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가시성을 넘어 감정의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하이엔드 시계 산업의 전략 변화
[KtN 임우경기자]하이엔드 시계 산업의 마케팅 문법에서 스포츠는 오랫동안 가장 견고한 기반이었다. 축구 경기장의 전광판과 테니스 스타의 손목, 포뮬러 원 서킷의 긴장감은 정밀함과 신뢰라는 기계식 시계의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장치였다. 위블로를 포함한 다수의 럭셔리 워치 브랜드가 스포츠에 집중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승부와 기록, 정확성과 권위는 시계 산업이 오랫동안 활용해 온 상징 자산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 공식은 점차 설득력을 잃고 있다. 스포츠 스폰서십이 더 이상 효과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만으로는 브랜드의 가치를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여전히 막대한 노출을 보장하지만, 그 노출이 브랜드의 철학이나 정체성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전광판에 반복되는 로고는 인지도를 높일 수는 있어도 브랜드가 무엇을 믿고 어떤 세계관을 지향하는지를 전달하기에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분명하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시장의 성숙이 자리 잡고 있다. 기계식 시계의 기술적 완성도는 이미 일정 수준 이상으로 평준화됐고, 무브먼트의 복잡성이나 오차 범위는 소수의 전문가를 제외하면 소비자의 선택 기준에서 후순위로 밀려났다. 하이엔드 시계가 더 이상 기능 경쟁만으로 차별화되기 어려운 환경에서 브랜드들은 다른 언어를 찾기 시작했다. 그 언어가 감정이고, 그 무대가 예술과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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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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