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인구 약 14%…일터 밖 예배·공동식사·교육·상담으로 이어진 정착 기반
[KtN 최경인 · 박준식기자]포천시 소흘읍의 붉은 벽돌 건물 외벽에 ‘GURUDWARA SHRI SINGH SABHA SAHIB’라고 적힌 주황색 간판이 걸려 있다. 간판 양쪽에는 시크교를 상징하는 칸다(Khanda) 문양이 새겨졌다. 터번을 쓴 남성들이 출입구 앞에 모였고, 건물 안에서는 머리를 가린 참가자가 천으로 단장한 예배 공간을 향해 몸을 낮췄다.
구르드와라(Gurdwara)는 시크교 신자들이 경전을 읽고 찬송하며 공동체 예배를 드리는 곳이다. 7월 19일 라트 야트라가 열린 국제 크리슈나 의식협회(International Society for Krishna Consciousness·ISKCON) 코리아 사원과는 종교와 의례가 다른 별도의 예배시설이다.
포천에는 힌두교계 크리슈나 신앙 공동체와 시크교 공동체가 각자의 종교시설을 두고 있다. 외국인 주민이 공장과 농축산 현장에서 근무하는 시간을 넘어 예배와 식사, 교류를 이어가는 생활 기반도 두 시설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포천의 외국인 주민은 약 2만2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4%를 차지한다. 포천시는 외국인 주민이 기업체와 농축산 분야를 비롯한 지역 산업에서 주요한 비중을 담당하는 주민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5년에는 민관 협력과 정착 지원을 맡을 외국인 주민 정책협의회도 구성했다.
라트 야트라에 전국 각지의 신도와 가족, 일반 방문객이 모인 배경에도 포천에 자리 잡은 종교시설과 공동체 조직이 있었다. ISKCON 코리아는 소흘읍 이동교리에서 라다 크리슈나찬드라 사원을 운영하고 있다. 포천 사원은 2003년 문을 열었으며, 사원 예배와 만트라 찬송, 종교축제를 이어왔다.
구르드와라 앞에서는 서로 다른 색상의 터번을 쓴 남성들이 함께 자리했다. 터번은 시크교 신자에게 신앙과 정체성을 나타내는 종교적 복식이다. 사진 속 인물들의 이름과 거주지, 구르드와라에서 맡은 역할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시크교 공동체가 포천에 별도의 예배공간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건물 간판과 내부 의례에서 분명하게 나타났다.
라트 야트라를 개최한 ISKCON은 힌두교 안에서 크리슈나를 숭배하는 가우디야 바이슈나바(Gaudiya Vaishnava) 전통을 따른다. 구르드와라는 시크교의 경전인 구루 그란트 사히브(Guru Granth Sahib)를 중심에 두는 예배처다. 힌두교와 시크교는 남아시아에서 형성됐지만 신앙체계와 경전, 예배 형식이 서로 다르다.
‘구르드와라’는 ‘구루에게 이르는 문’이라는 뜻을 지닌다. 예배실에서는 구루 그란트 사히브의 구절을 읽고 노래하는 키르탄(Kirtan)이 이어진다. 종교와 국적에 관계없이 방문할 수 있으며, 입장할 때는 신발을 벗고 머리를 가린다. 예배 참가자들은 바닥에 함께 앉아 경전 낭송과 찬송에 참여한다.
구르드와라 내부에는 천과 꽃으로 꾸민 중앙 공간이 마련됐다. 머리를 주황색 천으로 가린 참가자는 바닥에 앉아 기도한 뒤 몸을 숙여 예를 표했다. 시크교에서는 구루 그란트 사히브를 영원한 구루로 받들며 경전을 예배 공간의 중심에 모신다.
사진 6번에는 흰옷을 입은 참가자가 이마를 바닥에 대고 몸을 낮춘 모습이 담겼다. 예배실 입장 전 머리를 가리고 신발을 벗는 절차와 경전 앞에서 몸을 숙이는 행위는 구루의 가르침을 존중하는 시크교 예법에 속한다. 비시크교 방문객에게 절을 강요하지 않으며, 자리에 앉아 예배와 찬송을 지켜보는 참여도 허용된다.
구르드와라의 기능은 예배실에 머물지 않는다. 신자들이 자원봉사로 음식을 준비하고 방문객과 함께 먹는 랑가르(Langar)가 예배와 함께 운영된다. 종교와 계층, 성별, 출신 배경을 구분하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 음식을 나누는 시크교의 공동식사다.
포천 ISKCON 사원에서도 라트 야트라 참가자들에게 프라사담(Prasadam)이 제공됐다. 프라사담은 크리슈나에게 봉헌한 뒤 나누는 음식이고, 랑가르는 평등과 봉사를 바탕으로 누구에게나 제공하는 공동식사다. 음식을 함께 나눈다는 외형은 비슷하지만 종교적 의미와 의례 과정은 구분된다.
공동식사는 이주민 종교시설이 맡는 사회적 기능과도 맞닿아 있다. 주중에는 서로 다른 사업장과 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예배일에 모여 식사하고 정보를 나눈다. 출신 지역의 언어와 음식, 종교의례를 이어가는 동안 새로 입국한 주민과 장기 체류자 사이의 관계도 형성된다.
포천의 시크교 구르드와라는 2015년에도 전국의 시크교 신자들이 찾아오는 공동체 중심지로 소개됐다. 당시 다른 지역에서 수시간을 이동해 주말 예배에 참석하는 신자와 자녀를 동반한 참가자, 식료품·무역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생활이 함께 전해졌다.
라트 야트라 행사에는 여러 연령대의 여성과 어린이도 참여했다. 전통복장을 입은 참가자들은 사원 예배와 거리 행진, 음식 나눔에 함께했다. 사진 속 인물들의 가족관계와 국적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종교 공동체의 활동이 남성 근로자의 모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현장에서 확인됐다.
여성과 어린이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외국인 주민 지원의 범위도 체류와 취업을 넘어 교육·의료·돌봄·문화활동으로 넓어지고 있다. 포천외국인주민지원센터는 2024년 8월부터 시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 35억원과 시비가 투입된 센터에는 교육실 6곳과 통역·상담실, 강당, 조리실, 회의실, 여성·아동 휴게실이 마련됐다.
2026년에는 중국어·캄보디아어·베트남어 통역 상담, 한국어교육, 이민자 사회통합프로그램, 체류·노무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 중대한 질병이나 사고를 겪은 외국인 주민을 위한 긴급지원과 무료진료, 내·외국인 문화소통 프로그램도 운영 대상에 포함됐다. 국가별 외국인 주민 공동체의 문화·체육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지원시설의 구성과 사업 범위에는 포천 외국인 인구의 변화가 반영됐다. 취업한 개인의 체류 문제만 다루던 단계에서 언어교육과 의료, 공동체 활동, 여성과 어린이의 생활까지 행정 대상에 들어왔다. 외국인을 부족한 산업 인력을 채우는 근로자로만 분류하던 접근도 지역에서 생활하는 주민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종교시설은 행정기관보다 먼저 이주민의 일상에 들어왔다. 예배를 드리고 음식을 나누는 공간은 언어와 출신 지역이 같은 사람을 만나고,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며, 문화적 소속감을 유지하는 장소가 됐다. 포천 사원에서 열린 라트 야트라와 시크교 구르드와라의 예배는 서로 다른 신앙 전통 위에서 운영되지만, 지역에 정착한 주민들이 스스로 만든 공동체 기반이라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포천 외국인 주민 약 2만2000명은 산업단지와 농축산 현장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사원과 구르드와라에서 예배하고, 공동식사를 나누고, 교육과 상담을 이용하며 지역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종교시설과 외국인주민지원센터가 나란히 운영되는 포천의 현재는 외국인 인구가 노동력에서 생활 공동체로 옮겨간 도시의 변화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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