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리스트보다 감정, 알고리즘보다 진심 — 음악이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는 2025년의 흐름

[KtN 신미희기자]2025년의 글로벌 음악 시장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좌표 위에 서 있다. 차트는 여전히 수치로 움직이지만, 그 수치를 움직이는 힘은 숫자가 아니라 감정이다. 스트리밍의 재생 시간, 반복 청취율, SNS 인용 빈도, 댓글의 정서 분석까지 모든 지표가 ‘감정 반응’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산업은 기술의 언어로 진화했지만, 그 안에서 살아남는 음악은 결국 인간의 언어를 회복한 음악이다. 이 흐름을 가리켜 비평가들은 ‘포스트 팝(post-pop)’이라 부른다. 팝 이후의 팝, 즉 유행과 마케팅의 시대를 지나 다시 감정이 중심이 된 음악의 귀환이다.

이번 주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는 그 변화를 실감하게 만든다. HUNTR/X의 골든이 1위를 지키는 가운데, 알렉스 워렌의 오디너리와 올리비아 딘의 맨 아이 니드가 각각 4위와 5위로 상승했고, 사자 보이즈의 소다 팝이 8위를 기록했다. 모두 감정을 전면에 내세운 곡이다. 화려한 비트나 거대한 프로덕션보다 ‘진짜 감정’을 앞세운 노래들이 상위권을 점령했다.

음악 산업의 패러다임은 이제 완전히 바뀌었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과거의 클릭 중심 구조를 버리고, ‘청취자의 체류 시간’을 핵심 변수로 삼고 있다. 노래가 끝나도 재생을 멈추지 않고 같은 곡에 머무는 시간, 후렴을 반복해 듣는 패턴이 새로운 성공의 척도다. 리스너는 자극이 아닌 위로를, 강렬함이 아닌 지속적인 몰입을 원한다. 알고리즘은 결국 인간의 감정 데이터를 학습하며, 다시 인간의 감정을 선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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