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김 규운기자]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발표된 ‘여론조사꽃’의 전국 유권자 조사 결과는 단순한 정권 지지도 조사를 넘어, 한국 사회 전반에 깔린 정치적 교체 요구의 구조적 신호를 드러냈다. 62.0%가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정권을 연장해야 한다’는 응답은 32.7%에 그쳤다. 응답 간 격차는 29.3%포인트. 이는 단기적인 정치 불만을 넘어, 유권자의 판단이 현 체제의 유효성 자체를 재검토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권역·세대·직군을 가로지르는 교체 열망… ‘정치 피로’의 총합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대목은 교체 여론이 특정 세력의 동원이 아니라, 전국 단위로 확산된 정치적 피로의 응축 결과라는 점이다. 권역별로는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교체 여론이 우세했으며, 특히 호남(83.2%)과 수도권(서울 60.4%, 경인권 65.0%)은 선거지형의 핵심 지역에서 민심 이반이 뚜렷했다.

연령별로는 60대 이하 전 세대에서 ‘정권 교체’ 응답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고, 40대에서는 무려 74.7%가 교체를 원했다. 이는 단순히 보수·진보의 구도를 넘어서, 현 체제가 삶의 조건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는 집단적 판단이 세대를 가로질러 형성되고 있음을 뜻한다.

경제활동자층, 특히 자영업자·화이트칼라·블루칼라 모두에서 교체 여론이 우세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자영업자는 57.8%, 화이트칼라는 67.7%, 블루칼라는 68.1%가 ‘정권 교체’에 응답했다. 이는 정권에 대한 평가가 이념이 아니라 생존의 체감으로 전환됐다는 현실적 신호다. 물가·부동산·노동시장 등 정책 실패에 대한 반응이 단순한 비판을 넘어, 교체 요구로 조직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도층과 무당층의 이탈, 정치 주도권의 재배치 예고

정치 여론의 변화를 감지할 때 가장 먼저 눈여겨봐야 하는 층은 중도층과 무당층이다. 중도 응답자의 66.8%가 ‘정권 교체’에 응답했으며, 무당층에서도 교체(40.5%)가 연장(23.3%)보다 17.2%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이는 고정 지지층 바깥에서 민심이 확연히 정권 이탈로 기울고 있음을 의미하며, 선거 후반부로 갈수록 정치 지형이 더욱 급격히 재편될 수 있음을 예고한다.

무당층의 36.2%가 ‘잘 모르겠다’고 답한 점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대목이다. 이는 아직 투표 결정을 유보한 유권자 집단이 상당수 존재하며, 그 선택의 방향은 정권에 우호적이지 않은 정서 속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당 지지층 간에는 뚜렷한 인식의 분열이 관찰됐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97.0%는 정권 교체를 지지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83.1%는 정권 연장을 택했다. 이는 정권 심판 프레임이 진영별로 어느 정도 고착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중도층과 무당층이야말로 결과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진=여론조사꽃,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진=여론조사꽃,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권 평가에서 정권 판단으로

정치 여론은 대체로 체제에 대한 평가지표로 작동하지만, 60%를 넘는 ‘정권 교체’ 응답은 평가를 넘어 판단의 단계로 이행하고 있다는 신호다. 정책 실패, 인사 논란, 사법 파면이라는 복합적 변수들이 합쳐진 결과, 유권자의 인식은 ‘더 나은 대안’이 아니라 ‘더는 용납할 수 없다’는 선 긋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무엇보다 ‘정권 연장’을 지지하는 층이 특정 연령대(70세 이상) 또는 특정 지역(대구·경북)에 집중된다는 점은, 국민의힘과 현 집권 구조가 광범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잃어가고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정권 유지의 서사와 정당성은 한계에 다다른 반면, 교체를 요구하는 정서는 이념과 세대를 넘어 현실적 불만을 매개로 확장되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는 단순한 지지율이 아니라, 정권의 정당성 위기가 민심의 언어로 응축된 결과다.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응답이 10명 중 6명에 이른다는 것은, 표면적 지표 이상의 정치적 균열이 광범위하게 진행 중임을 뜻한다. 대선은 이미 심판 국면에 진입했고, 유권자는 정권 유지 여부가 아닌, 정치 체제의 미래 조건 자체를 재설계할 시점에 서 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꽃이 2025년 5월 3일부터 6일까지 4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5,001명을 대상으로 ARS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다. 조사는 통신 3사(SKT 225,000건, KT 135,000건, LGU+ 89,659건 등 총 449,659건)의 무선가상번호를 활용해 진행됐으며, 성별·연령대·권역별 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 방식을 적용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0.8%포인트였으며, 응답률은 총 통화시도 165,178건 중 9.1%로 집계됐다. 가중값은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5년 4월 30일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바탕으로 성별·연령대·권역별 인구 비중에 따라 셀가중 방식으로 산출했다.

보다 자세한 조사 결과 및 수치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