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쉐론 콘스탄틴 270년, 라 케트가 드러낸 초고가 시계 시장의 권위 구조

Vacheron Constantin Marks 270 Years With Les Cabinotiers “La Quête” 사진=Vacheron Constanti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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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임우경기자]1755년 제네바에서 시작된 바쉐론 콘스탄틴은 270년 동안 시계 산업의 최상층을 지켜왔다. 올해 공개된 라 케트(La Quête) 시리즈는 단순한 기념 제품이 아니라, 초고가 시계 산업의 구조와 방향을 압축한 사건이다. 시계가 시간을 재는 도구에서 의미를 설계하는 매체로 변했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다.

라 케트는 탐구를 뜻한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기술적 정밀함과 예술적 조형을 결합해 시간의 본질을 다시 정의했다. 천문학, 신화, 영웅 서사로 구성된 시리즈는 기능의 완성보다 상징의 생산에 집중했다. 정밀한 기술은 이미 상한선에 도달했으며, 초고가 시계 산업의 경쟁은 의미와 서사를 구축하는 단계로 이동했다.

라 케트의 모든 모델은 단 한 점씩만 제작됐다. 각 시계는 별자리, 신화, 영웅의 이야기를 주제로 삼았다. 제작 목적은 시간의 정확한 측정이 아니라 시간에 관한 세계관의 시각화다. 장인의 노동, 공예의 기술, 예술의 상상력이 결합된 결과물은 시간의 흐름보다 인간의 욕망을 기록한다.

시계 산업의 중심 가치였던 정밀성은 이미 충분히 증명됐다. 남은 영역은 해석과 서사다. 라 케트 시리즈는 이 전환의 증거로 남는다. 투르비용, 미니어처 조각, 에나멜 페인팅, 기요셰 문양, 보석 세공이 결합되며 시계는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됐다. 기술의 언어는 조형의 언어로 대체됐다.

Vacheron Constantin Marks 270 Years With Les Cabinotiers “La Quête” 사진=Vacheron Constanti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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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오브 더 플레이아데스 모델은 천문학과 신화를 결합한 상징적 작품이다. 오리온에게 쫓기던 일곱 자매를 별자리로 남긴 전설이 금속 위에 새겨졌다. 450시간이 넘는 조각 작업이 투입된 케이스는 하나의 신화를 입체적으로 재현했다. 코스미카 듀오 모델은 천문학적 시간과 기계적 시간을 양면 구조로 구현했다. 별의 움직임과 톱니의 운동이 맞물려 작동하며, 인간의 시간과 우주의 시간이 동시에 펼쳐진다.

문 더스트 모델은 장식의 극단을 보여준다. 200개가 넘는 바게트 다이아몬드가 백금 케이스를 덮고, 표면의 반짝임이 달의 먼지를 형상화했다. 화려한 외관보다 주목할 부분은 노동의 밀도다. 다이아몬드 세팅, 표면 조각, 에나멜 도포 과정이 수백 시간 동안 이어진다. 장인의 기술은 브랜드의 상징으로 전환되고, 보석의 빛은 인간의 노동이 만든 결과로 남는다.

라 케트 시리즈는 신화적 인물을 주제로 삼은 작품들도 포함한다. 헤라클레스, 알렉산더 대왕, 징기스칸이 다이얼 위에 새겨졌다. 인물의 선택은 인간의 의지와 도전, 권력을 상징한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이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탐구 정신을 찬미했지만, 초고가 시계 시장에서는 이 구성이 사회적 위상의 상징으로 작동한다. 시계는 개인의 미적 취향보다 경제적 위치를 드러내는 매개로 기능한다.

초고가 시계 시장의 구조는 희소성에 기반한다. 라 케트 시리즈는 가격이 공개되지 않는다. 판매 대상은 제한되어 있으며, 접근 자체가 하나의 지위로 인식된다. 유통되지 않는 정보가 가치의 핵심이 되고, 접근 불가능성이 소유의 상징으로 전환된다. 초고가 브랜드들은 판매보다 존재 자체를 전략의 중심에 둔다. 파텍 필립, 오데마 피게, 리차드 밀 등 주요 브랜드가 동일한 구조를 유지한다.

Vacheron Constantin Marks 270 Years With Les Cabinotiers “La Quête” 사진=Vacheron Constanti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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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관점에서 라 케트는 수익보다 상징 자산의 축적을 목표로 한다. 초고가 모델의 판매량은 미미하지만, 그 존재가 브랜드 전체의 가격 체계를 지탱한다. 수백만 달러대 모델이 존재하기 때문에 수만 달러대 제품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브랜드의 피라미드 구조에서 최상단은 판매가 아니라 인식의 정점을 담당한다.

최근 고급 시계 산업은 기술의 경쟁에서 예술의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장인정신, 조각, 회화, 천문학, 보석 세공이 브랜드 정체성의 중심이 됐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이 전환을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제조사로 평가된다. 라 케트는 기술의 발전이 멈춘 지점에서 상징의 언어가 등장했음을 입증한다.

라 케트 시리즈는 초고가 시계 산업의 본질을 압축한 결과물이다. 시계 제작은 이제 시간의 재현이 아니라 의미의 창조다. 정밀한 기계 구조가 아니라 세계관을 구현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초고가 시계를 구입하는 행위는 정확한 시간을 얻는 일이 아니라, 서사와 철학을 선택하는 일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270년은 기술의 역사이자 상징의 역사다. 라 케트는 이 두 축이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했다. 시계의 바늘은 여전히 움직이지만, 가리키는 방향은 초와 분이 아니라 사회적 신호와 상징적 위상이다.

시간을 재던 도구가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라 케트는 그 전환의 기록이자 선언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기술의 끝에서 서사를 구축했고, 시계 산업은 그 서사를 중심으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Vacheron Constantin Marks 270 Years With Les Cabinotiers “La Quête” 사진=Vacheron Constanti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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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쉐론 콘스탄틴 ‘라 케트’ 주요 시계 비교

모델명 주제·서사 구조 주요 기술 구성 조형·장식 특징 상징적 의미
Armillary Tourbillon ‘Myth of the Pleiades’ 그리스 신화 ‘플레이아데스 자매와 오리온의 추격’ 이중축 아밀러리 투르비용, 바이레트로그레이드 시·분 표시 450시간 수공 조각, 다이아몬드로 구성된 별자리, 18K 로즈골드 케이스 신화를 시간 구조로 재해석한 사례. 신성함과 인간의 욕망이 병존하는 상징
Cosmica Duo Grand Complication 인간의 시간과 우주의 시간 병치 24개 기능(항성시·일출·일몰·진태양시·윤년 등), 리버서블 케이스 북반구 천체도, 투명한 오픈워크 무브먼트, 1000여 부품 구조 천체운동을 기계로 치환한 시도. 인간이 우주 질서를 소유하려는 욕망의 표현
Grand Complication High Jewelry ‘Moon Dust’ 달과 광휘의 상징적 재현 16개 기능(투르비용·영구력 캘린더·천문 표시) 200여 개 바게트 다이아몬드, 165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세팅 보석의 광채를 천문학적 신비로 치환. 장식이 권위를 대체한 모델
Celestia Astronomical Grand Complication ‘Homage to Ptolemy & Copernicus’ 우주관의 대립: 지구 중심 vs 태양 중심 23개 천문 기능, 3개 독립 기어 트레인, 3주 파워리저브 샹플레베 인그레이빙, 각 240시간 조각, 백금·핑크골드 케이스 과학사적 사유를 미학으로 번역. 인간의 인식 구조를 시각화
Homage to Epic Warriors Minute Repeater 역사·신화 속 전사의 초상 미니어처 에나멜화, 수공 인그레이빙, 미니트 리피터 칼리버 1731 18K 옐로골드 다이얼, 300시간 공예, 그랑 푀 기법 인간의 용기와 권력의 서사를 미시적 조형으로 표현
The Labours of Heracles 헤라클레스의 열두 과업 위성시 디스플레이 칼리버 1120 AT 미니어처 조각·에나멜·지도 장식, 40시간 마이크로 조각 인간의 도전과 한계 극복을 시간의 운동으로 치환한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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