달러, 상용차와 관련 서비스를 담당하는 포드 프로(Ford Pro)는 17억1800만달러의 이자·세전이익을 냈다. 전기차 부문인 포드 모델 e(Ford Model e)는 같은 기간 9억19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포드는 모델 e의 2026년 연간 손실을 약 40억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차량과 상용차에서 발생한 이익이 전기차 플랫폼과 배터리,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는 구조다. 브롱코와 같은 고수익 차종에서 리콜과 보증수리비가 늘어나면 포드 블루의 채산성뿐 아니라 전기차 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내부 재원도 줄어들 수 있다.
포드 전체의 2분기 매출은 483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 감소했지만 조정 이자·세전이익은 25억달러로 4억달러 증가했다. 분기 말 현금은 223억달러, 전체 유동성은 434억달러였다. 연간 조정 이자·세전이익 전망도 기존 85억~105억달러에서 100억~110억달러로 상향했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브롱코 리콜이 포드의 연간 실적이나 유동성을 크게 훼손한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배선 보호재를 추가하는 수리 방식과 포드의 현금 보유 수준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재무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품질 관련 비용이 반복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대규모 리콜이 누적될수록 판매 증가와 가격 인상으로 확보한 이익이 보증수리비와 충당부채 증가로 빠져나갈 수 있다.
포드는 올해 재료비와 보증비를 합쳐 약 10억달러를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브롱코 리콜 비용이 절감 계획에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차량당 수리비와 회계 반영 시점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용 절감액을 어느 정도 상쇄할지도 산출하기 어렵다.
배터리 합작사업 정리와 전기차 사업 재편도 포드의 비용 부담을 높이고 있다. 포드는 2분기 블루오벌 SK 지분 처분과 관련해 대부분 비현금성인 36억달러의 특별비용을 반영했다. 분기 순손실은 13억달러를 기록했다. 전기차 투자 방향을 조정하는 동안 브롱코와 F시리즈를 비롯한 기존 고수익 차량의 판매가격과 수익성을 지켜야 하는 부담은 이전보다 커졌다.
브롱코 리콜이 판매에 미칠 영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배선 보강 작업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추가 화재가 발생하지 않으면 장기적인 판매 충격은 제한될 수 있다. 부품 공급이 늦어지거나 딜러 정비 예약이 밀릴 경우 고객 불편이 커지고, 신차 할인과 중고차 가격, 재구매율에도 부담이 번질 가능성이 있다.
8월 말 소유자 통지가 시작되면 딜러별 차량 입고와 수리 완료 실적이 순차적으로 집계된다. 3분기 실적에서는 포드 블루의 영업이익률과 보증비 절감 실적, 품질 관련 충당부채 변화가 재무 영향을 가늠할 지표가 된다. 판매 신기록을 세운 브롱코가 56만대 규모 무상수리를 처리하면서 가격과 수요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포드의 하반기 수익성에 직접 연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