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 “유능하고 충직한 일꾼”

 

[KtN 최기형기자]  3일, 이재명 대통령선거후보는 속초부터 태백까지 강원 동해안 지역을 하루 동안 순회하며 공개 유세를 이어갔다. ‘골목골목 경청투어’라는 이름이 붙은 이번 일정을 통해 이재명 후보는 단순한 민생 소통이 아니라, 권력 위임과 국민 통치구조에 대한 정치적 재구성을 시도했다. 내란 이후의 헌정 질서 회복, 지역 균형과 정치 책임의 재정의, 그리고 권력 감시의 구조화를 요구하는 메시지가 하나의 유세 형식에 압축되어 있었다.

내란 이후 정치 언어의 변화와 민주주의 재정의

속초 유세에서 이재명 후보는 “내란도 이겨낸 국민의 힘으로 경제 위기를 돌파하자”고 밝혔다. 윤석열 파면 이후의 정국에서 ‘내란’이라는 단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하는 전략은, 헌정 파괴 사태를 단순한 정치 분쟁이 아닌 체제 위기로 해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재명 후보는 내란이라는 단어를 반복함으로써, 정치적 책임의 경계를 개인이나 집단에서 헌법 질서 전체로 확장시켰다.

“정치는 국민이 한다”는 반복적 어휘 선택은 단순한 선동이나 구호가 아니다. 이재명 후보는 정치인의 무능과 일탈을 유권자의 비감시적 권력 위임과 연결지었다. 유권자가 공천만으로 당선을 보장해주는 지역 정치구조가 존재하는 한, 권력 남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정치는 국민이 ‘위임하는 것’이 아니라, ‘감시하고 설계하는 것’이라는 정치 인식을 강원 지역 유세 전체에서 관철시켰다.

균형발전 담론과 지방권력 재편 전략

강릉과 삼척, 태백에서 강조된 발언은 명확한 경제정책 구상을 넘어, 자원 분배의 국가철학을 정면으로 문제제기하는 내용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수도권 GTX 한 노선에 10조 원이 투입되는 구조를 예로 들며, 강원 지역은 천억 원도 확보하지 못해 기초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을 비교했다.

강릉 유세에서 언급된 해양심층수 산업 규제 문제, 삼척에서 강조된 풍력·태양광 자원의 미활용, 태백에서 지적된 에너지 불균형 문제 등은 강원도를 단순한 낙후지역이 아닌, 전략자원 보유지이자 미래성장의 기점으로 재설계하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후보는 기존 균형발전론이 지자체 보조금 지급에 머물러 왔음을 비판하고, 자원 기반 경제권 분산과 탄소중립 사회 구조 속에서 강원도가 갖는 전략적 위상을 강조했다. 강원도의 경제 구조는 규제 완화와 국가 예산 재배분, 그리고 에너지 전환 산업의 축으로 충분히 재편될 수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공정한 성장”의 출발점이라는 정치적 철학을 분명히 했다.

유권자 책임과 권력 감시: 투표의 구조를 묻는 정치

강릉과 태백 유세에서 이재명 후보는 유권자의 ‘관습적 투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제기했다. 수도권 지역에서 정치인은 “골목마다 새벽부터 활동하며 경쟁하지만”, 특정 지역에서는 “공천만으로 당선이 보장되기 때문에 주민 삶을 돌아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천권자의 눈치를 보는 정치는 결국 유권자 무관심에서 비롯되며, 이 구조가 유지되는 한 정치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정치는 결국 국민이 한다.” 이재명 후보가 반복한 이 구절은 정치인 개인의 교체를 넘어, 권력 위임구조 자체를 재설계하자는 선언이다. 국민이 감시하지 않는 권력은 사유화되고, 선거를 통해 정당성을 되찾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파국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선거는 체제 회복의 가장 결정적인 장치가 된다. 이재명 후보가 브라질의 룰라, 아르헨티나의 정치 파탄을 거론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정치 회복의 조건은 정치인의 복귀가 아니라 국민의 통치 참여

삼척 유세에서 이재명 후보는 자신을 “유능하고 충직한 일꾼”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이번 경청투어에서 강조된 인물은 이재명 후보가 아니었다. 모든 발언의 주체는 국민이었다. 정치인은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수행하는 ‘행위자’일 뿐이며, 국민이 권력을 감시하고, 선거를 통해 시정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형식만 남고 내용은 붕괴된다는 구조적 통찰이 유세 전체에 일관되게 흐른다.

투표는 총알이 아니며, 혁명도 아니다. 그러나 투표만이 피를 흘리지 않고 권력을 교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한국 국민은 이미 두 차례 입증한 바 있다. 이재명 후보가 말한 “우리는 두 번이나 현실 권력을 평화적으로 교체했다”는 발언은, 정치 복원의 조건을 제시하는 언어다. 국민이 다시 통치 주체로 복귀하지 않는 한, 정치의 회복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