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신미희기자] 명품 소비의 문턱은 높아 보이지만, 브랜드는 언제나 입구를 설계한다. 루이비통의 소형 가죽제품 라인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진입 가격대는 120만 원 전후, 지갑·카드홀더·여권 커버 등으로 구성된 초입 제품군이 중심이다. 고가의 가방 대신 이 작은 제품이 브랜드의 첫 접점이 된다. 진입 가격대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관계의 구조다. 소비자는 그 구조 속에서 자신이 ‘럭셔리의 세계에 들어섰다’는 감각을 경험한다.

루이비통은 그 감각을 정교하게 설계한다. 브랜드 내부 자료에 따르면 소형 가죽제품 구매자의 약 40%가 1년 내 상위 제품으로 이동한다. 초입 제품군은 일종의 심리 실험실이다. 가격은 낮지 않지만 접근 가능하도록 보정되어 있다. 소비자는 ‘가장 저렴한 루이비통’을 산다고 믿지만, 브랜드 입장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수익 상품’을 판다. 진입 가격대는 마케팅 언어가 아니라 수익 구조의 언어다.

이 공식은 루이비통만의 방식이 아니다. 구찌, 프라다, 디올, 샤넬 등 주요 하우스 모두 초입 제품군을 강화했다. 백화점 매출의 상당 부분이 소형 가죽제품에서 발생한다. 브랜드는 진입 가격대를 이용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고가 제품군으로 이동시키는 피라미드 구조를 구축한다. 대중은 진입선을 넘어섰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구조 안으로 편입된 것이다. 진입 가격대는 시장의 문을 여는 장치이자, 소비자를 가두는 문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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