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보다 더 중요한 질문… ‘민주화된 창의성’은 오래 갈 수 있을까

Here are the Winners of the 2025 GPHG Watch Awards. 사진=MB&F,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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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임우경기자]Petite Aiguille Prize는 3,000~10,000 스위스 프랑 가격대의 시계 가운데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은 모델에게 돌아간다. 기술적 난이도보다 시장 접근성에 더 주목하는 상이다. 2025년 수상자는 MB&F의 서브 브랜드 M.A.D. Editions이 선보인 M.A.D.2 Green. 고가 독립 시계 제작의 상징으로 평가되어 온 Max Büsser가 소비자가 실제로 손이 닿을 수 있는 제품군에서 성과를 냈다는 사실은 업계 안팎 모두에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 시계는 박수와 동시에 질문도 끌어낸다. 실험적 창의성을 누구나 누릴 수 있게 설계한 전략은 장기적으로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과 충돌하지 않을까.

MB&F는 창작자 중심의 독립 시계 제조를 대표하는 이름이다. 기존 시계 문법에서 벗어난 HM(오로지 조형적 실험)과 LM(전통적 기술 강조)의 양축 라인업은 수십만 달러 가격대로 형성되며 시장의 ‘극소수’에게만 선택권을 제공했다. Büsser는 이 접근이 브랜드 철학을 지키는 최선이라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팬덤은 커지는데 실물 경험 기회가 제한되는 모순이 점차 커졌다. 그러한 긴장 속에서 탄생한 것이 M.A.D. Editions이다. 이 시도는 “창의성 공유”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브랜드 영향력 확대라는 경제적 과제가 존재한다.

M.A.D.2 Green은 기존과 동일하게 로터를 앞면에 드러내는 특유의 기계적 구성. 장식 강화보다 작동의 생동감을 전면으로 내세운 구조다. 이 방식은 성능 과시보다 경험 전달을 우선한다. 실용 가격대에서 기계의 움직임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만든 점이 호평을 얻었다. 그럼에도 기술적 요소는 기존 MB&F 라인업에 비해 간결하다. 이 차이는 구분선을 명확히 만들지만 동시에 리스크를 내포한다. 소비자가 “적은 비용으로도 비슷한 감정적 경험을 한다면, 왜 상위 모델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Here are the Winners of the 2025 GPHG Watch Awards. 사진=MB&F,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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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내부에서 발생하는 잠식 효과는 고급 산업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다. 명품 시장의 가치는 희소성과 정체성으로 측정된다. 접근성이 넓어질수록 브랜드의 정수는 약해질 수 있다. MB&F는 M.A.D. Editions를 별도 브랜드로 구축해 위험을 제어하려 한다. 그러나 고객 인식은 단일 기원으로 수렴되는 경향이 있다. “MB&F를 경험했다”라는 소비자 경험이 형성되면 상위 라인의 가격 기준은 재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수상은 기회와 부담을 동시에 확대한다. GPHG Petite Aiguille 수상은 M.A.D. Editions의 존재를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생산 수량과 공급 방식은 앞으로 더욱 강한 시선에 노출된다. 공급 제어가 실패하면 단숨에 투기 시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는 브랜드 가치에 상처를 남긴다. 반대로 공급을 지나치게 조이면 팬덤은 피로를 느낀다. 창의성의 민주화라는 전략은 결국 균형의 예술이다.

시장적 관점에서 MB&F의 변화는 독립 시계 산업 전반에 파급된다. 독립 제조사의 가장 큰 한계는 볼륨이다. 창의성과 기술을 검증받는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누적되고, 투자 회수가 제한적이다. M.A.D. Editions 방식은 이를 완화할 수 있는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독립 제조사의 정체성은 종종 규모 확대와 양립하지 않는다. 브랜드가 확장되면 제작자가 중심이 아닌 시장이 중심이 된다. 상업화의 유혹이 창의적 모험을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

Here are the Winners of the 2025 GPHG Watch Awards. 사진=MB&F,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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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F M.A.D.2 Green 전략 영향 분석 표

항목 긍정적 효과 시장 속 위험 요소
접근성 확대 신규 컬렉터 유입, 팬덤 확대 고가 라인 잠식 가능성
브랜드 인지도 MB&F 이미지 대중화 정통성 희석 가능성
창의성 체감 경험 기계적 감성 확대 기술 차별 낮아질 가능성
생산·판매 구조 안정적 수익 확보 가능성 투기적 거래 발생 위험
독립 제조사 회로 성장 확장 모델 제시 상업화 전환 압력 증가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은 분명 산업적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M.A.D.2 Green의 가치는 실험의 연장선에 있다. 핵심은 수상 여부가 아니라 ‘민주화된 창의성’이라는 접근이 심미적 신뢰와 시장 신뢰 모두를 지속적으로 획득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시계 산업은 양극화가 심하다. 극소수 초고가 모델은 예술과 기술을 결합한 상징적 존재로 기능하고, 대중적 가격대 모델은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한다. M.A.D. Editions는 이 영역 사이에서 새로운 균열을 만들고 있다. “진입 장벽 낮추기”라는 선언은 응원을 받을 만하지만, 독립 제조사가 구축해온 가치 체계의 근본을 다시 묻게 만든다.

M.A.D.2 Green이 평가받아야 할 지점은 분명하다. 전통적 시계 제작 담론이 배제해 왔던 사용자 참여를 적극적으로 끌어냈다는 점이다. 기계적 움직임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로 확장하는 시도는 산업의 저변을 넓힌다. 그러나 확장 그 자체가 곧 긍정이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Here are the Winners of the 2025 GPHG Watch Awards. 사진=MB&F,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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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수상식의 순간에 머무르지 않는다. 시장은 앞으로를 판단한다. 창의적 독립 제조가 대중적 기반을 확보한 첫 사례가 더 큰 도약을 만들지, 아니면 정체성 후퇴의 출발점이 될지 지금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MB&F가 선택한 이 길이 독립 시계 산업에 새로운 단어를 남겼다는 사실이다. 경험의 공유. 이 단어가 미래의 기회가 될지 위기가 될지는 앞으로의 시간들이 증명한다.

브랜드 전략 모델 가격대 포지션 시장 반응 브랜드 정체성에 미친 영향 지속 가능성 평가
MB&F M.A.D.2 Green 중가(3,000~10,000 CHF) 팬덤 확장 긍정적 핵심 라인업과 간극 커짐, 이미지 재정의 중 공급·수요 균형이 관건
Greubel Forsey Convexe 라인 확장 초고가 내 볼륨 확대 기존 고객층 중심 안정적 실험적 독립성 유지 대중 접근성은 여전히 낮음
F.P. Journe Élégante 비교적 접근 가능한 하위 포지션 여성·신규 소비자 유입 정통 기술 이미지와 약한 접속 라인업 간 위상 정립 필요
H. Moser Streamliner 기존 대비 가격 진입 장벽 완화 시장 호응 높음 핵심 철학과 호환, 정체성 유지 장기 확장 잠재력 높음
Ressence Type 8 비용 절감 기반 라인 구축 브랜드 노출 확대 기술적 개성 유지 접근성과 차별성 균형 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