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맥스·한국콜마의 기록적 실적 뒤편…공장 가동률과 수주를 넘어 독자 원료·특허·기술사용료로 넓어지는 화장품 가치사슬
특별기획 | K-뷰티의 미래는 원료 전쟁

ODM이 새로운 해법으로 떠올랐다. 한국은 코스맥스, 한국콜마 같은 대형 ODM 기업을 중심으로 이 체계를 산업적 강점으로 발전시켰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ODM이 새로운 해법으로 떠올랐다. 한국은 코스맥스, 한국콜마 같은 대형 ODM 기업을 중심으로 이 체계를 산업적 강점으로 발전시켰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2026년 1분기 코스맥스의 연결 매출은 6820억원, 영업이익은 530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9%, 3.3% 증가했다. 국내 법인이 4232억원, 중국이 1947억원, 미국이 420억원, 태국이 243억원, 인도네시아가 22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과 중국이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태국과 미국, 인도네시아까지 생산 거점이 넓어지면서 세계 브랜드의 주문을 여러 지역에서 받아내는 제조망이 형성됐다.

한국콜마는 같은 기간 연결 매출 7280억원, 영업이익 78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1.5%, 영업이익은 31.6% 늘었다. 순이익은 600억원으로 158.7% 증가했다. 두 회사의 1분기 매출을 합치면 1조4100억원, 영업이익은 1319억원에 이른다. ‘OEM·ODM 시대가 끝났다’는 선언과 달리 세계 화장품 브랜드가 한국 제조사에 맡기는 생산 물량과 개발 수요는 2026년에도 증가하고 있다.

연간 실적도 같은 흐름에 놓인다. 코스맥스의 2025년 연결 매출은 2조3988억원, 영업이익은 1958억원이었다. 매출은 전년보다 10.7%, 영업이익은 11.6% 늘었다. 국내 법인 매출은 1조5264억원, 중국 사업은 6327억원이었다. 국내 법인의 영업이익률은 10.1%, 연결 영업이익률은 8.2%였다. 한국콜마의 2025년 연결 매출은 2조7224억원, 영업이익은 2396억원으로 각각 11.0%, 23.6% 증가했다. 화장품 사업 매출은 1조4409억원, 영업이익은 1292억원이었다.

두 회사의 실적은 한국 화장품 제조 경쟁력이 약해졌다는 진단과 거리가 있다.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한 중소 브랜드는 자체 공장을 짓지 않고 한국 ODM을 선택한다. 연구원과 생산설비, 원료 구매망, 품질관리 조직, 국가별 규제 인력을 처음부터 갖추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다. 주문량이 늘면 같은 공장에서 여러 국가와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제조사는 축적된 처방과 생산 경험을 다음 개발에 활용한다.

제조 강국의 다음 경쟁은 공장을 버리고 원료기업으로 바뀌는 과정이 아니다. 생산 규모와 납기, 품질관리 위에 독자 원료와 처방, 전달기술, 특허, 규제 문서를 얼마나 더 얹을 수 있는지가 기업가치의 범위를 넓힌다. 주문받은 제품을 정확히 만드는 회사와 고객이 교체하기 어려운 기술을 공급하는 회사는 같은 매출을 올려도 시장에서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OEM은 설비를 팔고 ODM은 개발 시간을 판다

OEM은 고객사가 정한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브랜드가 처방과 원료, 용기 사양을 결정하고 제조사는 품질 기준에 맞춰 제품을 만든다. 매출은 주문 수량과 생산 단가에 비례한다.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 고정비 부담이 낮아지고 수익성이 개선되지만 주문이 줄면 대규모 설비와 인력이 곧바로 비용으로 돌아온다.

ODM은 제조에 연구개발을 더한다. 시장 조사와 제품 기획, 원료 선정, 처방, 안정성 시험, 생산까지 제조사가 담당한다. 브랜드는 아이디어와 판매망에 집중할 수 있고 신생 기업도 비교적 짧은 기간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 제조사는 연구개발비와 처방 경험을 여러 고객에게 활용해 OEM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

ODM의 경쟁력은 단순히 제품을 대신 만들어주는 데 있지 않다. 특정 제형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공정, 국가별로 허용되는 성분과 표시를 검토하는 규제 조직, 수천 종의 원료를 조합해 원하는 감촉을 구현하는 연구 인력이 함께 움직인다. 선크림 한 품목에서도 자외선 차단 성분의 분산과 백탁, 밀림, 내수성, 눈 시림, 용기 적합성, 국가별 허용 원료를 모두 조정해야 한다.

생산량이 커질수록 ODM이 감당해야 할 위험도 늘어난다. 고객 주문이 특정 브랜드와 지역에 몰리면 판매 부진이 제조사의 가동률에 영향을 준다. 원료와 용기 가격이 오르거나 환율이 움직여도 계약 단가에 즉시 반영하기 어렵다. 미국과 중국, 동남아시아에 공장을 늘리면 현지 주문을 빠르게 받을 수 있지만 초기 설비투자와 인건비, 품질관리 비용이 먼저 들어간다.

매출이 증가해도 생산량과 함께 원료비와 포장재비, 인건비, 물류비가 늘어난다. 제조업의 기업가치는 수주 증가뿐 아니라 공장별 가동률과 고객 집중도, 제품 믹스, 원가 전가 능력, 재고 회전에서 갈린다. 잘 팔리는 브랜드 하나를 고객으로 확보하면 단기간에 실적이 커질 수 있지만 해당 브랜드의 유행이 꺾이면 생산 물량도 함께 줄어든다.

제조사가 독자 기술을 붙이는 이유

코스맥스는 현재 사업 영역을 OEM·ODM에만 두지 않는다. 회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제형과 원료, 전달체를 ‘트레이드마크 테크놀로지’로 분류해 고객에게 제안하고 있다. 브랜드 이름과 시각 정체성, 처방 개발, 생산을 함께 제공하는 OBM도 운영한다. 제조사가 고객의 주문을 수행하는 위치에서 제품과 브랜드의 출발점을 설계하는 위치로 범위를 넓힌 구조다.

한국콜마도 제조 공정과 제형, 캡슐, 색소, 세라마이드 등에 걸쳐 특허 자산을 쌓고 있다. 회사가 공개한 연구개발 현황에는 제조 관련 특허 출원 952건과 등록 565건, 기능성화장품 심사·보고 품목 9457건이 제시돼 있다. 캡슐화 색소와 미세캡슐, 세라마이드 겔을 비롯해 원료를 제형 안에서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기술이 특허 목록에 포함돼 있다.

특허 건수가 많다고 높은 수익이 자동으로 발생하지는 않는다. 특허를 적용한 제품이 실제 주문으로 이어져야 하고, 경쟁사가 다른 공정으로 우회하기 어려워야 한다. 해외 매출을 지키려면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 권리를 확보하고 유지비도 부담해야 한다. 고객사가 특허 기술을 선택할 만큼 생산성이나 사용감, 안정성에서 차이가 있어야 한다.

ODM 기업이 독자 기술을 확보하면 같은 공장 안에서도 수익 구조가 달라진다. 고객사가 정해준 처방을 생산하는 주문과 제조사만 제공할 수 있는 원료·전달체를 적용한 주문은 교체 가능성이 다르다. 범용 제품은 단가가 낮은 제조사로 이동하기 쉽지만 독자 제형과 시험 자료, 전용 생산공정이 결합된 제품은 제조사를 바꿀 때 처방 개발과 안정성 검증을 다시 거쳐야 한다.

독자 기술은 고객을 묶어두는 수단인 동시에 고객 브랜드의 방어막이 된다.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원료와 비슷한 처방으로 제품을 만들면 시장 반응이 확인된 뒤 유사 제품이 빠르게 등장한다. 제조사가 특정 고객에게 일정 기간 독점 처방이나 전용 원료를 제공하면 후발 제품과의 간격을 벌릴 수 있다. 계약 기간과 국가, 제품군, 최소 주문량에 따라 독점 범위를 정교하게 나눠야 제조사도 같은 기술의 확장 가능성을 잃지 않는다.

국내 OEM·ODM 제조사는 K-뷰티의 중요한 산업 자산이다.  /사진=뷰티화장품 youtub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내 OEM·ODM 제조사는 K-뷰티의 중요한 산업 자산이다.  /사진=뷰티화장품 youtub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원료기업은 여러 브랜드에서 반복 매출을 얻는다

원료기업의 수익 구조는 완제품 제조사와 다르다. 제조사는 브랜드의 주문을 받아 제품 수량만큼 매출을 올린다. 원료기업은 하나의 활성물질과 전달기술을 여러 브랜드, 제조사, 국가에 공급할 수 있다. 고객 브랜드가 바뀌어도 원료가 여러 처방에 남으면 판매가 이어진다.

완제품 한 품목이 유행에서 밀리더라도 같은 원료가 크림과 세럼, 선케어, 헤어케어로 확대되면 고객 기반은 유지될 수 있다. 제품 1개에 들어가는 원료량은 적어도 수십 개 브랜드에 반복 공급하면 매출이 쌓인다. 원료 공급사가 규격서와 안전성, 효능 시험, 권장 처방, 국가별 규제 문서를 함께 제공하면 고객사는 원료를 바꿀 때 상당한 개발비를 다시 부담해야 한다.

원료기업의 매출은 공장 가동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특수 원료는 생산 자체보다 연구개발과 지식재산권, 규제 문서, 고객 기술지원에 가격이 붙는다. 대량 원물을 생산하지 않고 외부 제조사에 생산을 맡기더라도 원료 설계와 품질 기준, 고객 관계를 통제하면 높은 부가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

스위스 특수화학기업 클라리언트(Clariant)가 루카스 마이어 코스메틱스(Lucas Meyer Cosmetics)를 인수한 거래는 원료기업에 붙는 가격을 확인시켰다. 클라리언트가 제시한 인수가는 8억1000만달러였다. 루카스 마이어의 연 매출은 약 1억달러였고 인수가는 최근 12개월 상각전영업이익의 16.3배였다. 클라리언트는 생산을 외부에 맡기는 자산경량형 사업 구조와 높은 현금창출력, 천연 유래 활성물질, 고객 맞춤 연구 역량을 인수 배경으로 들었다.

연 매출의 8배가 넘는 금액이 책정된 이유를 원료 한두 종의 희소성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활성 원료 포트폴리오와 특허, 시험 자료, 고객사 처방에 들어간 사용 이력, 연구 인력, 반복 주문 관계가 한꺼번에 거래됐다. 원료 생산을 다른 업체에 맡겨도 규격과 브랜드, 지식재산권, 고객 계약을 보유하면 설비 규모보다 큰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영국계 원료기업 크로다(Croda)의 2025년 소비재 원료 사업 조정영업이익률은 17.5%였다. 뷰티 액티브 매출은 고정환율 기준 6%, 뷰티 케어는 4% 증가했다. 회사는 세계 뷰티 원료 시장을 약 80억달러로 추산하고 자사 점유율을 약 10%로 제시했다. 코스맥스의 2025년 연결 영업이익률 8.2%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사업 구성과 회계 기준, 생산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특수 원료와 기술지원 중심 사업이 대규모 완제품 제조보다 높은 이익률을 확보할 가능성은 두 회사의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특허기업은 생산량이 아니라 사용권을 판다

특허기업의 수익은 원료 납품과 별도로 발생할 수 있다. 기술을 직접 생산해 판매하거나 다른 기업에 제조·판매권을 주고 계약금과 단계별 기술료, 매출 연동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모든 국가에 공장을 세우지 않아도 파트너사의 제조망과 유통망을 이용할 수 있다.

라이선스 계약은 매출이 늘어도 설비투자가 같은 비율로 증가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기술이 여러 국가와 제품에 적용되면 사용료가 반복해서 들어온다. 제조사가 원료비와 포장비, 물류비를 부담하는 동안 특허기업은 지식재산권과 기술지원에 집중할 수 있다.

계약서에 적힌 기술료가 모두 매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대 기업이 개발을 중단하거나 규제 허가를 받지 못하면 단계별 기술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특허 청구 범위가 좁거나 무효가 되면 사용료를 받을 근거도 약해진다. 기술을 넘겨받은 기업이 생산수율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제품 판매에 실패해도 권리자가 기대한 수익은 나오지 않는다.

화장품 기술은 의약품보다 제품 수명이 짧고 유사 제형이 빠르게 등장한다. 특허 등록부터 상용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면 시장 유행이 먼저 바뀔 수 있다. 특허 하나보다 여러 고객이 사용할 수 있는 원료 플랫폼과 후속 조성물, 용도 특허, 제조 노하우를 함께 구축해야 계약 수명이 길어진다.

특허 공개와 영업비밀 관리 사이의 선택도 필요하다. 특허는 기술 내용을 공개하는 대가로 일정 기간 권리를 얻는다. 분석만으로 공정을 알아내기 어렵고 공장 내부 조건이 성능을 좌우한다면 제조 온도와 교반 순서, 정제 노하우를 영업비밀로 남기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원료 조성과 용도는 특허로 보호하고 세부 생산 조건은 공개하지 않는 방식도 가능하다.

국내 원천기술 기업이 만드는 다른 경로

국내에서도 완제품 브랜드와 ODM 밖에서 원료·플랫폼 사업을 구축한 기업이 나오고 있다. 펩타이드 기술기업 케어젠(Caregen)은 회사 홈페이지에서 1800개 이상의 펩타이드 자산과 140개국 수출망을 제시하고 있다. 코스메슈티컬과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의약품으로 적용 분야를 나누고 공동개발과 라이선스 계약을 사업 구조에 포함한다. 수치는 회사가 공개한 현황이며 개별 자산의 상용화 실적과 매출 기여도는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원천기술 기업은 제품 이름보다 플랫폼의 확장성을 설명한다. 하나의 펩타이드를 주름과 모발, 체중 관리, 의료기기 등 여러 용도로 개발하고 국가별 파트너에게 공급하면 완제품 판매와 다른 수익 경로가 생긴다. 식품과 화장품, 의료기기는 허가·신고 체계가 다르므로 같은 원료를 쓴다고 하나의 시험 문서로 모든 시장에 진입할 수는 없다.

국내 바이오·원료기업이 세계 소재기업과 같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면 특허 보유 사실을 넘어 반복 매출을 증명해야 한다. 원료 매출 가운데 상위 고객의 비중, 장기 공급계약, 해외 제조사의 채택 건수, 국가별 규제 등록, 기술사용료 비중, 계약 종료 뒤 재구매율이 중요하다. 연구용 샘플과 시제품 공급이 많아도 상업 생산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기술 자산의 가격을 높이기 어렵다.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개발한 기술도 기업으로 이전된 뒤 같은 경로를 거친다. 기술이전 계약금만 받고 끝나는 기술과 생산 규모를 키워 해외 제조사에 공급하는 기술의 가치는 다르다. 실험실에서 확인한 기능을 원료 규격과 안전성 문서, 대량생산 공정, 고객 처방으로 연결할 기업이 없으면 특허는 연구성과 목록에 남는다.

 

원료를 잠그면 가치가 지켜질까

티에스코리아 신영미 대표.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티에스코리아 신영미 대표.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독자 원료를 개발한 중소기업은 공급 확대와 기술 통제 사이에서 갈등한다. 외부 제조사에 원료를 공급하면 매출과 인지도를 높일 수 있지만 소량만 넣은 저가 제품이 같은 성분명을 앞세우면 원료의 이미지와 가격이 함께 낮아질 수 있다. 공급을 막으면 차별성은 지킬 수 있어도 생산 규모와 외부 검증, 시장 확장은 제한된다.

신영미 (주)에스와이멤코스매틱 대표는 매스틱 기반 독자 원료를 외부에 공급할 경우 소량만 사용한 제품도 같은 원료명을 내세워 값싼 제품과 경쟁하게 될 수 있어 현재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비와 높은 함량을 부담한 제품이 원료 이름만 같은 저가 제품과 동일하게 인식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원료를 전혀 공급하지 않는 방식은 브랜드 독점 전략에 가깝다. 원료기업으로 성장하려면 품질 등급과 최소 함량, 사용 가능한 제품군, 상표 표시 조건을 계약으로 구분해야 한다. 일정 함량 이상 사용한 제품에만 원료 상표를 허용하고, 배치별 시험성적서와 완제품 검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저가 희석 제품을 통제할 수 있다.

공급 계약에는 지역과 기간, 최소 구매량, 재판매 금지, 원료 분석법, 광고 문구의 사용 범위를 넣어야 한다. 원료 이름이 널리 알려질수록 무단 사용과 허위 함량 표시를 막을 감시도 필요하다. 상표와 특허, 영업비밀, 공급계약이 함께 작동해야 원료를 팔면서도 품질 기준을 지킬 수 있다.

원료 공급을 늘리면 한 고객의 실패가 전체 사업을 흔드는 위험도 줄어든다. 독자 브랜드 하나에 원료를 모두 투입하면 브랜드 매출이 부진할 때 연구개발비 회수가 막힌다. 여러 제조사와 국가에 원료를 공급하면 고객 포트폴리오를 분산할 수 있다. 반대로 소수 대형 고객에 매출이 몰리면 주문 단가와 계약 조건에서 원료기업의 협상력이 낮아진다.

같은 매출, 다른 기업가치

완제품 브랜드와 OEM·ODM, 원료기업, 특허기업은 모두 화장품 시장에서 수익을 만들지만 투자자가 확인하는 숫자는 다르다.

브랜드는 소비자 인지도와 재구매율, 광고비, 유통 수수료, 할인율, 재고를 본다. 브랜드 가치가 높으면 제조원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지만 유행과 플랫폼 정책, 광고비 상승에 민감하다.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 완제품 재고와 반품 부담이 남는다.

OEM·ODM은 수주잔고와 공장 가동률, 고객 집중도, 생산 단가, 원료·포장재 비용, 해외 법인의 손익을 본다. 주문이 늘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만 생산설비와 인력도 함께 필요하다. 제조 품질 사고가 발생하면 여러 고객 브랜드가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원료기업은 고객사 수와 반복 주문, 제품별 총이익률, 원료의 교체 비용, 안전성·규제 문서, 생산수율, 배치 편차를 본다. 원료가 여러 처방에 들어갈수록 고객 관계가 길어지고, 공급을 바꾸기 위한 재시험 비용이 진입 장벽이 된다.

특허기업은 권리 범위와 남은 기간, 국가별 등록 상태, 무효 가능성, 라이선스 계약, 단계별 기술료와 매출 연동 사용료를 본다. 생산설비가 작아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지만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으면 매출이 장기간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한 기업이 네 사업을 모두 가질 수도 있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제조와 ODM을 기반으로 독자 원료와 특허, 브랜드 개발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원료기업은 직접 브랜드를 만들어 소비자 매출을 확보하고, 브랜드기업은 자체 연구소와 원료 자회사를 세운다. 화장품 가치사슬의 경계가 흐려지는 이유다.

제조를 넘어 기술이 남는 구조

한국 ODM의 강점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실적으로 확인됐다. 2025년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의 연결 매출을 합치면 5조1212억원이다. 2026년 1분기에도 두 회사 모두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빠른 개발과 대량생산, 국가별 품질 대응은 신생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 진입하는 시간을 줄였다.

제조 규모가 커질수록 독자 기술의 필요성도 커진다. 같은 공장에서 유사 제품을 빠르게 생산하는 능력은 시장을 확장하지만 고객사가 가격을 낮추거나 다른 제조사를 선택할 가능성도 남긴다. 전용 원료와 특허 제형, 전달체, 규제 문서가 결합되면 제조 계약은 단순 생산에서 기술 의존 관계로 바뀐다.

원료·특허기업도 공장 없는 연구회사라는 이름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분석 장비와 파일럿 생산, 독성 평가, 장기 안정성, 응용 처방 연구, 고객 기술지원에는 상당한 자본이 필요하다. 외부에 생산을 맡겨도 공급 중단과 품질 편차를 관리할 이중 생산망과 감사 체계를 갖춰야 한다.

2026년 화장품 산업의 구분선은 OEM과 ODM의 종료 여부에 있지 않다. 제조량이 늘어날 때만 매출이 증가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하나의 원료와 공정, 특허를 여러 고객과 국가에 반복 적용할 수 있는지가 기업가치의 폭을 가른다.

공장은 제품을 생산하고 브랜드는 소비자의 선택을 만든다. 원료 규격과 특허, 전달기술은 제품이 바뀐 뒤에도 계약과 처방 안에 남는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의 수주 실적, 루카스 마이어에 매겨진 8억1000만달러의 인수가격, 크로다의 특수 원료 수익성은 제조와 원천기술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가치를 쌓는 산업 구조를 확인시킨다. K-뷰티의 기업가치는 생산한 화장품의 수량뿐 아니라 다른 회사가 비용을 지불하고 계속 사용해야 하는 원료와 기술을 얼마나 보유했는지까지 포함해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