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임민정기자]홍콩 더 헨더슨에서 열린 크리스티 20·21세기 봄 경매에는 고가 작품이 줄줄이 나왔다.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1991년작 ‘Abstraktes Bild’ 추정가는 1000만~1300만달러, 산유의 ‘Cheval agenouillé sur un tapis’는 360만~620만달러, 월터 스파이스의 ‘Blick Von Der Höhe’는 620만~870만달러로 책정됐다. 쿠사마 야요이의 ‘Pumpkin’과 장미셸 바스키아 작품도 수백만달러대 추정가를 달고 세일에 올랐다. 이번 홍콩 경매는 미술품이 어디까지나 감상 대상이면서도, 시장에서는 점점 더 선별된 대체자산처럼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줬다.

이번 세일에서 먼저 확인된 것은 자금의 방향이다. 수요는 넓게 퍼지지 않았다. 거래 이력이 드문 리히터, 아시아 시장에서 강한 산유, 작가 최고가 경신 기대가 붙은 월터 스파이스처럼 상위 작가의 대표작에 시선이 집중됐다.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질수록 자금은 낯선 이름보다 이미 검증된 작가에게 몰린다. 미술 시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반복된다. 작품의 미술사적 위치, 소장 이력, 희소성이 가격 방어력을 좌우한다는 판단이 강해질수록 블루칩 작가 쏠림은 더 뚜렷해진다.

리히터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1991년은 작가가 런던 테이트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연 시기와 겹친다. 이번 출품작은 붉은 색면이 강하게 드러나는 추상화이고, 경매 첫 출품이라는 이력도 붙었다. 시장에서는 작품성만이 아니라 공급의 희소성을 함께 본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제작 시기와 색감, 거래 이력에 따라 가격이 크게 갈리는 이유다. 고가 미술 시장에서 가격은 미적 평가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얼마나 드물게 나오느냐, 다시 시장에 언제 나올 수 있느냐가 함께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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