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바라의 공동체 기록, 샬럿 용가의 공동 연출, 아만 알람의 가족 돌봄…촬영 전 쌓인 시간이 바꾼 인물사진
[KtN 김성은기자]검은 가죽옷을 입은 여성이 흰색 자동차 옆에 몸을 기댄다. 차창 위로 왼팔을 올리고 사이드미러에 얼굴을 가까이 댔다. 한쪽 발은 보도에 단단히 붙어 있고, 뒤로 뻗은 다리와 허리를 숙인 자세가 사진 전체에 비스듬한 선을 만든다. 마르틴 바라(Martine Barrat)의 1996년 할렘 사진은 리듬 클럽에 가기 전 화장을 확인하는 짧은 순간을 붙잡았다. 클럽 안의 공연이나 거리의 소란보다 외출을 준비하는 한 사람의 몸짓이 먼저 들어온다.
검은 재킷과 스커트, 스타킹과 구두는 자동차의 밝은 차체와 강한 대비를 이룬다. 차에 남은 긁힌 자국과 보도의 얼룩도 지워지지 않았다. 여성은 촬영자를 위해 자세를 고쳐 잡기보다 거울 속 얼굴에 집중한다. 카메라는 인물의 생활 안으로 들어갔지만 행동을 멈추게 하지 않는다. 사진에 남은 것은 할렘을 설명하는 대표 풍경이 아니라 밤 외출을 앞둔 주민의 준비와 취향, 스스로 다듬은 모습이다.
마르틴 바라는 뉴욕 할렘과 사우스브롱크스, 복싱 체육관과 거리 공동체를 수십 년 동안 오가며 촬영했다. 1968년 뉴욕으로 건너온 뒤 카메라를 들고 지역 주민과 생활을 나눴고, 1970년대에는 사우스브롱크스의 거리 조직 로만 킹스(Roman Kings)와 로만 퀸스(Roman Queens)를 영상으로 기록했다. 촬영한 사진을 당사자에게 건네는 일도 이어갔다. 주민을 잠시 찾아가 관찰하는 외부인의 위치와 다른 관계가 사진보다 먼저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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