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박인경기자]허리 위에서 끝난 재킷 아래로 셔츠 자락이 한 겹 더 내려왔고, 그 밑으로는 발등을 덮은 바지가 바닥 가까이까지 흘렀다. HYKE 2026 가을·겨울 컬렉션은 첫 착장부터 길이의 순서를 바꿔 놓았다. 상의는 짧아졌고, 하의는 길어졌다. 재킷과 셔츠, 코트와 팬츠가 한 벌씩 지나갈수록 이번 시즌이 손댄 자리는 분명해졌다. 장식이나 색이 아니라 비례였다.
와이드 팬츠는 이미 낯선 옷이 아니다. 몇 시즌째 런웨이와 매장, 거리에서 반복해 보였다. 그런데 HYKE가 이번 시즌 내놓은 바지는 익숙한 와이드 팬츠보다 한 단계 더 길고 넓었다. 허벅지부터 통이 크게 벌어졌고, 밑단은 신발 위에서 멈추지 않았다. 발등을 덮은 채 아래로 고이듯 내려왔다. 모델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리의 선보다 천의 면적이 먼저 움직였다. 화면 아래쪽이 넓게 흔들리면서 착장 전체의 인상도 달라졌다. 몸을 따라가는 바지라기보다, 하체 전체를 하나의 큰 선으로 묶는 바지에 가까웠다.
이 길이는 단순히 과장된 효과만 노린 선택으로 보이지 않았다. 바지 밑단이 길어지면 옷의 중심도 아래로 내려간다. 걸음은 느리게 보이고, 착장은 한층 무거운 밀도를 갖게 된다. 발목을 드러내며 경쾌하게 끝나는 바지와는 결이 다르다. 이번 시즌 HYKE의 바지는 속도를 늦추고 화면을 넓혔다. 모델이 한 번 지나갈 때 남는 인상도 짧은 스냅 사진보다 긴 움직임 쪽에 가까웠다. 멈춰 선 모습보다 걸을 때 더 또렷한 옷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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