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은 흐려지고 추천이 전면에 선다 패션기업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졌다

[KtN 임우경기자]소비자가 쇼핑을 시작하기도 전에 상품이 화면에 등장하고 결제까지 이어지는 시대다. 스마트폰에서 스크롤을 내리는 동안 취향에 가까운 신상품이 연달아 나타나고 때로는 채팅 상담창에서 착용 예시를 제안받는다. 소비자는 과거보다 손이 덜 간다. 광고를 누르지 않아도 판매가 이루어지는 구조가 정착되는 중이다. 소셜미디어 피드, 커머스 앱 첫 화면, 지인 메시지 대화창 등 소비자가 의도하지 않은 공간에서 제품이 먼저 다가온다. 과거처럼 브랜드가 검색창을 통해 만나게 되는 흐름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구매의 주도권이 완전히 이동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알고리즘이 있다. 인공지능은 소비자가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고 어떤 색을 자주 선택하며 어느 시간대에 어떤 종류의 상품에 반응하는지 끊임없이 학습한다. 그리고 어느 시점인지 모르게 소비자의 취향을 소비자보다 먼저 파악한다. 쇼핑이 필요하다는 자각보다 더 빠른 시점에 제품이 제안되고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된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인공지능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리 우수한 제품이라도 알고리즘이 이해하지 못하면 소비자 앞에 설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한다. 판매는 눈앞에 있지만 도달이 어려운 시장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국내 대형 패션 플랫폼 기획자는 소비자 관찰을 통해 한 가지 분명한 흐름을 발견했다고 전한다. 상품을 추천했을 때 소비자가 만족하면 더 이상 탐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많은 제품을 비교하고 여러 쇼핑몰을 오갔지만 이제는 추천 결과가 구매 결정으로 직결되는 빈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선택을 단순화해주는 과정이 신뢰 형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정확한 추천이 반복되면 소비자와 플랫폼 사이에는 일종의 관계가 만들어진다. 브랜드는 그 관계에 초대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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