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신미희기자]럭셔리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지만 소비자의 감정은 점점 식고 있다. 가격 인상은 멈추지 않고 신제품은 쏟아지지만, 만족의 온도는 하락 중이다. 루이비통을 비롯한 주요 브랜드는 매년 5~10%의 가격 조정을 반복한다. 지갑 한 개의 가격이 3년 만에 30% 이상 상승했다. 숫자는 오르지만 감정은 둔화된다. 이 불균형이 ‘가격의 피로’다.

가격의 피로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다. 소비는 계속되지만 열정은 줄어든다. 명품을 산다는 행위가 습관으로 바뀌는 순간, 브랜드의 상징성은 균열을 맞는다. 루이비통의 진입 가격대와 초입 제품군은 접근성을 넓혔지만, 상징의 희소성을 약화시켰다. 누구나 살 수 있는 명품이 된 순간, 럭셔리는 자가소진의 단계에 들어간다. 가격은 높아졌지만 감정은 그만큼 깊어지지 않았다.

브랜드는 가격을 통해 신뢰를 유지하려 한다. 그러나 인상률이 신뢰의 척도로 기능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루이비통의 소형 가죽제품, 샤넬의 클래식 백, 에르메스의 버킨은 부의 상징에서 피로의 단위로 변했다. 가격이 오를수록 소비자는 이유를 묻는다. 브랜드가 논리를 제시하지 못하면, 소비자는 침묵으로 대응한다. 구매는 이어지지만 신뢰는 빠르게 식는다. 시장의 온도는 뜨겁지만, 열기의 방향은 이미 변했다.

구독자 전용 기사 입니다.
회원 로그인 구독신청
저작권자 © KtN (K trendy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