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답변·추천 피드·쇼핑 에이전트 확산, 광고시장의 경쟁 단위가 ‘클릭’에서 ‘선택 후보’로 이동
[KtN 최기형기자]소비자가 상품명을 검색창에 넣고, 광고 링크와 블로그 리뷰, 가격비교 페이지를 오가며 구매를 결정하던 경로가 짧아지고 있다. 검색 결과 첫 페이지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지만, 소비자의 첫 접점은 검색창 밖으로 번지고 있다. 생성형 AI 답변은 링크 목록을 요약하고, 숏폼 플랫폼의 추천 피드는 팔로 계정이 아닌 알고리즘이 고른 콘텐츠를 앞세운다. 쇼핑 에이전트는 가격, 후기, 배송, 재고, 개인 취향을 한꺼번에 계산해 구매 후보를 좁힌다.
광고시장이 익숙하게 써온 공식도 흔들리고 있다. 브랜드는 오랫동안 검색어와 광고 지면을 샀다. 소비자가 ‘운동화 추천’, ‘노트북 가격’, ‘호텔 예약’을 검색하면 광고주는 해당 검색어에 돈을 걸었다. 검색어는 구매 의도를 드러내는 가장 강한 신호였고, 검색 결과 상단은 디지털 광고의 핵심 입구였다. 광고대행사와 광고기술 기업은 검색, 디스플레이, 동영상, 앱 광고를 연결하며 소비자의 주목을 사고파는 시장을 키웠다.
AI가 끼어든 뒤 광고의 출발점은 달라졌다. 소비자가 여러 페이지를 직접 열어 비교하던 과정은 AI 답변 안에서 압축된다. 링크 목록을 훑기 전에 요약문을 읽고, 브랜드 홈페이지에 들어가기 전에 추천 후보를 확인한다. 소비자가 광고를 클릭하는지보다 AI가 어떤 브랜드와 상품을 답변 안에 넣는지가 먼저 중요해졌다. 검색광고의 경쟁 단위가 키워드와 순위에서 답변, 추천, 비교표, 자동 구매 후보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맥킨지의 2026년 6월 보고서 ‘The agentic advertising economy: From attention to action’는 이런 변화를 ‘attention’에서 ‘action’으로 가는 광고경제의 전환으로 설명한다. 미국 광고·마케팅 의사결정자 18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AI가 소비자의 발견과 고려 단계를 이미 바꿨다고 답했다. 광고의 가치가 소비자 눈앞에 노출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무엇이 보이고 선택되고 구매되는지를 좌우하는 시스템 쪽으로 이동한다는 분석이다.
검색 결과 화면의 변화는 이미 눈에 보이는 수준으로 들어왔다. 보고서는 구글 검색의 절반 이상에 AI 생성 개요가 포함되고 있으며, 전통적 오픈웹 검색에서 발생하던 트래픽 가운데 20~50%가 2030년까지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오픈웹의 광고 수익은 방문자 유입, 체류시간, 클릭을 기반으로 형성돼 왔다. AI 답변이 이용자의 궁금증을 검색 결과 안에서 해결하면 원문 사이트로 넘어가는 클릭은 줄어든다. 가격비교 사이트, 리뷰형 콘텐츠, 정보성 블로그, SEO 의존형 매체가 먼저 압박을 받는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검색보다 추천이 앞서 움직인다. 인스타그램에서 소비되는 콘텐츠의 절반 이상, 틱톡 시청 시간의 95% 이상이 팔로 계정이 아니라 알고리즘 추천 피드에서 나온다는 수치도 보고서에 담겼다. 소비자는 더 이상 자신이 구독한 계정만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플랫폼이 고른 영상, 상품, 브랜드, 인플루언서 콘텐츠가 소비자의 관심을 붙잡는다. 광고주는 팔로어 규모와 검색 순위만으로 도달을 계산하기 어려워졌다.
국내 시장에서도 같은 변화는 검색, 쇼핑, 동영상, 커머스 앱을 관통한다. 네이버 검색과 쇼핑, 쿠팡과 주요 이커머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배달·패션·여행 플랫폼은 모두 광고와 거래 데이터를 함께 붙잡고 있다. AI 추천과 요약 답변이 본격적으로 결합되면 광고주는 검색 광고, 쇼핑 광고, 숏폼 광고, 앱 내부 추천 광고를 따로 떼어 보기 어렵다. 소비자가 어디에서 상품을 처음 발견하고, 어느 플랫폼 안에서 비교하고, 어느 결제창에서 구매를 마치는지가 광고비 배분의 기준이 된다.
브랜드가 준비해야 할 요소도 바뀐다.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는 문구, 클릭을 유도하는 배너, 캠페인용 영상만으로는 부족하다. AI가 읽을 수 있는 상품명, 가격, 성분, 기능, 재고, 배송, 반품, 리뷰, 인증 정보가 중요해진다. 상품 정보가 구조화돼 있지 않거나, 가격과 재고 데이터가 불안정하거나, 리뷰의 신뢰도가 낮으면 AI 추천 후보에 들어가기 어렵다. 광고 문안보다 상품 데이터의 정합성이 먼저 평가받는 시장이 열리고 있다.
중소 브랜드에는 기회와 부담이 동시에 생긴다. 기존 검색광고에서는 키워드 입찰 비용이 높아질수록 대형 브랜드와 자본력이 강한 사업자가 유리했다. AI 추천 환경에서는 소비자의 조건에 정확히 맞는 상품이 선택될 가능성이 생긴다. 다만 AI가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한 브랜드는 비교 대상에 오르기 어렵다. 상품 설명, 리뷰, 가격, 배송, 판매 이력, 반품 조건, 고객 응대 기록이 모두 추천 가능성을 좌우하는 신호가 된다.
광고대행사의 업무도 검색어 구매와 매체 집행을 넘어선다. 과거에는 광고 예산을 어느 키워드와 어느 지면에 넣을지 정하고, 클릭률과 전환율을 보고서를 통해 설명하는 일이 중심이었다. AI 광고경제에서는 플랫폼별 추천 구조, AI 답변에 인용될 수 있는 콘텐츠, 상품 데이터 피드, 커머스 플랫폼 내부 성과, 브랜드 안전성, 자동화된 구매 경로를 함께 다뤄야 한다. 광고 운영보다 AI가 상품과 브랜드를 읽는 방식을 관리하는 역량이 더 커진다.
오픈웹 기반 매체와 콘텐츠 사업자는 더 직접적인 압박을 받는다. 검색 유입이 줄면 광고 재고가 줄고, 독자 데이터도 함께 약해진다. AI가 뉴스, 리뷰, 해설, 상품 정보를 요약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더라도 원문 방문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콘텐츠 생산자는 수익을 얻기 어렵다. 언론사와 전문 콘텐츠 사업자들이 AI 플랫폼과 콘텐츠 사용료, 출처 표시, 학습 데이터, 원문 연결 방식을 두고 협상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폐쇄형 플랫폼은 반대로 결정권을 넓힌다. 검색, 추천, 광고 노출, 결제, 성과 측정이 한 공간 안에서 처리되면 광고주는 성과를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동시에 플랫폼이 제공하는 수치와 최적화 방식에 대한 의존도는 커진다. 보고서가 언급한 광고주의 우려도 이 대목과 맞닿아 있다. 조사 대상 광고주의 42%는 AI가 미디어 투자 전략에 가져오는 주요 위험으로 ‘블랙박스 최적화’ 시스템 의존을 꼽았다. 광고가 어디에 어떤 기준으로 노출됐는지, 어떤 데이터가 구매 전환에 영향을 줬는지 광고주가 직접 검증하기 어려운 구간이 늘어나는 구조다.
광고비가 곧바로 사라지는 흐름은 아니다. 보고서는 광고주 4분의 3가량이 향후 12개월 동안 AI 때문에 총 미디어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돈이 향하는 곳은 달라진다. AI 답변형 광고, 커머스 미디어, 폐쇄형 플랫폼, 직접 매체 구매가 늘어나면 전통 검색과 오픈웹 디스플레이, 중간 광고기술 사업자, 집행 중심 대행사의 몫은 줄어들 수 있다. 광고시장의 총량 증가와 기존 사업자의 성장세는 같은 말이 아니다.
검색창은 당장 사라지지 않는다. 소비자가 직접 입력하는 검색어는 여전히 강한 구매 신호다. 다만 검색창이 디지털 광고의 절대적 입구였던 시기는 끝나가고 있다. AI가 질문을 해석하고, 플랫폼이 추천 순서를 정하고, 쇼핑 에이전트가 구매 후보를 좁히는 환경에서는 클릭이 발생하기 전에 승부가 갈린다. 다음 광고경제의 첫 관문은 소비자의 눈앞에 많이 보이는 일이 아니라, AI가 선택 가능한 후보 안에 들어가는 일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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