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존 낮추고 미국·일본·중동·유럽으로 확장
인디 브랜드·ODM·숏폼 팬덤이 만든 성장 뒤엔 규제·관세·오프라인 검증 과제

2026년 초 흐름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1분기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31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9.0% 늘어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2026년 초 흐름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1분기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31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9.0% 늘어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채빈기자] 서울 명동의 올리브영 매장과 뉴욕의 K-뷰티 편집숍은 이제 같은 산업의 양끝에 서 있다. 한쪽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먼저 제품을 담고, 다른 한쪽에서는 미국 소비자가 아마존과 틱톡, 세포라와 얼타 매대에서 같은 브랜드를 다시 만난다. 2025년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3000만달러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집계 기준으로 전년보다 12.3% 늘었고, 2024년에 세운 101억8000만달러 기록을 다시 넘어섰다. 한국 화장품이 ‘한류 덕을 본 소비재’에서 ‘수출 산업’으로 체급을 바꾼 해였다.

가장 큰 변화는 미국에서 나왔다. 2025년 한국 화장품의 미국 수출액은 22억달러로 중국 20억달러를 앞섰다. 미국이 처음으로 한국 화장품 최대 수출국에 올랐고, 일본은 11억달러로 3위를 기록했다. 상위 10개국이 전체 수출의 약 70%를 차지했지만, 미국과 중국의 합산 비중은 2024년 43.1%에서 2025년 36.7%로 낮아졌다. 수출 대상국은 172개국에서 202개국으로 늘었다. 중국 시장 하나의 흥행에 기대던 K-뷰티의 성장 공식이 미국, 일본, 중동, 유럽, 남서아시아, 중남미로 분산되기 시작했다.

2026년 초 흐름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1분기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31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9.0% 늘어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3월 수출액만 11억9000만달러로 29.3%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6억2000만달러로 전체의 19.8%를 차지했다. 미국 수출은 1년 전보다 40.9% 늘어난 반면 중국은 4억7000만달러로 9.6% 줄었다. 일본은 2억9000만달러로 7.4% 증가했다. 수출 증가율만 보면 호황이지만, 국가별 흐름을 나눠 보면 시장의 축이 이미 옮겨가고 있다.

품목별 중심은 여전히 기초화장품이다. 2025년 기초화장품 수출액은 85억4000만달러로 전체의 약 75%를 차지했다. 2026년 1분기에도 기초화장품 수출액은 24억3000만달러로 가장 컸고, 색조화장품 3억3000만달러, 인체세정용 제품 1억6000만달러가 뒤를 이었다. K-뷰티를 해외 시장에 안착시킨 제품은 강한 색조보다 선크림, 토너, 세럼, 크림, 마스크팩처럼 피부 상태를 관리하는 제품군이었다. “한국식 피부 표현”에 대한 관심이 제품 구매로 이어졌고, 기초 제품은 반복 구매가 가능한 품목이라는 점에서 수출 산업의 기반이 됐다.

미국 시장의 성장은 K-콘텐츠와 분리해 설명하기 어렵다. 로이터는 한국 화장품 스타트업들이 미국 온라인 시장의 성과를 바탕으로 오프라인 매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티르티르, 달바, 토리든, 조선미녀 같은 브랜드가 미국 주요 유통망 입점을 추진하거나 확대하고 있고, 세포라·얼타·코스트코·타깃 같은 채널이 한국 브랜드를 검토하는 흐름도 확인됐다. K팝, 드라마, 영화로 쌓인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은 화장품을 처음 집어 들게 만드는 진입로가 됐다. 다만 팬덤이 만든 첫 구매가 재구매로 이어지려면 가격, 제형, 피부 반응, 배송, 리뷰 신뢰도가 뒤따라야 한다.

로이터는 한국 화장품이 품질, 가격, 빠른 마케팅을 경쟁력으로 삼았고, 다수 브랜드가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같은 제조 전문기업에 생산을 맡기는 구조를 활용한다고 분석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로이터는 한국 화장품이 품질, 가격, 빠른 마케팅을 경쟁력으로 삼았고, 다수 브랜드가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같은 제조 전문기업에 생산을 맡기는 구조를 활용한다고 분석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뷰티의 확산 방식은 프랑스 럭셔리 뷰티와 다르다. 긴 브랜드 역사와 고가 이미지를 앞세우기보다, 한국 브랜드는 빠른 제품 기획, 합리적 가격, 세분화된 피부 고민, 소셜미디어 확산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로이터는 한국 화장품이 품질, 가격, 빠른 마케팅을 경쟁력으로 삼았고, 다수 브랜드가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같은 제조 전문기업에 생산을 맡기는 구조를 활용한다고 분석했다. 이 방식은 신생 브랜드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브랜드가 공장을 보유하지 않아도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고, 온라인 반응을 보며 다음 제품을 조정할 수 있었다.

ODM 생태계는 K-뷰티의 속도를 만든 기반이지만, 동시에 약점도 만든다. 제조 역량이 여러 브랜드에 공유되면 비슷한 제형과 패키지, 비슷한 콘셉트가 빠르게 늘어난다. 소비자는 어느 순간 브랜드 이름보다 가격, 후기, 성분, 배송 속도를 먼저 비교한다. 온라인 바이럴로 성장한 브랜드가 오프라인 매대에서 같은 회전율을 유지할지도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미국 대형 유통망 입점은 매출 확대의 기회이지만, 재고 관리, 판촉비, 반품, 현지 소비자 응대 비용도 함께 키운다.

정부 정책도 홍보성 한류 지원에서 제조·공급망·규제 대응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26년 4월 충북 음성의 화장품 제조기업 코스메카코리아를 찾아 원료와 포장재 수급 상황을 점검했다. 정부는 나프타 등 핵심 원료 관리, 수입선 다변화, 대체 항로 이용 기업 물류비 지원, 고부가 피부 소재 연구개발, 할랄 시장 인증, 뷰티테크 생태계 조성, AI 기반 제조 공정 전환을 지원 방향으로 제시했다. 수출액이 커질수록 화장품은 이미지 산업만이 아니라 원료, 포장재, 물류, 인증이 얽힌 제조업이 된다.

식약처의 규제 협력도 수출 확대의 조건으로 떠올랐다. 식약처는 2026년 1분기 수출 통계를 발표하면서 기존 아시아 중심의 원아시아 뷰티포럼을 중동·남미까지 확대한 글로벌 화장품 규제기관장 회의를 9월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질 위생감시청과 규제협력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과의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미국과 중국, 유럽, 중동, 남미는 성분 기준과 표시 광고, 안전성 평가, 인증 체계가 다르다. 중소 브랜드일수록 해외 규제 대응 비용은 성장 속도를 제한하는 현실적 장벽이 된다.

  얼굴형, 골격, 퍼스널 컬러, 눈썹과 베이스 보정처럼 소비자의 신체 조건을 세분화해 제안하는 방식은 한국 뷰티 교육과 리테일 현장에서 이미 하나의 언어가 됐다. /사진=The Color Persona by OMS  교육장,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얼굴형, 골격, 퍼스널 컬러, 눈썹과 베이스 보정처럼 소비자의 신체 조건을 세분화해 제안하는 방식은 한국 뷰티 교육과 리테일 현장에서 이미 하나의 언어가 됐다. /사진=The Color Persona by OMS  교육장,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개인화 뷰티도 수출 산업의 다음 문법으로 붙고 있다. 얼굴형, 골격, 퍼스널 컬러, 눈썹과 베이스 보정처럼 소비자의 신체 조건을 세분화해 제안하는 방식은 한국 뷰티 교육과 리테일 현장에서 이미 하나의 언어가 됐다. 사용자 제공 강의안도 직선·곡선, 아이·어른 밸런스, 8가지 이미지 타입, 골격 진단, 4계절 퍼스널 컬러, 얼굴형별 눈썹·베이스·쉐딩 실습으로 구성돼 있다. K-뷰티가 해외에서 더 오래 가려면 “한국에서 유행하는 제품”을 넘어서 “내 얼굴과 피부에 맞는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

114억달러 수출은 K-뷰티의 정점을 뜻하지 않는다. 성장의 무대가 바뀌었다는 신호에 가깝다. 중국 중심 시장에서는 플랫폼과 현지 규제가 관문이었다면, 미국 중심 시장에서는 관세, 오프라인 유통, 인종별 피부 톤과 색조 다양성, 제품 책임, 리뷰 신뢰도가 더 큰 변수로 떠오른다. 중동과 동남아에서는 기후와 종교·문화적 기준, 유럽에서는 안전성 평가와 지속가능 포장 기준이 브랜드의 속도를 가른다.

K-뷰티의 2026년 경쟁력은 빠른 유행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팬덤은 브랜드를 발견하게 만들고, 숏폼은 제품명을 퍼뜨리며, ODM은 제품 출시 속도를 높인다. 그러나 수출 산업으로 남는 브랜드는 다른 조건을 갖춰야 한다. 가격을 설명할 수 있는 품질, 국가별 규제에 맞춘 제조, 피부 톤과 문화 차이를 반영한 제품군, 오프라인 매대에서 반복 구매를 만드는 운영 능력이 필요하다. 100억달러를 넘어선 K-뷰티 앞에는 더 큰 시장과 더 까다로운 소비자가 동시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