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상징이 비극의 순간을 이끌다

Kate Hawley's Gothic Masterpiece: Inside the 'Frankenstein' Costume Design. 사진=Netflix.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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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김동희기자]프랑켄슈타인에서 엘리자베스는 단순한 사랑의 상징으로 머물지 않는다. 케이트 홀리는 엘리자베스의 모든 의상과 주얼리, 머리카락의 흐름까지 세밀하게 구성하여 서사 중심에 세운다. 자연을 사랑하고 생명에 대한 깊은 감수성을 지닌 인물로 설정된 엘리자베스는 빅터와 대비되는 존재다. 빅터가 인공적 창조에 몰두한다면, 엘리자베스는 자연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이 특징은 의상 곳곳에서 매우 정교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식물의 줄기, 곤충의 날개, 살아 있는 생명체의 곡선이 옷의 구조에 새겨지고, 보석의 표면에 빛처럼 내려앉는다.

케이트 홀리는 엘리자베스의 의상에 대해 자연이라는 키워드를 명확하게 제시했다. 빛이 통과하는 가벼운 패브릭, 손으로 만지면 바로 생명의 숨결이 느껴질 것 같은 텍스처, 몸의 선을 따라 흐르는 곡선. 생명은 인간이 조작하지 못하는 영역이라는 주제를 시각적 이미지로 구현했다. 이는 빅터의 차가운 벨벳 수트와 정반대의 문법이며, 두 인물의 관계를 암묵적으로 설명한다. 한 인물이 세계를 파괴할 때, 다른 인물은 세계를 품는다. 엘리자베스는 그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서 티파니와의 협업이 결정적인 성과를 만든다. 티파니 아카이브에서 나온 보석 요소들과 디자이너 메타 오버벡의 스카라브 주얼리 영감이 결합된 엘리자베스의 목걸이는 생명성의 핵심을 상징한다. 풍뎅이는 고대 문화에서 재생의 상징으로 사용되었고, 티파니 디자인 역사에서도 중요한 기호다. 케이트 홀리는 이 상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엘리자베스가 단순한 비극 희생자가 아니라 생명의 대변자임을 강조했다. 목걸이의 중앙에 자리한 포인트는 캐릭터의 심장을 대변하듯 강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엘리자베스의 의상은 시대적 고증과 예술적 재창조가 조화를 이룬다. 헤어스타일은 메리 셸리 초상화에 담긴 19세기 여성의 정통적 실루엣을 기반으로 한다. 당시 여성 초상화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얼굴을 둥글게 감싸며 귀를 덮는 형태를 그대로 반영한 구성이다. 그러나 전체 의상은 전통을 고수하는 대신 빛과 공기, 자연이라는 개념을 담아 현대적 감각을 더했다. 고전과 현대가 교차하며 고딕 감성이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살아 있는 미학으로 재탄생한다.

엘리자베스의 의상 중 가장 많은 해석을 부르는 요소는 바로 문양이다. 의상의 단추, 레이스 자수, 보석 장식, 심지어 치맛단의 주름까지 식물이나 곤충에서 출발한다. 케이트 홀리는 이를 통해 생명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엘리자베스가 걸을 때마다, 움직임 자체가 생명의 순환을 표현한다. 주얼리는 단순한 치장이 아니라 그 움직임에 리듬을 부여하는 장치가 된다. 티파니의 보석은 생명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시각적으로 고정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Kate Hawley's Gothic Masterpiece: Inside the 'Frankenstein' Costume Design. 사진=Netflix.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ate Hawley's Gothic Masterpiece: Inside the 'Frankenstein' Costume Design. 사진=Netflix.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홀리는 엘리자베스의 의상과 주얼리가 비극을 더욱 깊고 날카롭게 만든다고 말한다. 영화 후반부, 웨딩드레스 장면에서 시작되는 파국은 아름다움과 죽음이 충돌하는 순간이다. 가볍고 부드러웠던 소재는 피에 의해 무겁게 가라앉고, 순백은 붉은색으로 돌변한다. 생명의 상징이었던 인물이 비극의 희생자가 되는 장면에서 관객은 압도적 감정에 사로잡힌다. 엘리자베스 의상에 쌓여 있던 서정적 상징이 순식간에 잔혹한 현실로 바뀌는 순간이다. 직조되고 장식되며 쌓아올린 감정이 드레스의 무게와 함께 모두 무너진다.

티파니가 참여한 이 협업은 문화 산업 전반에서 주목해야 하는 흐름이다. 명품 주얼리가 영화의 상징적 내러티브를 더 견고하게 만드는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관객이 작품을 감상한 뒤에도 기억 속에 남는 상징적 이미지는 종종 주얼리나 작은 액세서리로 이어진다. 티파니 목걸이는 엘리자베스의 존재를 상기시키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발전할 여지가 충분하다. 컬렉션 확장, 전시, 라이선스 등 후속 경제 활동까지도 상상 가능한 영역이다.

엘리자베스의 의상은 아름다운 장식이 아니다. 케이트 홀리는 엘리자베스를 통해 생명과 감정, 사랑과 운명이라는 거대한 서사를 담아냈다. 빅터가 신을 모방하려는 순간, 엘리자베스는 자연이 인간에게 내린 감정의 비밀을 여전히 품고 있다. 두 인물의 대비는 의상의 차이만 보아도 명확하게 이해된다. 엘리자베스는 끝까지 생명으로 남으려 했고, 그 사실이 곧 비극의 이유였다.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의 창조욕이 만든 비극을 다룬 이야기지만, 누가 진정한 생명의 주체인지에 대한 질문도 함께 던진다. 엘리자베스의 의상과 주얼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시각적으로 남긴다. 아름다움은 살아 있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진실. 케이트 홀리는 그 진실을 가장 눈부신 방식으로 관객에게 보여준다. 엘리자베스가 남긴 마지막 흔적은 패션 속에서 영원히 숨 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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