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막대기의 경제학
[KtN 김동희기자]더보이즈와 QWER의 응원봉 유사성 논란은 응원봉의 상징성과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드러낸 사건이었다. 응원봉은 공연장을 밝히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아티스트 정체성을 나타내는 시각적 상징이자 팬덤 결속의 매개체로 기능해왔다. 동시에 소속사의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는 핵심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논란은 응원봉이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무형 자산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문제를 다시 부각시켰다.
굿즈 시장의 성장과 응원봉의 위상
시장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공연 관련 굿즈 시장 규모는 약 2조 3천억 원에 달했다. 응원봉은 판매량과 단가 모두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소속사 입장에서 응원봉은 부수적 상품이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을 시각화하고 장기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대표 상품이다.
1990년대 1 세대 아이돌이 가수와 팬덤 고유의 상징 색의 풍선에서 스틱 형태의 응원봉에서 가수 세븐이 7자 모양의 '칠봉'을 시작으로, 입체형 응원봉은 빅뱅의 지드레곤이 디자인 한 것으로 알려진 노란 왕관 모양의 '뱅봉'을 시작으로 샤이니의 땐석기 '땐석기봉', 엑소의 육각형 로고를 살린 '에리디봉', 방탄소년단의 '아미밤'은 폭탄모양, 세븐틴의 다이아몬드 모양의 '캐럿봉', 블랙핑크의 '뿅봉'은 망치 모양, 엔씨티(NCT)는 그룹의 초록색의 발광력이 엄청난 사각형 모양의 '믐뭠봉'까지 독창적 콘셉트로 차별화를 이뤄냈다. 특히, 방탄소년단의 '아미밤'은 글로벌 시장에서 수백만 개가 판매되며 팬덤 경제의 대표적 상징이 됐다. 이와 같은 사례는 응원봉이 단순히 빛나는 스틱 조명 장치가 아닌, 팬덤 정체성을 집약한 상징물을 넘어서 팬덤의 소속감과 동질감을 높여주는 상징성으로 이어지고있어 이를 지켜주는 것은 수십년간 이어진 불문율이다.
응원봉의 무형 자산 가치
응원봉은 세 가지 차원에서 무형 자산으로 기능한다.
응원봉의 형태와 색상은 로고나 심볼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공연장에서 수천 개의 응원봉이 만들어내는 집단적 불빛은 브랜드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응원봉을 소유하는 행위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팬덤 소속 의지를 확인하는 절차와 같다. 응원봉은 팬덤을 구분하는 상징으로 작동한다. 뿐만아니라 최근에는 중앙 제어, 블루투스 등 첨단 기술이 추가되어 공연 연출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응원봉은 단일 상품으로도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콘서트 투어와 온라인 판매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한다. 저렴하게는 3만원에서 지드래곤의 '위버맨쉬 오피셜 라이트 스틱'은 팔만 육천원, '라이트 스틱 크래들'은 십일만 구천원으로 응원봉을 넘어서 무드등으로 사용하는 등 고가의 상품 뿐만 아니라 미니 키링, 응원봉을 꾸밀 수 있는 후드, 스티커 등 굿즈 시장에서 가장 지속적으로 판매되는 상품군이다.
경제적 파장
더보이즈와 QWER의 응원봉 유사성 논란은 응원봉이 단순 조명 장치가 아니라 자산적 성격을 지닌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응원봉 디자인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지식재산권 체계의 미비를 드러냈다. 현재 디자인권과 저작권의 적용 범위는 불명확하며, 업계 차원의 등록 제도나 분쟁 조정 기구도 부재하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과 한국연예제작자협회가 업계 표준 마련을 촉구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팬덤이 응원봉의 독창성을 중시하는 상황에서 유사한 디자인이 반복된다면 시장 전체의 신뢰는 훼손될 수 있다. 이는 응원봉 판매 위축으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 굿즈 시장 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팬덤 갈등은 아티스트 브랜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극단적인 팬덤 충돌은 신규 팬의 유입을 막고, 해외 시장에서 K팝의 이미지와 신뢰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소속사가 신속하게 상징성을 보호하려는 태도를 보일 경우 브랜드 충성도는 강화될 수 있다.
글로벌 사례
응원봉은 해외 시장, 특히 K팝에서 중요한 차별화 요소로 인식된다. 일본 아이돌 시장에서는 ‘펜라이트’가 일반적으로 사용되지만 그룹별 디자인은 크게 구분되지 않는다. 반면 K팝 산업은 독창적 디자인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은 응원봉을 꾸준히 개발하며 차별성을 구축해 왔다.
K팝 응원봉은 공연 체험을 강화하는 도구로 기능하고, 해외 팬덤에게는 단순 기념품이 아니라 팬덤 소속과 정체성을 증명하는 상징으로 작용한다. 응원봉은 글로벌 K팝 굿즈 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재판매 시장에서도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2024년 탄핵 시위 현장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꾼 K-응원봉의 시작이 더보이즈의 팬덤 '더비봉'이 첫 시작이었다. 연대의 의미로 급부상 했던 응원봉 물결은 더비봉을 시작으로 많은 팬덤에서 시위 현장현장으로 향하게 했다. 시위 현장에서는 아이돌의 노래를 활용한 노래를 외워 떼창을 하고, 응원봉 외우기를 하는 등 응원봉의 빛나는 역사는 팬덤 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이후 대만 등 다른 나라에서도 응원봉이 정치적 시위 현장에서도 사용되며 새로운 문화적 상징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이브는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팀코리아 응원봉’을 제작해 K팝 응원 문화를 스포츠 행사로 확장했다. 이 사례는 응원봉이 문화적 상징을 넘어 글로벌 스포츠 무대에서도 상업적 의미를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응원봉은 글로벌 시장에서 K팝 팬덤 전략의 핵심이자 경쟁력을 구분 짓는 수단으로 자리하고 있다.
법적 공백과 제도적 과제
응원봉 유사성 논란이 반복될 때마다 업계는 제도적 보완 필요성에 직면한다. 디자인권 등록과 저작권 적용 범위는 여전히 불명확하며, 응원봉과 같은 단순한 조형물 변형 디자인은 보호 여부가 판례와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은 성명을 통해 창의성을 보호하는 동시에 활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업계 차원의 합의와 조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응원봉 디자인 문제는 개별 그룹의 분쟁을 넘어 K팝 산업 전반의 신뢰와 지속 가능성과 연결된 사안이라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팬덤 경제와 소비자 신뢰
팬덤은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시장을 움직이는 주체다. 팬덤의 충성도는 소속사와 아티스트의 장기 수익으로 직결된다. 응원봉은 팬덤 경제에서 입장권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원헌드레드레이블이 법적 절차를 포함한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은 단순한 디자인 분쟁 대응을 넘어 팬덤과의 신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신속한 대응은 팬덤 결속을 강화하고 브랜드 이미지 회복에 기여한다. 반대로 QWER 소속사가 응원봉 판매 강행을 고수한 태도는 갈등을 장기화할 위험을 안고 있다.
KtN 리포트
응원봉은 작은 굿즈이지만 브랜드, 팬덤, 산업 전체의 가치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더보이즈와 QWER의 논란은 응원봉이 지닌 상징성과 경제적 의미를 다시 확인하는 사건으로 이어지고 있다.
K팝 산업은 응원봉을 무형 자산으로 인식하며 지식재산권 보호와 분쟁 조정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응원봉이 단순한 상품에 머무르지 않고 K팝 산업 성장의 기반 자산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과 성숙한 팬덤 문화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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