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남긴 ‘실질의 설계도’

[KtN 임우경기자]국빈 만찬장의 음악과 건배사가 관계의 온도를 높였다면, 정상회담장은 그 온도를 숫자와 문장으로 고정하는 공간이었다. 3월 2일 오전, 이재명 대통령과 로렌스 웡 총리는 싱가포르에서 다시 마주 앉았다. 지난해 서울 회담 이후 넉 달 만이다. 두 정상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 깊게 다지겠다고 밝혔다. 환대와 상징의 언어가 먼저 오갔고, 이어 협력의 항목이 조목조목 정리됐다.

이번 회담의 뼈대는 세 갈래다. 안보 협력, 경제 연대, 미래 첨단기술 협력이다. 표현은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긴 범위는 넓다. 국방과 방산 기술 공동연구 확대, 초국가범죄 대응 공조 강화, 한-싱가포르 FTA 개선협상 개시 합의, 인공지능과 디지털, 과학기술, 환경위성, 소형모듈원전(SMR) 등 5건의 MOU 체결까지 이어졌다.

정상회담 결과를 숫자로만 나열하면 성과의 밀도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핵심은 협력이 ‘관계의 선언’에서 ‘규칙과 자본의 틀’로 옮겨갔다는 점이다. FTA 개선협상 개시는 그 상징적 장면이다. 2006년 발효된 한-싱가포르 FTA는 양국 교역의 기반이었지만, 디지털 경제와 공급망 재편, 경제안보 논의가 본격화된 이후에는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합의는 그 필요를 공식 의제로 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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