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확산기, 보건 접근성 불평등이 만든 서사적 조건

[KtN 김동희기자]뮤지컬 렌트는 에이즈가 미국 사회에서 확산하던 시기에 도시 공간과 보건 접근성 불평등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구체적으로 관찰하는 방식으로 서사를 구성한다. 질병을 소재로 사용하면서도 공포를 조장하거나 동정의 대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건강 상태가 삶의 기회, 관계 유지, 노동 선택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 가능한 사실 형태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렌트 속 인물 구성과 사건 전개는 특정 시대 보건 체계의 조건을 기록한 자료로도 검토될 수 있다.

1990년대 뉴욕에서 에이즈 확진자는 꾸준히 증가했다. 공중보건 체계는 감염 확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치료제 접근성은 지역과 경제력에 따라 큰 차이가 발생했다. 의료보험 제도에서 지원받지 못하거나 비정규 노동을 이어가던 시민은 치료 정보를 얻기 어려웠고, 응급 상황에서 충분한 조치를 받기 힘든 환경에 놓였다. 이러한 조건은 이스트빌리지의 예술가 커뮤니티에서 더욱 크게 나타났다. 창작 노동자는 상당수가 안정적인 건강보험 제공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렌트는 이 조건을 단순한 배경으로 처리하지 않고 인물 삶의 주요 변수로 구성한다. 엔젤과 콜린 서사는 돌봄 부담과 의료 접근성 불평등이 관계 유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엔젤의 건강 상태는 급격하게 변하며 콜린의 생활 리듬과 경제 활동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동한다. 해당 방식은 한 개인의 질병이 주변 관계망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는 도시 보건의 현실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연구 자료에서도 해당 서사 구조를 ‘비가시적 위험의 생활화’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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