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와 Bruno Mars의 36주 연속 1위가 말하는 K-pop 글로벌 전략의 진화
[KtN 신미희기자] 2025년 6월 마지막 주, 써클차트(Global K-pop 부문)는 로제(ROSE)와 Bruno Mars의 협업곡 'APT.'가 36주 연속 1위에 올랐음을 발표했다. 2024년 10월 발매 이후 단 한 주도 예외 없이 정상 자리를 지킨 이 곡은, 단순한 히트곡을 넘어 글로벌 음악산업의 감각 체계가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구조적으로 보여준다. 'APT.'는 Atlantic Records와 THEBLACKLABEL의 합작으로 기획·제작되었으며, 유통은 YG PLUS가 담당하고 있다.
글로벌 차트를 설계한 감정의 언어, 'APT.'의 구조적 확장성
로제와 Bruno Mars가 함께 만든 'APT.'는 장르의 혼종이 아닌 감정의 공통언어로 작동하고 있다. R&B 리듬 위에 얹힌 한국적 정서와 도시적 서사는 특정 국가의 대중음악이라기보다, 다국적 감정공동체를 겨냥한 구조적 콘텐츠로 기획되었다. 음원 구성은 로제의 서정성과 Bruno Mars의 팝 보컬 문법이 교차하며, 팬덤은 이를 단순히 ‘좋은 곡’이 아니라 ‘공감 가능한 서사’로 소비하고 있다.
뮤직비디오는 익명의 아파트 공간을 배경으로 하며, 밀도 높은 도시 거주지에서 형성되는 감정적 잔향을 시각화한다. ‘APT.’라는 제목은 한국인의 주거문화에서 비롯된 공간 코드이지만, 실제 소비자는 이를 개인의 고독, 관계의 거리감, 익명의 일상성과 같은 보편 감각으로 해석하고 있다. 음악은 지역을 지우고 감정을 남긴다. 바로 이 점에서 ‘APT.’는 글로벌 K-pop 차트의 의미 지형을 재구성했다.
THEBLACKLABEL과 Atlantic의 전략, 플랫폼 통합에서 감정 설계로
THEBLACKLABEL은 과거 전소미, 태양 등을 통해 ‘퍼포먼스 중심’ K-pop 서사의 미국 확장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APT.'는 서사 중심의 구조적 전략으로 전환된 신호로 해석된다. 감정 설계는 단순히 곡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요소가 아니라, 소비자가 곡과 상호작용하는 방식 자체를 결정하는 프레임이 된다. THEBLACKLABEL은 한국형 감수성의 상징인 ‘아파트’라는 모티프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이를 문화적으로 중립화하고 전 지구적 감정 코드로 재배치하는 방식을 택했다.
Atlantic Records는 미국 현지에서 ‘성인 팝 시장’을 타겟으로 라디오·DSP 병렬 공략을 전개했다. 동시에 YG PLUS는 TikTok 기반 짧은 영상 콘텐츠와 유튜브 감정 공유 콘텐츠를 통해, Z세대·MZ세대의 일상적 사용성을 확보했다.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스트리밍 점유율 경쟁보다 중요한 것은, ‘정서적 일관성’을 가진 팬덤의 형성이며, 두 유통사는 이를 정교하게 설계했다.
차트는 데이터가 아니라 감정의 축적이다
써클차트 기준 36주 연속 1위라는 성과는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매주 발행되는 써클지수는 스트리밍, 다운로드, 글로벌 반응 등을 통합하여 점수화하지만, 실제 시장에서 작동하는 것은 반복되는 정서적 접촉이다. 팬덤은 'APT.'를 반복청취하며 정서적 안정과 소속감을 획득하고 있으며, 이는 단기 인기보다 깊고 지속적인 소비의 구조를 반영한다.
팬들은 이제 장르보다 감정을 선택한다. 사운드보다 경험을 소비하고, 스타일보다 정서를 공유한다. ‘APT.’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살아남는 콘텐츠이자, K-pop 산업이 글로벌 문화시장에서 감정의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입증한 상징적 결과물이다.
K-pop의 글로벌 전략은 '정서 설계'로 재편되고 있다
‘APT.’의 장기 집권은 단지 두 스타 아티스트의 협업이 아니라, K-pop이 글로벌 음악산업에서 감각의 네트워크로 작동하는 구조적 전환점이다. 글로벌 시장은 더 이상 퍼포먼스 중심의 시청각 자극에만 반응하지 않으며, 고밀도 정서 설계와 공간적 서사, 플랫폼별 감정 소비 경로가 복합적으로 작동할 때 지속 가능한 성과가 가능하다.
한국 콘텐츠산업은 이와 같은 '감정 기반 유통 전략'을 제도화하고 확장 가능한 모델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산업정책은 단순 수출 지원을 넘어, 정서적 리터러시와 소비자 심리 기반 유통전략에 대한 중장기적 연구·지원 체계를 포함해야 한다. 로제와 Bruno Mars의 'APT.'는 감정이 자본이 되는 시대에, 한국 음악산업이 어떤 전략적 언어를 구축해야 하는지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