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자외선·고온다습·도시 오염, 미백 단일축에서 진정·장벽·리페어·보습으로 넓어진 수요
특별기획 | K-뷰티의 미래는 원료 전쟁

김혜경 여사, 정일우와 베트남서 ‘K-컬처’ 전파…K-뷰티·헤리티지 아우른 소프트 파워 외교 현장   사진=2026. 04.23  KTV 이매진 [국민 사위’ 정일우와 함께한 화합의 K-푸드 체험 베트남의 대표 식재료인 공심채에 한국의 고추장과 버터를 더한 ‘비빔밥’을 직접 만들며,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김혜경 여사, 정일우와 베트남서 ‘K-컬처’ 전파…K-뷰티·헤리티지 아우른 소프트 파워 외교 현장   사진=2026. 04.23  KTV 이매진 [국민 사위’ 정일우와 함께한 화합의 K-푸드 체험 베트남의 대표 식재료인 공심채에 한국의 고추장과 버터를 더한 ‘비빔밥’을 직접 만들며,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베트남 화장품·퍼스널케어 시장은 2025년 38억9000만달러 규모로 추산됐다. 2029년에는 51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확대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소비자가 찾는 기능이다. 고함량 비타민C와 레티놀, 히알루론산을 내세운 더마코스메틱이 늘었고 강한 자외선과 도시 오염에 대응하는 자외선 차단제, 진정 제품, 안티폴루션 화장품이 주요 품목으로 올라왔다. 미백이라는 한 단어로 동남아시아의 피부 관리 수요를 설명하던 시기와는 다른 구성이다.

2024년 베트남의 뷰티·퍼스널케어 제품 수입액은 약 18억9000만달러였다. 한국산 비중은 15.6%로 미국과 싱가포르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한국산 수입 증가율은 전년 대비 68.4%에 달했다. K-뷰티가 확보한 인지도는 높지만 수요의 중심은 더 이상 한국에서 유행한 제품을 그대로 옮기는 데 있지 않다. 자외선 차단력과 사용감, 고온 안정성, 피부 자극, 성분 근거를 현지 조건에 맞춰 조정하는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는 하나의 화장품 시장이 아니다. 동남아시아와 인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에는 기후와 소득, 종교, 피부 특성, 유통망이 크게 다른 국가들이 섞여 있다. 통용되는 범위만 120여개국에 이른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인도, 멕시코처럼 소비 기반과 한국 기업의 진출 경험이 쌓인 국가가 있는 반면, 수입 화장품 시장이 이제 형성되기 시작한 국가도 적지 않다. 하나의 성공 처방을 여러 나라에 복제하는 방식으로는 넓어진 시장의 차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한국 소비자들은 화장품을 단순히 ‘완성품’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에센스와 앰플을 섞어 쓰거나, 크림에 오일을 한두 방울 떨어뜨려 사용하는 방식은 일상적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화장품을 단순히 ‘완성품’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에센스와 앰플을 섞어 쓰거나, 크림에 오일을 한두 방울 떨어뜨려 사용하는 방식은 일상적이다.

더운 나라에는 수분크림만 필요하다는 오해

고온다습한 지역에서는 피부가 건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오래 이어졌다. 피부 표면의 땀과 유분이 많다고 피부 장벽의 수분 손실까지 적은 것은 아니다.

여름철 실외와 실내 환경에 노출된 피부를 측정한 연구에서는 더운 실외 환경에서 수분량과 피지 분비, 경피수분손실량(TEWL), 번들거림이 함께 증가했다. 땀이 증발한 뒤에는 뺨 부위의 수분이 줄어드는 변화도 나타났다. 덥고 습한 환경에서는 무거운 크림을 피하려는 소비 성향과 별개로 보습, 피지 조절, 땀에 따른 불편을 동시에 다뤄야 한다.

화장품 처방으로 옮기면 상반된 조건이 한 제품 안에 들어온다. 피부에 수분을 붙잡아 둘 보습 성분이 필요하지만 끈적임과 유분막은 낮춰야 한다. 땀과 피지 위에서 밀리지 않아야 하고, 여러 차례 덧발라도 답답함이 적어야 한다. 젤과 로션, 가벼운 에멀션이 선호되는 배경도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기후와 사용 환경에 있다.

중동에서는 실외의 고온·강한 자외선과 실내 냉방 환경이 반복된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높은 습도와 강수량, 교통 오염, 땀이 겹친다. 남아시아 대도시에서는 열과 미세먼지, 긴 통근 시간이 피부 관리 조건을 바꾼다. 건조한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는 수분 증발을 줄이는 장벽 관리와 자외선 차단이 함께 요구된다. 같은 ‘보습 크림’이라도 점도와 유분 비율, 흡수 속도, 향, 포장 방식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다.

자외선과 열, 오염이 만든 진정·장벽 수요

강한 햇빛에 대응하는 시장은 자외선 차단제 한 품목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외선과 열에 노출된 피부는 붉어짐과 건조감, 자극을 동반할 수 있고 소비자는 세안 이후 사용하는 토너와 세럼, 크림에서도 편안한 사용감을 찾는다.

적외선과 열 노출이 피부의 염증 반응과 진피 기질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축적돼 있다. 미세먼지와 오존, 이산화질소 등 대기오염 물질도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 피부 장벽 손상과 연관성이 보고됐다. 세계보건기구가 집계한 2019년 대기오염 관련 조기 사망의 89%는 저·중소득 국가에서 발생했고 부담은 동남아시아와 서태평양 지역에 집중됐다. 피부 질환과 대기오염의 인과 범위에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도시 오염이 화장품 소비자의 생활 조건으로 들어온 사실은 분명하다.

베트남 시장에서 안티폴루션과 진정 관리가 주요 제품군으로 언급되는 배경도 같은 흐름에 놓인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 뒤 사용하는 가벼운 세정제, 세정 후 당김을 줄이는 보습제, 열감과 불편을 낮추는 사용감, 산화에 취약한 원료를 보호하는 용기와 전달기술이 하나의 제품 체계로 묶인다.

‘항염’과 ‘리페어’라는 표현은 연구개발 언어와 화장품 광고 언어를 구분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화장품이 질병의 치료·경감·예방이나 의학적 효능을 표방할 수 없다. 항염, 살균, 피부 손상 복구·회복 같은 표현도 의약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 광고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원료 단계에서 염증 관련 지표를 연구했더라도 완제품 광고에서는 피부 보습, 장벽 기능, 자극 후 진정처럼 화장품 범위 안에서 검증된 결과로 좁혀야 한다.

글로벌 사우스에서 커지는 진정·리페어 수요를 의학적 치료 시장과 동일시할 수도 없다. 화장품은 피부를 청결하게 하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증진하는 범위에서 작용한다. 아토피피부염과 여드름, 색소 질환, 감염성 피부질환을 치료하는 제품으로 확장하면 국가별 의약품 규제와 충돌한다. 원료 연구 결과, 완제품 인체적용 결과, 소비자가 느끼는 사용감은 각각 분리해 설명해야 한다.

매스틱 글로벌 사우스 전략의 핵심.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매스틱 글로벌 사우스 전략의 핵심.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미백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단일 기준에서 내려왔다

글로벌 사우스에서 미백 수요가 완전히 끝났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색소 침착과 피부톤 균일화, 잡티 관리는 아시아와 중동, 중남미 시장에서 여전히 중요한 구매 동기다. 다만 밝은 피부색을 만드는 단일 목표가 자외선 관리와 피부 장벽, 보습, 진정, 탄력, 트러블 관리와 결합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단순 미백을 넘어’ 특정 성분과 효능 근거를 강조하는 더마코스메틱 선호가 늘고 있다. 비타민C와 레티놀, 히알루론산처럼 소비자가 이름을 아는 성분이 구매 기준으로 들어왔다. 자외선 차단과 진정, 안티폴루션도 필수 제품군으로 다뤄진다. 미백 제품 하나를 수출하는 방식보다 색소 관리가 필요한 환경과 자외선 노출, 피부 자극, 보습 상태를 함께 설계하는 처방이 시장에 가까워졌다.

제품명에도 변화가 생긴다. ‘화이트닝’만 크게 적는 대신 브라이트닝, 톤 균일, 잡티 관리, 자외선 노출 후 관리, 장벽 보습을 함께 제시하는 방식이 늘어난다. 국가별로 허용되는 효능 표현과 기능성 화장품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영문 문구를 여러 지역에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

피부색을 둘러싼 문화적 민감성도 커졌다. 어두운 피부톤을 교정 대상으로 취급하거나 밝은 피부를 우월한 상태로 표현하는 광고는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색소 침착과 피부톤 불균일에 관한 실질적 수요는 남아 있지만, 브랜드가 사용하는 언어와 모델, 전후 사진, 임상 지표는 과거보다 정교한 검토를 요구받는다.

중동, 인도, 아프리카 시장의 확대는 또 다른 변화를 요구한다. /사진=KOREAZ youtub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중동, 인도, 아프리카 시장의 확대는 또 다른 변화를 요구한다. /사진=KOREAZ youtub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도에서는 가격, 베트남에서는 고온 안정성

한국의 대인도 화장품 수출액은 2022년 3663만달러에서 2023년 4621만달러, 2024년 7797만달러로 늘었다. 2년 만에 두 배를 넘어선 증가다. 한류 콘텐츠를 통해 K-뷰티를 접한 소비자가 늘었고 스킨과 로션, 선크림, 클렌징 제품이 주요 진출 품목으로 꼽혔다.

인도 시장의 규모가 커진다고 한국에서 판매하는 용량과 가격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득 격차가 크고 지역별 유통 구조도 다르다. 고가 수입 스킨케어를 구매하는 대도시 소비자와 소용량·저가격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동시에 존재한다. 높은 관세와 물류비가 붙으면 한국에서 중가였던 제품이 현지에서는 프리미엄 가격대에 놓일 수 있다.

제품 설계는 원료 선정부터 달라진다. 고가 활성 성분을 여러 개 넣어 소비자가격을 높이는 방식보다 구매 빈도가 높은 선크림과 세정제, 가벼운 보습제에서 체감 가능한 사용감을 만드는 편이 시장 범위를 넓힐 수 있다. 10㎖와 15㎖ 소용량, 파우치와 스틱, 리필, 현지 생산·충전은 가격 접근성을 조정하는 수단이 된다. 소용량 제품도 원료 농도와 포장 안정성, 사용 기간이 달라지므로 완제품을 단순히 작게 나누는 작업과는 다르다.

방글라데시 스킨케어 시장은 약 6억달러 규모로 추산됐고 고가 수입품과 저가 현지 제품으로 양분돼 있다. 한국산 헤어·보디 제품은 태국·인도 제품보다 가격이 높은 편이어서 원료를 벌크로 공급한 뒤 현지에서 포장하는 방식도 진출 방안으로 거론됐다. 글로벌 사우스 원료 경쟁이 완제품 수출을 넘어 현지 충전과 패키징, 공동생산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신영미 (주)에스와이멤코스매틱 대표도 해외 시장을 국내 판매의 연장선으로 묶기 어렵다고 봤다. 인도에서는 가격 접근성을 높이고, 중동에서는 프리미엄 이미지와 신뢰를 강화하는 식으로 원료 구성과 제형, 용량, 가격을 달리 설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내보다 해외 시장을 우선해 독자 브랜드를 구성하려는 논의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를 서로 다른 가격대로 구분했다.

중동 디지털 르네상스, 기회의 황금사막과 리스크의 지형.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중동 디지털 르네상스, 기회의 황금사막과 리스크의 지형.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중동에서는 자외선 차단력만큼 신뢰가 가격을 만든다

이집트에서는 강렬한 자외선과 피부 노화에 대한 인식 확산이 자외선 차단제 수요를 키웠다. 2023년 자외선 차단제를 포함하는 HS코드 330499 수입액은 5776만9000달러로 전년보다 7.3% 증가했다. 프랑스와 독일, 미국 브랜드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 가운데 한국 스킨케어에 대한 인지도도 올라갔다.

중동을 고가 화장품이 잘 팔리는 시장으로만 보면 절반만 읽은 셈이다. 프리미엄 가격을 받으려면 원료 원산지와 제조 공정, 안전성 문서, 자외선 차단 시험, 고온 보관 안정성, 정품 유통망이 따라야 한다. 높은 가격 자체가 신뢰를 만들기보다 검증 가능한 기술과 유통 통제가 가격을 지탱한다.

강한 햇빛 아래에서 사용하는 선케어 제품은 수치가 높다는 광고만으로 경쟁하기 어렵다. 땀과 피지에 밀리지 않는지, 눈 시림과 백탁이 어느 정도인지, 여러 차례 덧발랐을 때 뭉치지 않는지, 차량이나 창고의 고온 환경에서 분리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향과 사용감도 동아시아 소비자의 선호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중동의 도시별 소비력도 동일하지 않다. 고소득층과 관광객을 상대하는 프리미엄 유통, 약국과 클리닉, 대중 온라인몰은 요구하는 가격과 제품 설명이 다르다. 동일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전문 채널에는 시험 결과와 상담 정보를 강화하고, 대중 유통에는 사용법과 용량, 반복 구매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

아프리카에서는 피부톤과 유통 구조까지 달라진다 /사진= 아프리카 외교장관단 접견_청와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아프리카에서는 피부톤과 유통 구조까지 달라진다 /사진= 아프리카 외교장관단 접견_청와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아프리카에서는 피부톤과 유통 구조까지 달라진다

탄자니아에서는 한국 스킨케어가 중고가 제품군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도시 중산층이 주요 소비층으로 꼽힌다. 현지 화장품 수입업계에서는 한국 제품을 그대로 판매하기보다 아프리카 소비자의 피부톤과 선호에 맞춘 현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색조 제품에서 차이가 가장 먼저 드러나지만 스킨케어도 백탁과 유분감, 향, 세정력, 패키지 내구성에서 조정이 필요하다.

코트디부아르에서는 판매되는 화장품의 약 80%가 수입산으로 집계됐고 천연·유기농 원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지 진출 품목에도 소비자의 피부 특성과 기후를 반영한 제품이 제시됐다. 천연 원료라는 이름만 붙이는 방식보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변색과 변취, 미생물 오염을 억제하고 반복 생산의 품질을 맞추는 능력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시장을 하나의 저가 시장으로 간주하는 접근도 맞지 않는다. 탄자니아의 도시 중산층을 겨냥한 중고가 스킨케어와 코트디부아르의 수입 프리미엄 시장, 방글라데시의 고가 수입품·저가 현지품 양분 구조는 서로 다른 가격 전략을 요구한다. 소비자 구매력뿐 아니라 관세와 환율, 운송비, 유통 마진, 제품 등록 비용이 최종 가격을 결정한다.

현지 생산 확대도 원료 공급 구조를 바꾼다. 완제품을 한국에서 모두 생산해 보내는 대신 농축 원액과 기능성 소재, 반제품을 공급하고 현지에서 충전·포장하면 물류비와 관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반대편에는 제조 공정 유출과 품질 편차, 원료 오용 위험이 놓인다. 원료 규격과 희석 기준, 상표 사용 조건, 생산 감사 체계를 계약 안에 넣지 않으면 동일한 브랜드명이 서로 다른 품질로 유통될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관상용 식물 판매액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관상용 식물 판매액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현지 식물은 원료 공급망의 경쟁자가 된다

글로벌 사우스의 수요 변화는 한국산 화장품의 판매 품목만 바꾸지 않는다. 현지 식물과 발효 소재, 전통적 사용 경험이 국제 원료 시장으로 들어오는 통로도 넓힌다.

베트남에서는 코코넛과 자몽, 커피 등 현지 원료를 현대적인 제형과 비건 브랜드에 결합한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 해외 브랜드가 수입 원료와 완제품을 공급하는 동안 현지 기업은 원산지와 문화적 친숙함, 짧은 공급망을 경쟁력으로 활용한다.

아프리카에서는 시어버터와 모링가, 바오바브, 마룰라처럼 이미 국제 시장에 알려진 식물 외에도 여러 지역 자원이 화장품 원료 후보로 개발되고 있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도 님, 강황, 코코넛, 타마린드, 쌀, 차, 열대과일 부산물이 있다. 원료의 전통적 명성만으로 산업 가치가 정해지지는 않는다. 유효 성분의 편차와 농약·중금속, 미생물, 냄새와 색, 추출 수율, 산지 노동, 생물다양성까지 관리해야 세계 공급망에 들어갈 수 있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사우스를 판매처로만 보면 현지 원료기업과 브랜드의 성장 속도를 놓치게 된다. 한국이 가진 추출과 발효, 정제, 수용화, 캡슐화, ODM 생산 능력을 현지 식물과 결합하면 공동개발 구조가 가능하다. 원료를 낮은 가격에 들여와 한국 브랜드를 붙이는 방식으로는 산지와의 이익 배분, 전통지식 권리, 원료 추적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K-콘텐츠⑥] 시행령 147호 이후의 베트남 콘텐츠 시장, 커진 기회와 규제 비용.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콘텐츠⑥] 시행령 147호 이후의 베트남 콘텐츠 시장, 커진 기회와 규제 비용.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하나의 처방을 수출하던 방식의 끝

글로벌 사우스에서 경쟁할 제품은 국가명만 바꾼 동일 처방이 아니다. 베트남에서는 고온다습한 환경과 오염에 맞춘 가벼운 진정·보습 제형, 인도에서는 가격과 용량을 조정한 선케어·클렌징, 중동에서는 고온 안정성과 프리미엄 신뢰, 아프리카에서는 피부톤과 현지 유통에 맞춘 처방이 필요하다.

원료 포트폴리오도 기능 이름보다 사용 조건을 중심으로 다시 짜야 한다. 보습 원료는 경피수분손실과 끈적임을 함께 살피고, 장벽 원료는 세정제와 선크림을 겹쳐 쓰는 생활 습관까지 고려해야 한다. 진정 원료는 세포 수준의 연구 결과만 앞세우지 않고 완제품 농도와 자극 시험, 반복 사용 결과를 확보해야 한다. 천연 항균 소재는 의학적 살균 효능을 광고하기보다 보존 시스템과 피부 사용 안전성 안에서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

2026년 6월 공개된 베트남 시장 흐름은 K-뷰티가 확보한 기회와 부담을 함께 드러낸다. 한국산 수입은 빠르게 늘었지만 현지 브랜드도 천연 원료와 비건, 성분 중심의 더마코스메틱으로 경쟁하고 있다. 수출 증가만으로 시장 주도권이 고정되지는 않는다.

국가별 고온·저온 안정성 시험, 자외선과 오염 환경을 반영한 사용성 평가, 현지 소비자가 부담할 수 있는 용량과 가격, 허용되는 효능 표현, 원료 이력과 생산지까지 갖춘 기업이 반복 주문을 확보한다. 글로벌 사우스의 확대는 한국 화장품에 더 많은 판매처를 더하는 변화가 아니다. 피부가 놓인 환경에서 출발해 원료와 처방, 생산, 가격을 다시 설계하는 산업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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