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의 본질이 사라진 정치: 다툼이 아닌 공백

 

[KtN 김 규운기자] 2025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이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후보 간 경쟁이 아니라, ‘후보 없음’이라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다는 사실이다.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꽃이 양자 가상대결 방식으로 실시한 보수 단일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26.4%,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12.8%를 기록했지만, 전체 응답자의 과반인 53.2%는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지지율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신뢰 기반의 해체를 의미한다. ‘보수 단일후보’라는 프레임조차 유권자에게는 설득력이 없으며, 한덕수든 김문수든 차기 권력의 상징이 되기에는 정치적 존재감과 미래 비전 모두가 결여돼 있음을 이번 조사는 여실히 보여준다.

‘단일화’의 본질이 사라진 정치: 다툼이 아닌 공백

양자 대결이라는 조건은 특정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기 위한 인위적 구성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는 다툼이 아니라 공백이었다. 한덕수가 김문수보다 13.6%포인트 앞섰지만, 절대 다수가 둘 다 지지하지 않았다. 이는 보수진영이 인물 교체가 아닌, 구조 개편 수준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에서조차 절반 이상이 한덕수(57.6%)에 응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단순한 인지도의 결과이지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적극적 동의로 보기 어렵다. 김문수에 대한 응답은 20.0%에 그쳤으며, 중도층과 무당층에서는 양 인물 모두 지지율이 20% 전후에 불과했다. 결국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선택 불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권역별 차이는 존재하나, 공통적으로 확장성 결여

권역별로는 한덕수가 TK(대구·경북)에서 36.5%, 김문수는 17.9%로 큰 격차를 보였고, 수도권·충청권·강원권 등에서도 한덕수가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호남권에서는 두 후보 간 차이가 크지 않았으며, 무당층과 중도층에서는 모두 '적합한 인물 없음'이 과반을 넘겼다.

이러한 결과는 양 후보 모두가 전국 정당의 리더로서 필요한 지역 연성력(regional traction)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보수 정당이 전국 정당으로 기능하려면 특정 지역 기반을 넘는 설득력이 요구되지만, 한덕수는 관리형 관료 이미지에서, 김문수는 구시대 정치인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여론조사 꽃,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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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이념·정당 경계를 넘지 못하는 ‘정치적 정체성 결핍’

연령대별로도 한덕수는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김문수보다 앞섰으나, 지지율 자체는 30%를 넘지 못했다. 특히 정치적 결정을 주도하는 50대와 60대에서조차 지지율이 뚜렷하게 우세하지 않았고, 70세 이상 고령층에서만 비교적 높은 반응을 얻었다.

이념 성향별로도 보수층에서 한덕수(49.1%)가 김문수(18.4%)를 크게 앞섰지만, 진보층과 중도층에서는 지지율이 모두 10~20%대로 제한되었다. 특히 중도층에서는 “적합한 인물이 없다”는 응답이 57.5%로 과반을 넘었다. 이는 ‘단일후보’ 구상이 보수층 내부 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전략이 될 수는 있어도, 실제 유권자 지형에 기반한 설득력 있는 정치 구도는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정치적 시사점: 보수의 단일화는 ‘승리 전략’이 아니라 ‘패배 구조’의 반복인가

이번 조사는 ‘보수 단일화’라는 오래된 정치 수사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확인시켜주는 정밀한 증거다. 단일화는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어야 하나, 지금 보수진영은 단일화 이전에 ‘후보 적합성’ 자체에 대해 유권자의 동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한덕수는 책임 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을 거친 인물로 안정적이고 무난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정권의 실패에 대한 상징적 연장선으로 인식되고 있다. 김문수는 과거 정치권의 상징이지만, 현재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둘 모두 '미래 정치'를 설계할 리더십이 아니라, 보수의 과거를 반복 상징하는 존재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결국 이번 조사는 단일화 자체의 명분보다는, 보수정당이 새롭게 설계해야 할 ‘정치적 전환’의 요구를 강하게 드러낸다. 유권자들은 경쟁의 프레임보다, 대체 가능한 정치적 비전과 실천 능력을 원한다. 그리고 그 부재가 곧 '없다 53.2%'라는 숫자로 기록된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는 ㈜여론조사꽃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각각 2025년 4월 28일부터 29일까지, 그리고 4월 30일부터 5월 1일까지 각각 2일간 CATI 방식으로 실시했다. 첫 조사의 표본 크기는 2,009명, 두 번째 조사는 2,002명으로, 두 조사 모두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2.2%포인트였다. 응답률은 각각 17.3%(총 통화시도 11,593건), 18.0%(총 통화시도 11,138건)로 집계됐다.

조사는 통신 3사(SKT 30,000건, KT 18,000건, LGU+ 각각 11,991건·11,996건 등 총 59,991건과 59,996건)의 무선가상번호를 활용해 진행됐으며, 성별·연령대·권역별 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 방식을 적용했다.

가중값은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5년 3월 31일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바탕으로 성별·연령대·권역별 인구 비중에 따라 셀가중 방식으로 산출했다.

자세한 조사 결과 및 세부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