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문화산업 진흥법」 국회 본회의 통과…2013년 첫 발의 이후 13년 만의 결실
[KtN 임우경기자] 우리 고유의 전통 복식인 한복이 처음으로 독자적인 법률 체계 아래 놓이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는 「한복문화산업 진흥법」 제정안이 2026년 3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정은 2013년 제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후 여러 차례 발의와 폐기를 거듭한 끝에 이룬 성과로, 한복문화 진흥과 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법의 목적과 정의…전통·계승 모두 아우른 포괄 개념
법은 제1조에서 "우리 민족의 소중한 전통문화 자산인 한복의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계승·발전시킴으로써 한복문화의 진흥 및 한복문화산업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명시했다.
주목할 부분은 한복의 정의다. 법 제2조는 한복을 "대한민국의 역사적 전통성을 지닌 바지·저고리, 치마·저고리, 두루마기를 비롯한 의복과 장신구 등 대한민국의 전통 복식과 이를 계승·발전시킨 복식"으로 규정했다. '계승·발전시킨 복식'을 명시적으로 포함함으로써 생활한복과 현대한복도 법의 지원 대상에 포함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한복문화산업은 "한복 또는 한복문화의 기획·개발·제작·생산·유통 및 소비와 관련된 산업"으로 정의해 제조업뿐 아니라 대여업·유통업까지 폭넓게 포괄했다.
왜 지금 한복법인가…산업 위축과 구조 변화의 교차점
결혼식 폐백 문화의 간소화와 명절 한복 착용 문화의 축소로 전통한복 수요가 감소했고, 이에 따라 한복 산업의 규모 역시 위축됐다. 그러나 동시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생활한복이 확산하고, 한복 대여업이 성장하는 등 산업 구조의 변화가 나타났다. 전통 수요는 줄고 신흥 수요는 늘어나는 이중 구조 속에서, 체계적 정책 뒷받침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온 배경이다.
법안의 핵심 내용…계획·조사·지원·기념일의 4대 축
이번 법안은 산발적 사업 중심의 기존 접근 방식을 벗어나 정책 일관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구조를 갖췄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한복문화산업의 발전과 한복문화의 진흥을 위하여 5년마다 '한복문화산업진흥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하며, 기본계획에 따라 매년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했다. 기본계획에는 산업 발전을 위한 조사·연구, 한복문화 교육, 전문인력 양성, 홍보 및 국제교류, 제도 개선 및 재원 확보 등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실태조사도 의무화됐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의 수립·시행을 위하여 한복문화산업에 관한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보고서를 발간하여야 한다.
지원 조항도 광범위하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한복문화산업 관련 창업 및 투자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할 수 있으며, 우수한 한복의 제작을 촉진하기 위해 제작자에게 자금 융자 등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한복 디자인·소재의 연구개발 및 상품화 등을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착용 우대 조항도 눈길을 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한복을 착용한 사람이 국·공립 박물관 등 공공시설을 이용할 경우 입장료·관람료 또는 이용료 등을 감면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범위와 감면 요율은 대통령령 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도록 했다.
무엇보다 기념일 제도화가 상징성을 더한다. 법 제12조는 매년 10월 21일을 '한복의 날'로 정하고, 한복의 날이 포함된 주를 '한복문화주간'으로 규정했다.
3대 정책 전략…일상화·산업화·세계화
문체부는 법 시행에 앞서 세 방향의 정책 추진 계획을 구체화했다. 일상화 측면에서는 명절과 '한복문화주간' 등 주요 계기와 연계한 국민 참여형 행사를 확대하고, 국공립박물관과 지역 한복문화 창작소 등 문화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한복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산업화 분야에서는 2025년 배우 박보검이 참여해 국내외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은 '한복 웨이브' 사업을 확대해 한복업계의 판로 개척을 돕는다. 아울러 올해 8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한복상점'에서 '비즈니스 데이'를 운영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한복근무복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등 산업계와의 협력도 확장해 나간다.
세계화 전략으로는 해외 패션 시장 진출을 목표로 주요 '패션위크'와 연계한 국제 홍보를 추진하며, 올림픽과 코리아 시즌 등 주요 국제행사에서 한복 체험과 패션쇼를 운영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한복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제도화의 의의와 남은 과제
이번 입법의 핵심 의의는 '사업 중심'에서 '계획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5년 단위 기본계획과 연간 시행계획이 법적으로 의무화됨으로써 정권 교체나 예산 변동에도 정책 연속성이 일정 수준 보장되는 구조가 갖춰졌다. 특히 전담기관 지정 조항(제7조)을 통해 한복문화산업의 조사·연구, 전문인력 양성 지원, 국내외 홍보와 국제교류 등을 전문 기관에 위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점은 정책 실행력을 높이는 장치로 평가된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핵심 사항의 상당 부분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위임 조항에 기대고 있어, 시행령 마련 과정이 법의 실질적 완성도를 결정한다. 문체부는 공포 후 1년의 준비 기간 동안 시행령 제정을 위해 각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통한복과 생활한복, 한복 대여업과 제조업 간 이해관계를 시행령 단계에서 얼마나 정교하게 조율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이번 제정은 한복이 '케이-컬처'를 대표하는 자산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한복이 국민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며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