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러스크병원 김수연 물리치료사, 성장기 부상 경험에서 시작된 진로…환자마다 다른 몸의 조건과 생활습관을 함께 보는 재활 현장
[KtN 임우경기자]수지 러스크병원 김수연 물리치료사의 출발점은 자신의 부상 경험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여러 번 다치며 병원을 자주 찾았고, 무릎 부상과 재활 과정에서 물리치료사라는 직업을 가까이에서 봤다. 운동치료를 알려주고, 환자의 회복을 돕는 치료사들의 모습은 진로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김 치료사는 고등학교 때부터 물리치료학과 진학을 생각했고, 학교에서 전공을 이어갔다.
입사 3개월 차인 김 치료사는 앞서 다른 병원에서 2년가량 근무했다. 현장에 들어온 뒤 가장 먼저 느낀 것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실제 환자의 몸 사이의 거리였다. 교과서에서는 하나의 유형처럼 보였던 체형과 통증도 치료실에서는 환자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측만이라고 해도 회전 방향, 몸의 기울기, 통증 양상, 필요한 치료가 모두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출발점이었다. 실제 환자의 몸은 공식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같은 허리 통증으로 내원해도 어떤 환자는 골반의 기울기가 먼저 보이고, 어떤 환자는 복부와 코어의 힘이 부족하며, 어떤 환자는 오래된 앉는 습관이 몸을 뒤로 밀어내고 있었다. 김 치료사가 “몸마다 적용되는 케이스가 너무 다르다”고 말한 대목에는 젊은 치료사가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감이 담겨 있다.
첫 환자에 대한 기억은 김 치료사에게 오래 남아 있다. 걷는 일이 쉽지 않았던 고령 환자였다. 운동치료를 함께 하며 다리 힘을 키우고, 지지 없이 걷는 시간이 생겼다. 환자가 “덕분”이라며 고마움을 전했을 때의 뿌듯함을 김 치료사는 또렷하게 떠올렸다. 치료 뒤 엑스레이에서 교정이 잘된 모습이 보이거나, 통증이 줄었다는 한마디를 들을 때 큰 힘을 얻는다고 했다.
김 치료사가 최근 가장 집중해 공부하는 주제는 골반 부정렬이다. 동료 치료사들과 관련 책을 함께 읽고, 실제 환자의 자세와 엑스레이를 보며 토론한다고 했다. 골반이 틀어지면 걸음걸이, 다리 길이 차이, 어깨 높이, 앉은 자세까지 연쇄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반은 몸의 중심부에 놓인다. 골반이 한쪽으로 기울면 체중이 실리는 방향이 바뀌고, 다리 움직임과 허리의 부담도 달라진다. 김 치료사는 책에서 본 골반의 앞뒤 회전과 기울어짐이 실제 엑스레이와 다리 길이 확인 과정에서도 보인다고 말했다. 공부한 내용이 환자의 몸에서 다시 확인되는 경험은 김 치료사에게 물리치료의 흥미이자 부담으로 다가왔다.
골반을 틀어지게 만드는 습관은 특별하지 않았다. 짝다리, 다리 꼬기, 장시간 운전처럼 일상에서 쉽게 반복되는 자세가 대표적이었다. 한쪽 다리에 체중을 싣고 서는 습관,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는 습관, 운전 중 한쪽 다리를 길게 뻗은 자세가 이어지면 몸은 한 방향으로 적응한다. 작은 습관이 오래 쌓이면 골반과 허리, 다리의 사용 방식까지 바꿀 수 있다.
김 치료사는 잘못된 자세를 반대쪽으로 반복하는 방식에 선을 그었다. 왼쪽으로 짝다리를 짚었으니 오른쪽으로 짚으면 균형이 맞는다는 식의 생각은 몸을 바로 세우는 해법이 아니라고 했다. 철사를 한쪽으로 구부렸다가 반대쪽으로 구부린다고 곧은 상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중요한 것은 반대 방향의 보상이 아니라, 몸을 가운데로 세우는 일이다.
허리 통증 환자에게 김 치료사가 자주 보는 지점은 복부와 코어다. 허리가 아프다고 허리만 보는 것이 아니라, 복부가 힘을 제대로 쓰는지 함께 살핀다. 김 치료사는 복부가 “퍼져 있다”는 표현을 썼다. 살이 쪘다는 뜻이 아니라, 복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갈비뼈가 벌어지고 몸이 뒤로 기대는 상태를 가리킨 말이었다. 복부와 코어가 몸을 잡아주지 못하면 자세는 쉽게 무너진다.
김 치료사가 말하는 코어는 복부 한 부위가 아니다. 다열근, 복횡근, 골반기저근, 횡격막처럼 몸통을 감싸고 지지하는 근육들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흔히 코어 운동을 플랭크로만 떠올리지만, 몸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플랭크를 하면 자세가 무너진 상태로 운동할 수 있다고 했다. 누운 자세에서 복부 힘을 먼저 느끼고, 단계적으로 운동을 늘려가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도 이 흐름에서 제시됐다. 김 치료사는 허리 통증 환자에게 누운 자세에서 복부에 힘을 주고 다리를 벌렸다 모으는 운동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허벅지 안쪽 근육과 복부가 함께 쓰이는 운동으로, 병원에서 받는 치료 시간이 길지 않은 만큼 집에서 이어가는 운동이 중요하다고 했다. 치료실의 1시간 남짓한 시간보다 환자가 집에서 몸을 어떻게 쓰는지가 회복 과정에 큰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김 치료사가 생활 속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습관도 코어와 맞닿아 있다. 짝다리를 반대로 짚는 일보다 몸을 감싸는 코어를 쓰는 일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자세를 바꾸는 일은 겉으로 보이는 모양을 고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몸 안에서 중심을 잡는 힘이 있어야 오래 앉고, 서고, 걷는 과정에서 허리와 골반이 덜 흔들린다.
바르게 앉는 방법을 설명할 때도 김 치료사의 표현은 구체적이었다. 환자에게 “몸을 바로 세워보라”고 하면 허리를 과하게 꺾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 치료사는 허리를 억지로 젖히는 자세가 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일어나서 다시 앉을 때 엉덩이의 딱딱한 뼈로 깊게 앉으면 골반이 세워지고, 허리를 과하게 꺾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세가 잡힌다는 설명이다.
이 조언은 단순하지만 현장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이다. 바른 자세를 허리의 힘으로 만드는 사람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 허리를 세운다는 생각이 허리를 꺾는 동작으로 이어지면 오히려 통증이 생길 수 있다. 골반이 먼저 제자리에 놓여야 허리도 자연스럽게 선다. 김 치료사의 자세 설명은 ‘곧게 펴기’보다 ‘기준점을 잡기’에 가깝다.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도 김 치료사의 기준은 비슷했다. 배드민턴, 골프, 러닝처럼 취미 운동이 늘면서 운동으로 몸을 좋아지게 하려다 통증을 얻는 경우도 있다. 김 치료사는 몸을 잡아주는 코어가 부족한 상태에서 다른 근육을 과하게 쓰면 허리 통증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운동 자체보다 몸을 지탱할 준비가 먼저 필요하다는 말이다.
러닝을 하는 사람에게는 종아리와 하체 스트레칭을 강조했다. 달리기 전 스트레칭뿐 아니라 운동 뒤 마무리 스트레칭도 필요하다고 했다. 스트레칭 없이 뛰면 종아리에 알이 배거나 부을 수 있고, 하체가 쉽게 굳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골프는 스윙 전 허리와 관련 부위를 부드럽게 풀어야 하고, 배드민턴은 전신을 쓰는 운동인 만큼 전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거창한 계획보다 누워서 시작하는 코어 운동을 권했다. 데드버그처럼 플랭크보다 쉬운 동작을 하루 1분씩 3세트라도 꾸준히 해보라는 제안이었다. 침대처럼 물렁한 곳보다는 매트를 깐 딱딱한 바닥이 몸을 잡는 데 낫다고 했다. 누운 김에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고 몸을 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도 이어졌다.
김 치료사 본인도 자세를 신경 쓰며 생활한다고 했다. 환자에게 자세를 알려주는 입장에서 스스로 지키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운동을 많이 하지는 못해도 앉을 때 기대거나 숙이는 자세, 허리를 꺾는 자세는 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치료사의 일상도 환자에게 전하는 말과 분리되지 않는다.
김 치료사의 목표는 환자가 병원을 나설 때 통증이 줄었다고 느끼는 것이다. 더 어려운 환자, 까다로운 통증을 가진 환자를 만나더라도 막힘없이 치료하고 통증을 낮추는 치료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입사 3개월 차의 조심스러움과 2년간 현장을 겪은 치료사의 현실감이 함께 담긴 말이었다.
김수연 물리치료사의 인터뷰는 골반과 코어라는 주제로 모인다. 골반은 걸음과 앉는 자세를 바꾸고, 코어는 몸을 세우는 중심을 만든다. 짝다리와 다리 꼬기, 장시간 운전, 허리를 꺾어 앉는 습관, 준비 없이 시작하는 운동은 모두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몸의 중심을 흔드는 생활의 반복이다. 김 치료사가 치료실에서 환자의 골반과 코어를 함께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환자의 몸은 교과서의 한 줄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같은 통증도 환자마다 다른 자세와 습관, 근력과 움직임 속에서 나타난다. 김수연 치료사가 말하는 재활은 통증 부위에 처치를 더하는 일을 넘어 몸의 중심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다. 골반이 바로 서고, 코어가 몸을 지탱하고, 환자가 집에서도 운동과 자세를 이어갈 때 치료실의 변화는 생활 속 변화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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