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작업실 기록, 전시 프로젝트로 부활
완성이 아닌 창작의 두뇌를 전시장으로 가져온다
[KtN 박준식기자]파블로 피카소의 이름은 미술사 전체에서 가장 강력한 상징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피카소는 단호하고 과감한 색채로 화면을 점령하는 화가이거나 조각을 파편화하여 새로운 형태로 재조립하는 혁명가이다. 세계 곳곳의 대형 미술관이 보유한 걸작들은 피카소를 이미 완성된 불멸의 예술가로 굳혔다. 하지만 피카소의 예술은 출발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한 줄의 선으로 시작된 생각 하나가 거대한 문명을 바꾸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 선을 처음 스케치한 장소가 바로 피카소의 작업실이고 그 기록물이 지금 한국에서 전시를 위해 준비되고 있다.
1955년 11월 20일부터 1956년 1월 3일까지 피카소가 사용한 스케치북은 매우 얇고 단촐한 인쇄 형식의 포트폴리오다. 그러나 그 안에 남겨진 선과 형태는 단순한 드로잉으로 취급될 수 없다. 작업실에서 매일 반복된 실험과 관찰, 감정의 변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피카소가 예술을 이해하고 세계를 파악한 방식이 그대로 등장한다. 이 스케치북은 1960년 파리에서 단 1천 부만 제작된 포트폴리오 에디션으로 고품질 리소그래프와 콜로타입 기법이 적용된 희귀 아카이브다. 특히 한 장은 1959년 피카소가 직접 삽입한 유일한 색채 리소그래프 페이지로, 스케치북 한 장이 유실된 뒤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원본 스케치북의 보존을 위한 정확한 복제였던 이 에디션은 시간이 지나며 오히려 원본에 준하는 역사적 자료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전시 기획은 에스티에스와 위대한자의 협력 아래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 미술 전시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관람객은 주로 완성작 중심의 피카소를 체험해 왔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완성 이전의 피카소, 덜 다듬어졌지만 더 솔직한 창작의 순간에 관객을 초대한다. 스케치북 속 기록은 거대한 기념비가 아닌 깊은 숨을 쉬는 인간 피카소의 증거다. 전시는 그 기록을 확장하고 입체화해 동시대 관객이 직접 참여하며 이해할 수 있는 체험형 공간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기록을 감상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기록을 따라 걸어 들어가는 방식이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