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와 접근성이 예술의 시간을 대체한 시대, 스크린은 더 이상 하나의 공간이 아니다

[KtN 신미희기자]집 안의 화면이 극장을 대신하고 있다. OTT 플랫폼은 언제 어디서든 영화를 볼 수 있는 편의성을 앞세워 스크린의 권위를 흡수했고, 관객은 더 이상 어두운 상영관에 들어갈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상영 시간이 정해진 공간이 아니라 클릭 한 번으로 연결되는 무한한 목록 속에서 영화는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로 변했다. 관람은 체험이 아닌 습관이 되었고, 영화는 집중의 예술에서 배경의 콘텐츠로 바뀌었다.

2024년 기준 국내 OTT 이용자는 3,200만 명을 넘었고, 1인당 하루 평균 시청 시간은 97분에 달했다. 같은 기간 극장 관객 수는 30퍼센트 가까이 줄었다. 이 수치는 기술이 아니라 문화의 전환을 보여준다. 플랫폼은 시간의 제약을 해체하며 관람의 구조를 재편했다. 관객은 표를 예매하지 않아도 되고, 상영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영화는 더 이상 ‘함께 보는 경험’이 아니라 ‘혼자 선택하는 영상’이 됐다. 이 변화는 단순한 관람 형태의 문제가 아니라, 예술의 존재 방식 자체를 바꿔놓은 사건이다.

한때 극장은 감정의 공동체였다. 어둠 속에서 낯선 타인과 숨을 맞추며 스크린을 바라보는 시간은 공동의 정서를 형성했고, 그 집중의 밀도가 영화의 ‘극장성’을 완성했다. 장면이 끝날 때마다 들리는 미세한 숨소리,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의 정적, 불이 켜지는 순간의 여운이 모두 감상의 일부였다. 하지만 이제 관객은 스크린을 개인의 화면으로 바꾸었고, 영화는 관계의 예술이 아니라 개인화된 취향의 일부로 소비된다. 극장은 감정의 공간이었지만, 플랫폼은 감정을 데이터로 분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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