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LALULI가 보여주는 한국 프래그런스 비즈니스의 새 방향

LALALULI. FIND JOY IN LIFE, AND MEANING IN EVERY DAY. 라라루리 대표 이아름.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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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박준식기자]한국 소비 시장에서 향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옷에 밴 냄새를 가리거나 실내 공기를 정리하는 정도로 여겨지던 향 제품은 이제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는 수단이자 감정을 다루는 도구가 됐다. 방과 거실뿐 아니라 차량, 드레스룸, 개인 서랍, 사무실 책상 위까지 향 오브제가 놓인다. 한 사람의 하루 동선이 곧 향의 동선이 된 셈이다. 공간을 바꾸기보다 감정을 바꾸는 쪽으로 선택 기준이 이동했고, 프래그런스는 그 흐름의 중심에 서게 됐다.

변화의 속도는 빠르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소비자는 기능보다 경험을 먼저 떠올린다. 향을 고를 때 “얼마나 오래 가는가”보다 “어떤 기분이 드는가”, “어떤 장소에 어울리는가”를 질문한다.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디자인과 스토리를 살펴보고, 향 제품을 선택할 때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맞는지 따진다. 향이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언어로 자리 잡는 과정이다.

이 흐름을 타고 등장한 브랜드가 고양시 기반 프래그런스 레이블 LALALULI다. LALALULI는 이름부터 방향이 분명하다. 라라라고 읽히는 앞부분에는 “흠뻑 즐거운 삶을 살다”는 뜻이, 루리라는 뒷부분에는 “뜻을 이루리라”는 의지가 담겨 있다. 향을 통해 기분 좋은 하루를 만들고, 작은 감정 관리가 장기적으로 삶의 방향까지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이 네 글자 네 음절에 동시에 실려 있다.

LALALULI. FIND JOY IN LIFE, AND MEANING IN EVERY DAY. 라라루리 대표 이아름.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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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LALULI가 겨냥하는 영역은 단순 방향제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프래그런스 컬렉션이다. 차량 송풍구, 옷장, 드레스룸, 침실, 서재, 오피스 책상 한쪽, 호텔형 에어비앤비 공간까지 적용 범위를 넓게 본다. 향을 고정된 장소에 묶어두지 않고 사용자의 동선과 감정 흐름에 따라 옮겨가도록 설계하는 방향이다.

핵심 전략은 ‘시간’에 있다. LALALULI는 하루를 네 개의 장면으로 쪼갰다. 새벽에 가까운 이른 오전, 활기가 올라오는 오전 중반, 리듬이 꺾이는 오후, 하루를 정리하는 밤 시간. 여기에 각기 다른 향을 배치했다. 공개 준비 중인 대표 시그니처 라인은 MISTY GREEN 530, GOLDEN HOUR 100, AURUM MOSS 430, SANTAL MUGWORT 930 네 가지다. 숫자는 각 향이 상정한 시각을 뜻한다. 5시 30분, 10시, 4시 30분, 9시 30분.

MISTY GREEN 530은 새벽 공기와 가벼운 운동, 조용한 명상을 떠올리며 설계된 향이다. 녹차와 화이트 플로럴 계열이 중심이다. GOLDEN HOUR 100은 오전 업무 시작 전, 첫 미팅을 준비하는 시간대를 겨냥한다. 금목서의 달콤함과 은은한 허브 계열이 어우러진 구성이며, 차량 탑승 직전, 사무실 책상에 앉기 전 사용을 상정하고 있다. AURUM MOSS 430은 오후 카페, 작업실, 라운지 같은 공간을 떠올리며 잔잔한 이끼 향과 플로럴 노트를 조합했다. SANTAL MUGWORT 930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침실, 거실, 욕실 주변을 주요 무대로 잡고 샌달우드와 쑥 계열을 결합해 긴장을 낮추는 이미지를 노린다.

LALALULI. FIND JOY IN LIFE, AND MEANING IN EVERY DAY. 라라루리 대표 이아름.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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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제품은 차량, 옷장, 책장, 협탁, 거실 선반 등 특정 공간을 전제로 제작됐다기보다, 시간과 감정 상태를 기준으로 설계됐다. 이아름 대표는 인터뷰에서 “사람마다 동선은 다르지만 시간의 흐름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래서 시간에 맞는 향을 제안하면 사용자가 각자 쓰는 공간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말했다. LALALULI의 고객 설계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세세하게 쪼개기보다,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하루 구조를 중심으로 라인업을 짜는 방식이다.

물리적 형태도 프래그런스 경험을 세심하게 반영했다. LALALULI는 액체가 담긴 병에 스틱을 꽂아두는 고정형 방식보다, 석고 오브제와 프래그런스 오일을 함께 구성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사용자가 차량 대시보드, 드레스룸 서랍, 침대 옆 협탁 위에 석고 오브제를 올려두고, 필요할 때마다 오일을 2~3방울 떨어뜨려 쓰도록 설계했다. 이아름 대표는 인터뷰에서 “기분이 필요할 때 향을 켜고, 집중하고 싶을 때 한 방울 더 쓴다는 느낌으로 사용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향이 자동으로 계속 나오는 상태에서 벗어나, 사용자가 감정을 조절하는 리모컨 역할로 향을 활용하는 그림이다.

LALALULI. FIND JOY IN LIFE, AND MEANING IN EVERY DAY. 라라루리 대표 이아름.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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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름 대표의 경로 역시 현재 프래그런스 비즈니스 지형을 이해하는 데 의미가 있다. 중국어 전공으로 의류 벤더 회사 해외영업 파트에서 커리어를 쌓았고, 주말에는 플라워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회사 업무에서 품질 관리와 협력사 커뮤니케이션을 맡으며 제조업 프로세스를 익혔고, 플라워 작업을 통해 색감과 질감, 공간 연출 감각을 축적했다. 10여 년 직장 생활 이후, 고양시 여성인력개발센터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 판매 실무와 회계, 마케팅, AI 활용 영상제작 과정까지 교육받으며 LALALULI를 준비했다.

여기에는 구조적 변화가 겹쳐 있다. 하나는 여성 창업의 증가다. 특히 라이프스타일, 프래그런스, 플라워, 리빙 소품 등 감각 산업에서 여성 창업 비중이 높다. 섬세한 취향 읽기와 일상 맥락 해석이 사업 아이템으로 전환되는 구조에서 여성 창업자의 강점이 드러난다. 다른 하나는 지역 기반 창업 인프라 강화다. 지자체와 여성인력개발기관이 온라인 판매, 콘텐츠 제작, 브랜딩 교육을 동시에 제공하면서 아이디어 수준에서 멈추던 감성 프로젝트가 실제 브랜드로 출시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 LALALULI는 그 접점에 놓인 예다.

프래그런스 시장 경쟁은 치열하다. 글로벌 니치 향수 브랜드, 대형 화장품 기업이 만든 서브 라인, 생활용품 회사의 기능형 제품까지 카테고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소비자는 이미 수십 개의 선택지를 알고 있다. 이 상황에서 LALALULI 같은 신규 브랜드가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화려한 서사를 붙이기보다 명확한 사용 구조를 제시해야 한다. LALALULI가 시간별 라인업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침 향, 오후 향, 밤 향”이라는 구분은 사용자에게 이해하기 쉬운 선택 기준을 제공한다.

LALALULI. FIND JOY IN LIFE, AND MEANING IN EVERY DAY. 라라루리 대표 이아름.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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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전략과 유통 전략 역시 감정 소비 흐름과 맞물려 있다. 향은 필수품이 아니지만, 소비자는 감정이 무너질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제품군 중 하나로 향을 떠올린다. ‘오늘은 나를 위해 작은 선물을 한다’는 심리에서 향을 구매하고, 타인에게 선물을 보낼 때도 취향 존중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 이아름 대표는 향후 온라인 쇼핑몰과 더불어 선물하기 플랫폼, 라이브커머스 등으로 접점을 넓힐 계획을 갖고 있다. 실물 매장이 없어도 전국 고객에게 도달할 수 있는 구조를 전제로 출발하는 방식이다.

브랜드의 핵심 과제는 향을 어떻게 설명하느냐다. 프래그런스는 화면으로 냄새를 전달할 수 없다. 따라서 언어, 이미지, 영상, 사용자 후기까지 모든 콘텐츠가 간접 체험 장치가 된다. ‘달콤하다’, ‘상쾌하다’라는 평면적인 표현을 넘어서, “출근 전 차량 안에서 창문을 살짝 내렸을 때 느껴지는 긴장과 기대”, “퇴근 후 거실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내려놓고 싶은 하루의 무게” 같은 구체적 장면까지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 LALALULI가 시간대 기준으로 기획을 한 만큼, 디지털 콘텐츠에서도 그 시간의 공기를 촘촘하게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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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관점에서 LALALULI의 진입 방식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감정 소비 구조가 뚜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향은 더 이상 집 안 공기를 바꾸는 소모품이 아니라, 개인이 하루를 관리하는 감정 도구로 쓰이고 있다. 차량에서의 짧은 이동 시간, 드레스룸에서 옷을 고르는 순간, 침실 루틴, 재택 근무 중 잠깐의 환기 시간까지 모두 프래그런스의 무대다. LALALULI는 그 순간들을 ‘시간’이라는 언어로 묶어낸 브랜드다.

한국 프래그런스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 여지가 크다. 합리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소비가 분명히 존재한다. 사용자는 스스로를 돌보기 위한 적정 비용을 유지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향 제품은 부담이 적고 만족감이 높은 선택지가 된다. LALALULI처럼 감정을 설계하는 구조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브랜드라면, 규모와 상관없이 시장 안에서 자리를 찾을 수 있다. 관건은 감정 경험을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일상의 루틴으로 정착시키는 능력이다. 그 능력을 가진 브랜드가 감성 경제 시대의 새로운 플레이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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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래그런스 소비 변화

소비 기준 변화 항목 과거 중심 기준 현재 중심 기준 의미
향의 역할 공기 정리, 냄새 은폐 감정 전환, 하루 루틴 설계 향이 기능 재료에서 감정 도구로 이동
사용 공간 거실·욕실 중심 차량·사무실·드레스룸·개인 서랍까지 확대 개인 동선 전체가 향 경험 무대로 확대
구매 동기 필요에 따른 충동 구매 자기관리·기분 관리 목적 정체성 소비 확대
선택 기준 지속력·가격 우선 감정 서사·오브제 디자인 경험 가치 소비 강화
소비자 범위 취향 중심 소수 전 연령·전 성별 확산 시장 저변 확대
유통 접점 오프라인 매장 중심 온라인·선물 플랫폼 중심 선물 경제와 접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