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향수 산업이 문화의 감각에서 경제의 구조로 확장되는 길
[KtN 임우경기자]한국 향수 산업이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한 준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한류의 확장은 더 이상 음악과 영상에 머물지 않는다. 감각의 영역으로 이동한 문화 수출은 ‘K-Scent’라는 이름으로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엘로리아(ELOREA)를 비롯한 새로운 향수 브랜드들이 등장하며 한국의 향 문화가 세계 소비자에게 소개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산업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구조적 토대가 필요하다. 향의 스토리가 감정을 움직였다면, 이제는 생산과 유통의 체계가 시장의 신뢰를 구축해야 하는 시점이다.
세계 시장의 흐름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글로벌 향수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5% 안팎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량생산이 아닌 소규모 브랜드 중심의 ‘니치 향수’ 부문이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민텔(Mintel)은 소비자가 향을 통해 개성과 정체성을 표현하려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 향수 시장 역시 이 흐름과 보조를 맞추며 확장 중이다. 하지만 산업으로서의 완성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급망, 품질 관리, 수출 구조라는 세 가지 축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 향수 산업의 가장 큰 약점은 원료 공급 체계의 불안정성이다. 한국산 향료는 독창성이 강점이지만, 재배·추출·가공 과정이 아직 분산돼 있다. 배, 자작나무, 막걸리, 침향 등 고유 향료의 품질은 계절과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다. 향료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농가와 조향업체, 향료 가공업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급 구조가 필요하다. 특히 천연 향료의 안정적 생산과 품질 유지에는 장기적 투자가 필수적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기업이 협력해 향료 작물의 재배 단지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산업 규모로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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