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피어난 감각] 허은선의 예술과 존재 탐색 시리즈
가제(假題)「SILENCE IN THE DUST」

[사막에서 피어난 감각] 허은선의 예술과 존재 탐색 시리즈. 사진=허은선(HUH EUN SU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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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박준식기자] 2025년 여름, 허은선 작가는 전기와 물, 인터넷이 단절된 사막 깊은 곳에서 감각의 뿌리를 더듬기 시작했다. 언어 이전의 침묵, 흔적 이전의 존재, 그 모든 것이 작업의 구조가 되었다.

2025년 한여름, 현대미술 작가 허은선은 프랑스 파리에서의 작업을 멈추고, 아프리카 북서부 사막 지대로 향했다. 뜨겁게 말라붙은 흙과 하얗게 부서지는 모래, 밤이 되면 도리어 매서운 냉기를 품은 땅. 그곳은 단절된 장소이자, 감각이 다시 태어나는 곳이었다.

작가는 일상의 편의성을 철저히 배제한 채, 물 한 병을 며칠간 나누어 쓰며 생존의 리듬을 다시 구성했다. 눈과 귀, 입과 피부에 쌓이는 미세한 모래는 점차 ‘방해물’이 아닌 ‘재료’가 되었고, 고요는 사라짐이 아닌 존재의 밀도를 가시화하는 매개가 되었다.

[사막에서 피어난 감각] 허은선의 예술과 존재 탐색 시리즈. 사진=허은선(HUH EUN SU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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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소멸이 아니라 감각의 시작이다

허은선 작가는 사막의 시간 속에서 침묵과 감각 사이의 관계를 재구성했다. 그녀가 마주한 침묵은 정적이 아닌 흐름이었다. 바람이 천막을 스치며 남긴 리듬, 이따금 휘몰아치며 시야를 지우는 모래폭풍, 낮의 빛이 천을 뚫고 그리는 선(線)의 그림자. 모두가 소리 없는 움직임이자 감각의 파편이었다.

그녀는 이러한 감각을 단순히 '느끼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회화의 표면에 새기고, 재료로 번역하고, 구조로 바꾸었다. 안료는 중력을 따라 흘렀고, 금박은 그 흐름 위에 떨리듯 부착되었다. 여백은 부재가 아니라, 침묵을 감각화하는 구획이 되었다.

[사막에서 피어난 감각] 허은선의 예술과 존재 탐색 시리즈. 사진=허은선(HUH EUN SU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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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는 흔적으로 머문다

사막의 대기는 빠르게 잊히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작가가 발을 딛고 남긴 자국은 바람이 지우기 전까지 정확히 남아 있고, 손끝에 묻은 모래는 시간의 밀도를 반영한다. 허은선은 그 흔적을 감각의 언어로 바꾸었다.

이번 사막 체류는 작가의 대표 연작인 ‘침묵 시리즈’와 ‘눈이 부시게, 지구별 이야기’ 이후의 조형적 전환점이 되었다. 감정은 더 이상 안료에만 머물지 않고, 온도와 습도, 빛과 그림자에 의존하며 복합적인 층위를 형성한다.

작업 노트 속에 기록된 문장은 짧다.
“침묵이 말을 걸어왔다. 존재가 흔적으로 남았다.”

[사막에서 피어난 감각] 허은선의 예술과 존재 탐색 시리즈. 사진=허은선(HUH EUN SU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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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를 향한 조용한 사유의 구조

허은선은 현재 2026년 모리타니아에서 열릴 예정인 국제 비엔날레 참여를 준비 중이다. 이번 체류는 그 작업의 시작점이자, 철학적 뿌리를 구축하는 과정이었다. 작가는 이 공간에서 수집한 감각의 조각들—빛의 궤적, 소리의 결, 모래의 온도, 색의 무게—를 하나의 감각적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작업 제목은 「SILENCE IN THE DUST」(가제). 이 제목은 말보다 오래 남는 침묵, 흔적처럼 스며드는 감정을 가리킨다. 아직 공식 전시 명칭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허은선은 이 개념을 중심으로 회화·설치·영상·사운드를 연결하는 다매체 조형 언어를 구상하고 있다.

예술은 감각을 기억하는 장치다

허은선은 사막에서 일어난 감각의 변화를 ‘기억을 위한 구조’라고 정의한다. 그림은 사라짐을 보존하는 방식이며, 여백은 감각이 머무는 장소다. 회화는 더 이상 재현이 아닌 기억의 구조로, 감각의 지도이자 존재의 흔적으로 작동한다.

관람자는 그녀의 작업 앞에서 언어 이전의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무엇을 말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느끼게 하는가가 중심이 된다. 그것이 허은선이 지향하는 예술의 방식이며, 존재를 감각으로 기억하는 K-Art의 방향성이다.

[사막에서 피어난 감각] 허은선의 예술과 존재 탐색 시리즈. 사진=허은선(HUH EUN SU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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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선 작가

<침묵이 말하는 곳>

모리타니의 사막은
메아리를 남기지 않았다.
모든 말은 스며들고
숨결만이 남았다.

모래는 속삭였다.
시간보다 오래된 무언가를.
그 침묵 속에서
나는 가장 가벼운 나를 만났다.

밤이 오면
하늘은 별들로 넘쳤고
나는 그 아래 누웠다.
답보다 질문이 더 많은 사람으로.

오아시스에는 물이 있었지만
진짜 갈증은
낯선 이들과 나눈 차 한 잔에
더 깊이 가라앉았다.

그 고요 속에서 나는
소리보다 깊이를,
속도보다 존재를,
말 사이의 공백에서 의미를 발견했다. 


<Where Silence Speaks>

In Mauritania,
the desert did not echo 
it absorbed every word
until only breath remained.

The sand whispered
of things older than time,
and in its stillness,
I met the weightless version of myself.

At night,
the sky spilled stars
like forgotten dreams,
and I lay beneath them,
more question than answer.

An oasis held water,
but it was the tea shared with strangers
that quenched something deeper.

In the quiet,
I discovered
depth over noise,
presence over pace,
and meaning in the space between wo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