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재해석과 실전 기능 사이의 충돌
[KtN 임우경기자]크로노그래프는 시계 산업에서 가장 넓은 스펙트럼을 갖는 장르다. 전쟁, 스포츠, 탐험, 과학의 현장에서 실용적 측정 기기로 사용되었고, 이후 수집 시장에서는 디자인 코드의 상징으로 변모했다. 2025 GPHG 크로노그래프 부문 수상작 Angelus Chronographe Télémètre는 이 양면성을 하나의 모델 안에서 동시에 끌어안고 있다.
문제는 바로 그 지점이다. 과거의 실전적 유산을 재해석하면서, 실제 착용 환경에서도 충분한 타당성을 확보했는가. 레트로 감성 재현이 미학적 선택에 그치지 않고, 현대적 기능으로 이어지는가.
Angelus는 한 시대를 대표한 크로노그래프 브랜드였다. 특히 군용과 측정용 도구 시계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며 유산을 쌓아왔다. Chronographe Télémètre는 이름 그대로 거리 측정 기능에 사용되는 텔레미터 스케일을 전면에 배치했다. 과거 포격 소리와 섬광 간의 시간 차이를 계산하기 위해 사용되던 실전적 특징이다.
그러나 현대 환경에서 텔레미터 스케일이 얼마나 활용되는지는 의문이다. 기능 유지 자체는 역사적 의미가 있지만, 현실적 사용성은 희박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산업적 역설이 발생한다. 실전용 기능이 과거형 심미 코드로 전환되었을 때, Angelus가 제시한 해석의 설득력이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가.
Chronographe Télémètre는 빈티지 워치 시장의 확장 흐름 속에서 등장했다. 소비자 관심은 점차 과시적 기술보다 클래식 비율과 과거적 문법으로 이동하는 상황이다. 라다움 없는 러그, 대형 숫자 인덱스, 레드 포인터 등 Angelus가 강조한 디자인 요소는 수집 시장의 추세에 부합한다.
하지만 빈티지 수요는 양날의 칼이다. 레트로 재현 모델은 과거가 가진 매력을 복사하는 데서 출발하지만, 그 가치는 결국 진정성 여부에서 갈린다. 단순 복각 수준이라면 시장은 빠르게 등을 돌린다. Angelus가 제시한 대답은 크로노그래프와 텔레미터의 조합에 현대적 마감과 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이었다. 다만 이 조합이 어느 정도의 추진력을 가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스포츠 워치 시장과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크로노그래프는 원래 스포츠 기능과 직접 연결되는 영역이다. 그러나 Chronographe Télémètre는 실용적 방수 능력이나 내충격 설계가 명확하게 강조되지 않는다. 착용 환경을 스포츠로 규정하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드레스 라인으로 분류하기도 모호하다. 장르 정의의 불분명함은 시장에서 방향성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현재 Angelus는 빈티지 팬층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지만, 광범위한 스포츠 시장에서 Rolex Daytona, Tudor Black Bay Chrono와 같은 경쟁자와 직접 맞붙기 위해서는 기능적 어필이 약하다.
그럼에도 이 모델이 수상한 사실은 의미가 있다. 전통적 크로노그래프의 복권이다. 산업은 다시 기본 구조의 매력을 살펴보고 있다. 기술적 복잡성이 아니라, 균형 잡힌 비율과 실용 기능을 명확히 표현한 디자인이 평가받는 흐름이다. 이는 크로노그래프 시장을 다시 원점으로 회귀시키는 징후일 수 있다.
Angelus Chronographe Télémètre 분석 표
| 평가 기준 | 장점 | 한계 |
|---|---|---|
| 디자인 언어 | 군용 크로노그래프 문법 충실 | 복각 인상의 제한적 창의성 |
| 기능 철학 | 텔레미터 등 실전 유산 유지 | 현대적 활용도 낮음 |
| 시장 포지션 | 빈티지 트렌드에 적합 | 스포츠 시장 경쟁력 미약 |
| 브랜드 방향성 | 역사 자산 재정립 기반 확보 | 장기 지속 전략은 불투명 |
| 소비자 기대 | 수집가층 공감 가능성 높음 | 대중적 선택으로 확장 어려움 |
Angelus Chronographe Télémètre가 제기하는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다. 레트로 재해석은 단지 과거의 감정을 복원하는 작업인가, 아니면 과거 유산을 미래적 맥락 속으로 확장하는 창작 행위인가. Angelus가 제시한 답은 아직 절반에 머물러 있다. 기본기는 분명하다. 그러나 명확한 오늘의 정의가 부족하다.
Vintage Revival은 현재 시계 산업의 중요한 축이다. 그러나 이 흐름이 지나친 반복으로 변하면 시장은 피로감을 느낀다. 레트로 재해석은 디자인이 과거를 닮아가는 문제가 아니라, 과거가 제시한 철학을 현재 어떻게 다시 활용하는가의 문제다. Angelus는 실전성 기반의 뿌리를 가진 브랜드다. 따라서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실전적 성능이 한층 강화된 진화형 접근이 요구된다.
빈티지 감성의 유효 기간은 길지 않다. 산업은 새 언어를 갈망한다. Angelus가 선택해야 하는 길은 뚜렷하다. 역사적 기반을 유지하되, 현대 시장의 실사용 조건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
Chronographe Télémètre는 수상이라는 장면에서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시장은 언제나 다음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시도가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무대는 손목 위이고, 그 판단은 착용자가 내린다. Angelus가 그 질문에 더 명확하게 답할 때 레트로는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미래적 재설계가 된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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