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피어난 감각] 허은선의 예술과 존재 탐색 시리즈
가제(假題)「SILENCE IN THE DUST」
[KtN 박준식기자] 허은선은 침묵을 재료로 삼는다. 말하지 않고 흐르는 감정, 눈으로 볼 수 없는 흔적, 존재와 부재의 경계—그 모든 것이 조형이 된다.
사막은 언어를 밀어낸다. 모든 설명은 무력해지고, 모든 의미는 휘발된다. 남는 것은 감각뿐이다. 허은선 작가는 그 감각의 표면을 조형의 구조로 치환하고 있다. 2025년 여름 모리타니아 체류는 단순한 현장 체험을 넘어서, 침묵이라는 비물질을 형상화하는 실험장이었다.
이번 작업은 2026년 모리타니아 국제 비엔날레 출품을 위한 예비 구성의 일부다. 아직 작가와 조직위는 공식 제목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허은선은 _「SILENCE IN THE DUST」(가제)_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조형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이 작업은 단지 예술의 감각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침묵 그 자체를 조형 언어로 만드는 시도이기도 하다.
침묵은 조형된다, 감각은 흐른다
허은선은 오랫동안 침묵을 다루어왔다. 그것은 회화의 여백으로, 영상의 정지 화면으로, 설치의 공기로 구현되었다. 그러나 사막에서는 이 모든 것이 다시 재편되었다. 회화는 더 이상 안료로 완성되지 않고, 바람과 온도, 빛과 흔들림 속에서 열린 상태로 존재하게 된다.
그녀는 작업을 하나의 정적 구조로 고정하지 않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천 조각, 부유하는 안료, 붕괴된 표면, 점멸하는 소리—그 모든 요소가 움직이며 조형을 구성한다. 작가는 이 ‘움직임의 감각’을 통해 침묵의 밀도를 시각화하려 한다. 침묵은 멈춰 있지 않다. 침묵은 흐르며 흔들리고, 화면과 구조물 사이를 미세하게 진동한다.
설치와 회화의 경계, 감각의 공간화
모리타니아에서 수집한 천막 조각, 모래의 입자, 현장의 빛을 반사하는 금속성 물질은 허은선의 회화적 설치로 변형되었다. 바닥 위에 흘러내리는 안료, 공중에 떠 있는 섬유 조각, 무광의 금박이 떨리는 구조. 모든 요소가 '공간에 녹아든 감정의 구조'로 구성된다.
이 작업은 정면성을 거부한다. 관람자는 작품을 둘러보고, 지나가고, 멈추며 감각의 층을 따라간다. 시각 중심의 미술을 넘어서, 시간과 공간, 물성과 비물질의 경계 위에서 조형의 의미를 다시 묻는 방식이다.
허은선은 이를 '감각의 체류 장치'라 부른다. 작품은 단지 존재하지 않는다. 작품은 관람자가 머무는 순간에 ‘생성’되고, ‘체류’하며, ‘사라진다’. 이 비정형적 감각 구조는 시공간 자체를 매체로 전환하는 작가의 특징적 접근이다.
언어 이후의 조형 언어
허은선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언어를 대체하는 감각의 구조화'다. 설명하지 않고, 전달하지 않으며, 오직 감각을 남긴다. 영상 파트는 이를 가장 극단적으로 실현한다.
「SILENCE IN THE DUST」(가제)의 영상 파트는 사막에서 촬영된 천막의 떨림, 모래의 흐름, 빛의 반사, 그리고 현장의 소음을 미세하게 변형시킨 리듬으로 구성된다. 화면은 정지되어 있지 않지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관람자는 그 떨림을 감각하고, 그 진동 속에서 자신의 내면과 맞닥뜨리게 된다.
영상은 소통하지 않고, 오히려 감각의 구조를 흐트러뜨린다. 감정은 명확한 구조로 다가오지 않고, 미묘한 파동으로 남는다. 이 작업은 언어 이후의 예술, 감각이 중심이 되는 조형의 방식으로 읽힌다.
감각은 조형되고, 조형은 존재를 부른다
2026년 모리타니아 비엔날레는 허은선에게 단지 전시의 장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하지 않았던 감정의 구조, 보이지 않았던 감각의 밀도를 세상 앞에 꺼내는 방식이다. 이번 사막 체류는 그 전환점을 구성했고, 침묵은 그 전환의 재료가 되었다.
작가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침묵은 보는 이를 흔든다. 작품은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흔적은 감각을 남긴다. 허은선의 작업은 지금, 침묵을 조형하고 있다. 그리고 조형을 통해 감각을 새로 구성하고 있다.
감각은 언어보다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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