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흔들릴 때 손에 잡히는 가장 작은 사치
[KtN 박준식 기자] 한국 프래그런스 시장에서 감정 소비 흐름이 선명해지고 있다. 차량, 드레스룸, 개인 서랍 위에서 사용자가 직접 감정을 켜고 끄는 행위가 하나의 루틴으로 자리 잡으며, 프래그런스는 더 이상 곁가지 산업이 아니다. 프래그런스 레이블 LALALULI를 이끄는 이아름 대표는 이러한 변화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관찰해온 인물이다. 라이프스타일 오브제로서의 프래그런스, 시간 기반 감정 설계, 여성 창업과 지역 기반 제조 생태계까지, 이아름 대표는 인터뷰에서 시장 흐름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향을 통해 바꾸고 싶은 일상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아름 대표는 향을 감정의 리모컨이라고 정의했다.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관리가 어렵다. 그런데 향은 작은 변화로 시작해 감정 전체에 파문을 만들 수 있다. 필요한 순간에 켜고, 진정이 필요할 때 한 방울 더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프래그런스다.” 이아름 대표는 단순 방향제가 아닌 감정 관리 솔루션으로서 향을 연구하고 있다. 사용자는 자신의 감정 상태를 스스로 조절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LALALULI가 제안하는 구성은 사용자가 감정을 스스로 흔드는 경험을 설계하는 구조다.
창업 전 이아름 대표는 철저히 현실적이었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했고, 의류 벤더 회사에서 해외영업 업무를 맡으며 제조업 공급망을 이해했다. 품질 검수, 협력사 조율, 해외 파트너 커뮤니케이션까지 제품이 고객 손에 닿는 과정을 세밀하게 경험했다. 업무 외 시간에는 플라워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공간 연출 감각과 색채 구성 경험을 쌓았다. 이 경험이 LALALULI에서 ‘향을 통한 공간 연출’이라는 기획적 기반이 됐다. 기업과 예술의 경계를 오가며 감각과 구조를 동시에 확보한 셈이다.
전환점은 고양시 여성인력개발센터 창업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온라인 판매 실무, 회계, 콘텐츠 제작, 브랜딩 전략, AI 기반 영상 제작까지 실습 중심 교육을 통해 독립적인 브랜드 운영 역량을 갖출 수 있었다.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린 부분은 ‘향을 어떤 언어로 설명할 것인가’였다. 냄새는 화면에서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문장, 이미지, 영상, 사용자 상황 묘사까지 모든 것이 간접 체험 장치가 되어야 했다.” 이아름 대표는 현실적 제약이 오히려 브랜드의 기획 능력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LALALULI의 핵심은 시간이다. 하루를 기준으로 감정 흐름을 단계별로 분리하고, 네 가지 시그니처 향을 그 구조에 배치했다. MISTY GREEN 530은 이른 아침 준비 단계, GOLDEN HOUR 100은 오전의 기대감, AURUM MOSS 430은 오후의 리듬 유지, SANTAL MUGWORT 930은 심리적 회복과 안정의 시간에 대응하는 조향 구조다. 이 설계는 누구나 동일하게 갖는 시간의 흐름을 기반으로 한다. 사용자별 공간 사용 패턴이 다르더라도 시간은 공통적이며, 감정 역시 시간에 따라 움직인다. 이아름 대표는 “향을 고정된 곳에 두는 방식보다 감정에 따라 가볍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품 형태 역시 정교하게 조율됐다. 석고 오브제 위에 프래그런스 오일을 떨어뜨려 사용하는 방식은 향을 단순히 흘러나오게 두지 않는다. 사용자의 의식적 행동이 감정을 전환하는 신호가 된다. “자동으로 향이 퍼지는 방식은 감정에 대한 주도권이 약하다. 사용자가 한 번 더 생각하고 손끝으로 향을 켜는 과정에서 감정이 다시 정리된다. 행동이 개입돼야 감정의 방향도 의식된다.” 이아름 대표는 물리적 설계가 감정 경험을 어떻게 바꾸는지 연구하고 있다.
사업 환경적 관점에서도 LALALULI의 접근은 시기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 온라인 쇼핑의 일상화, 선물하기 플랫폼의 확산, 감정 소비와 자기 관리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프래그런스는 작은 금액으로 기분 전환이 가능하며, 타인에게 전달될 때도 취향 존중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 선물 경제 확장과 프래그런스 시장 성장 곡선이 정확히 만나는 지점에서 LALALULI의 운영 전략이 시작된 것이다. “매장이 없어도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시대다. 오히려 디지털 콘텐츠로 감정 경험을 구축해야 한다.”
품질 관리는 제조업 기반 경력에서 비롯한 강점이다. 향료 안정성 테스트, 생산 라인 위생 관리, 패키징 품질 검증까지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기준을 정립하고 있다. 가격 경쟁보다 감정 경험 완성도가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프래그런스는 일상에 깊숙이 남는다. 감정 관리 도구로 쓰이는 제품인 만큼 품질에 관한 신뢰가 절대적이다. 작은 불편도 감정 경험에 방해가 된다.” 이아름 대표는 제품의 물리적 완성도가 감정 경험에 직결된다는 점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두고 있다.
시장 경쟁 상황에 대한 분석도 현실적이다. 글로벌 니치 브랜드와 대형 화장품 기업이 포진해 있고 선택지는 이미 충분하다. 그래서 LALALULI는 거래 조건이나 대중성보다 “사용 이유를 정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 구조”를 선택했다. “아침 향, 오후 향, 밤 향”이라는 기준은 감정경제 시대 소비자에게 가장 단순하면서 강력한 설명 방식이다. 사용자가 스스로 향의 역할을 규정할 수 있는 구조가 감정 소비의 본질이다.
창업자로서의 책임과 목표에 대해 이아름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감정은 누구에게나 매일 존재한다. 다만 관리할 수 있는 손잡이가 필요하다. LALALULI는 기분이 흔들리는 순간 손에 잡히는 작은 사치 같은 존재가 되고자 한다. 큰 변화가 아니라도, 하루를 잘 보냈다는 감정을 만들 수 있다면 충분하다.” 프래그런스가 감정경제 시대의 일상 도구가 되어가는 흐름 속에서 LALALULI는 감정과 시간을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의 답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 프래그런스 시장은 성장성을 가진 영역이다. 향을 통해 감정의 위치를 바꾸는 경험은 경제 논리로도 설명 가능하다. 감정이 건강하면 생산성과 집중력이 높아지고, 일상의 만족도가 올라가며, 사회적 관계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다. 감정경제의 확산은 프래그런스의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있다. 이아름 대표는 감정 설계 기술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확장할 준비가 되어 있다. 감정 경험이 한국에서 증명되면 해외로 이동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인터뷰를 정리하며 이아름 대표는 LALALULI의 방향을 설명했다.
“향은 공기 속으로 스쳐 지나도 감정은 남습니다. 남은 감정이 반복되면 일상이 바뀌고, 일상이 변하면 삶이 달라집니다. 프래그런스는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산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감정경제가 확산되는 시장에서 프래그런스는 하루를 지탱하는 작고 현실적인 장치로 작동한다. LALALULI는 감정을 관리하는 경험을 구체적 제품으로 구현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소비 흐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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