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10분의 1 아래로 추락하고 안전 규제 대응 비용까지 가중…11년 만에 끝나는 랜드로버의 볼륨 전략

Land Rover Confirms the Discovery Sport Will End Production in December 2026 After 11 Years. 사진=Jaguar Land Rover 
Land Rover Confirms the Discovery Sport Will End Production in December 2026 After 11 Years. 사진=Jaguar Land Rover 

[KtN 김상기기자]2016년 세계 시장에서 12만2460대가 팔렸던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Land Rover Discovery Sport)가 2026년 12월 생산을 마친다. 2015년 프리랜더 후속으로 등장한 지 11년 만이다. 출시 직후 재규어랜드로버(JLR)의 판매 확대를 뒷받침했지만, 2025년 판매량은 전성기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유럽연합(EU)의 강화된 안전 규정에 맞춰 전자 장비와 차량 구조를 다시 손봐야 하는 시점까지 겹치면서 생산을 연장할 근거도 약해졌다.

단종 결정에는 판매 부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가 담겨 있다. 판매 대수와 고객 저변 확대를 앞세웠던 2010년대의 JLR은 레인지로버와 디펜더 중심의 고수익 구조로 옮겨가고 있다. 헤일우드 공장에는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대신해 차세대 전동화 차량이 들어선다. 한때 랜드로버의 대중화를 맡았던 가족용 SUV가 브랜드 고급화와 전동화 재편 속에서 자리를 내주는 셈이다.

12만대 판매 만든 5+2인승 구성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대형 SUV보다 다루기 쉬운 차체에 5+2인승 좌석을 넣었다. 평소에는 5인승으로 사용하다가 필요할 때 3열을 펼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랜드로버의 사륜구동 기술과 험로 주행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차체 크기와 승차감, 실내 활용성은 가족용 SUV에 맞췄다.

출시 첫해를 넘긴 2016년 세계 판매량은 12만2460대까지 늘었다. 당시 랜드로버 전체 판매량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며 JLR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종에 올랐다. 레인지로버가 고급 SUV의 상징성을 담당했다면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판매 대수와 신규 고객 유입을 맡았다. 대형 랜드로버가 부담스러운 가족 고객에게는 브랜드에 처음 진입할 수 있는 선택지였다.

시장 내 위치도 뚜렷했다. 레인지로버 이보크보다 넓고 실용적이었으며, 대형 디스커버리보다 작고 다루기 쉬웠다. 콤팩트한 외형에 3열 좌석을 넣은 프리미엄 SUV도 흔하지 않았다. 차체 크기와 실내 공간, 브랜드 가치 사이에서 찾은 절충안이 세계 SUV 시장의 성장과 맞물렸다.

2019년에는 플랫폼과 실내, 동력계를 큰 폭으로 바꿨다. 프리미엄 트랜스버스 아키텍처(Premium Transverse Architecture·PTA)를 적용해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수용했고, 2열 좌석의 분할과 이동 범위도 넓혔다. 통상적인 부분변경보다 손본 범위가 컸지만 2015년에 완성한 차체 비례와 상품 구성은 그대로 유지됐다.

대규모 개량으로 판매 기간은 늘어났지만 완전한 세대교체를 대신하지는 못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경쟁 차종이 늘어났고, 대형 디스플레이와 상시 연결 서비스, 고도화된 운전자 보조 기능이 프리미엄 SUV의 기본 조건으로 자리 잡았다. 기존 차체에 새로운 전장 장비를 계속 더하는 방식은 원가와 무게, 실내 공간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2025년 판매량은 2016년의 10분의 1 아래로 내려갔다. 연간 12만대 이상 팔리던 JLR의 주력 모델이 1만2000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판매 감소 폭은 소비자의 SUV 선호가 약해진 결과라기보다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빠르게 바뀐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온 과정에 가깝다.

판매 대수보다 수익성 택한 JLR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등장한 2010년대 중반 JLR은 차종과 생산 규모를 늘리며 외형을 키우고 있었다.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이보크는 레인지로버보다 낮은 가격대에서 고객층을 넓혔고, 세계 판매 증가를 뒷받침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면 진입형 차종의 판매량이 필요했던 시기였다.

현재의 투자 방향은 레인지로버와 디펜더로 기울어 있다. 판매 단가와 수익성이 높은 차종에 개발비와 생산 역량을 집중하고, 전체 판매량이 줄더라도 차량 한 대에서 확보하는 이익을 높이는 전략이다. 공장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해 진입형 모델을 대량 생산하던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판매가 급감한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새로운 사업 구조에서 우선순위를 얻기 어려웠다. 진입형 SUV는 신규 고객 확보에는 유리하지만 대형 고급 SUV보다 대당 이익이 적다. 노후 플랫폼을 개량하고 안전 장비를 추가한 뒤 형식 승인까지 다시 받으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남은 판매량으로 투자비를 회수하기 어렵다면 생산 종료가 비용 부담을 줄이는 선택이 된다.

같은 헤일우드 공장에서 생산되는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당분간 남는다는 사실도 브랜드별 투자 판단을 드러낸다. 이보크는 실내 활용성보다 디자인과 레인지로버라는 이름을 앞세운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가족용 실용성을 내세웠지만, 고급 브랜드의 정체성과 수익성을 중시하는 JLR의 재편 과정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헤일우드 공장도 차세대 전동화 차량 생산기지로 바뀌고 있다. 전기차 조립과 고전압 배터리 장착,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교정에 필요한 설비가 들어섰다.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빠진 생산라인에는 일렉트리파이드 모듈러 아키텍처(Electrified Modular Architecture·EMA)를 사용하는 신차가 투입될 예정이다.

예고된 레인지로버 GT(Range Rover GT)를 비롯해 차세대 레인지로버와 디펜더 계열이 헤일우드의 다음 생산 구성을 채운다. 한때 연간 12만대 이상 팔렸던 진입형 SUV보다 판매 단가가 높은 전동화 차량에 공장과 개발비를 배분한 것이다. 단종은 판매 부진에 따른 차종 정리이면서 JLR이 앞으로 어떤 차량에서 수익을 낼 것인지 보여주는 생산 전략의 변화다.

안전 규제, 단종 원인보다 생산 시점에 영향

EU의 제너럴 세이프티 레귤레이션 2(General Safety Regulation 2·GSR2)는 운전자 주의 분산 감지와 경고를 비롯한 안전 기능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기존에 생산하던 차량도 강화된 기준에 맞추려면 카메라와 센서, 제어기, 소프트웨어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새 기준에서 요구하는 일부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11년 차에 접어든 차량에 감지 장치와 전자 시스템을 추가하고 인증 절차까지 거치려면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 연간 판매량이 12만대 수준을 유지했다면 개량 투자도 가능했겠지만 2025년 판매량은 전성기의 10분의 1 아래로 떨어졌다.

안전 규제 하나가 멀쩡한 자동차를 생산라인에서 밀어낸 것은 아니다. 판매 감소와 플랫폼 노후화가 먼저 투자 가치를 떨어뜨렸고, 강화된 규정이 생산 연장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시점을 앞당겼다. 정상적인 제품 수명주기에 따른 종료라는 JLR의 설명과 안전 규제의 영향도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판매량이 줄어든 노후 차종에 추가 비용을 투입하지 않기로 한 경영 판단 안에서 함께 작용했다.

안정된 차체 비례, 남겨진 2010년대의 조형

첨부된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높은 보닛과 짧은 앞 오버행, 두꺼운 차체 하단으로 랜드로버 특유의 SUV 비례를 유지한다. 보닛이 펜더 상단까지 덮는 클램셸 구조와 뒤쪽으로 완만하게 올라가는 벨트라인, 검은색 지붕과 필러도 출시 초기부터 이어진 요소다.

전면부에는 얇은 주간주행등과 낮고 넓은 그릴을 배치해 차체 폭을 강조했다. 보닛 끝의 ‘DISCOVERY’ 레터링은 차종의 소속을 직접 드러내고, 휠 아치와 범퍼 하단을 감싼 검은색 패널은 차체를 높고 단단하게 보이도록 정리한다. 푸른색 차체와 검은색 지붕의 대비는 상부의 시각적 무게를 덜어낸다.

측면에서는 실내 공간을 확보하려는 설계가 두드러진다. 쿠페형 SUV처럼 지붕을 급격히 낮추지 않고 2열 뒤쪽의 높이와 부피를 남겼다. 3열 좌석과 적재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전통적인 대형 SUV보다 가볍고 날렵한 인상을 유지하려는 구성이다. 외관의 과감한 형태보다 가족용 실용성을 앞세운 차종의 성격이 차체 비례에 반영됐다.

11년이 지난 현재에도 기본 비례는 안정적이다. 멀리서도 랜드로버로 알아볼 수 있고, 차체 상단과 하단의 균형도 무너지지 않았다. 다만 전면부의 벌집 형태 그릴과 세로형 범퍼 장식, 여러 층으로 나뉜 검은색 하단 패널은 최근의 레인지로버보다 복잡하다.

최신 레인지로버는 차체 면을 단순하게 정리하고 손잡이와 조명, 공기흡입구를 외부에서 덜 드러내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출시될 당시 역동성을 강조했던 장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전 세대의 흔적으로 남았다. 긴 휠베이스와 짧은 보닛, 막힌 전면부를 앞세우는 전기차의 비례와도 차이가 크다.

디자인 완성도가 갑자기 낮아진 것은 아니다. 브랜드가 사용하는 조형 언어가 바뀌면서 2010년대 중반의 디자인 문법이 더 뚜렷하게 드러났을 뿐이다.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차체는 여전히 실용적이고 균형이 잡혀 있지만, 차세대 레인지로버와 디펜더가 향하는 간결한 형태와는 거리가 벌어졌다.

이보크와 디펜더 사이에서 좁아진 자리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경쟁 차종보다 먼저 JLR 제품군 안에서 설 자리가 줄었다. 출시 초기에는 이보크보다 넓고 대형 디스커버리보다 다루기 쉬운 5+2인승 SUV였다. 이후 디펜더가 여러 차체 크기와 고급 사양을 갖춘 주력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가족용·레저용 SUV 수요가 겹치기 시작했다.

이보크는 디자인 중심의 소형 레인지로버라는 성격이 뚜렷하다. 디펜더는 각진 외관과 험로 주행 성능으로 독립적인 수요를 확보했다. 대형 디스커버리는 7인승 공간에서 우위를 가진다. 세 차종 사이에 놓인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실용성과 크기에서 균형을 갖췄지만, 어느 한쪽에서도 대체하기 어려운 특징을 확보하지 못했다.

출시 당시 강점이었던 5+2인승 구성도 상대적인 가치가 낮아졌다. 3열은 어린이나 단거리 이동에는 유용하지만 성인이 장시간 타기에는 여유가 부족하다. 콤팩트한 외형을 유지하면서 좌석을 늘린 만큼 3열을 사용하면 적재 공간도 줄어든다. 대형 7인승 SUV의 공간과 콤팩트 SUV의 효율을 모두 충족하기 어려운 절충 구조다.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적용한 SUV가 늘어나면서 공간 경쟁은 더욱 불리해졌다. 엔진과 변속기, 배기장치가 필요 없는 전기차는 같은 외곽 크기에서도 휠베이스와 실내 공간을 넓게 설계할 수 있다.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2015년에 내세웠던 작은 차체와 넓은 활용성의 조합도 예전만큼 희소하지 않다.

PTA 플랫폼도 전동화 전환기의 중간 단계에 머물렀다.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적용할 수 있지만 순수 전기차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개발한 구조는 아니다. 기존 플랫폼에 배터리와 전장 장비를 추가할수록 차량 무게와 생산 원가가 늘고, 실내 공간 활용에도 제약이 생긴다.

판매 감소는 디자인이나 기술 한 가지에서 비롯되지 않았다. 브랜드 안에서의 위치가 좁아졌고, 5+2인승의 희소성이 줄었으며, 플랫폼 개량에 필요한 비용은 늘었다. 세 조건이 함께 쌓이면서 생산을 이어갈 이유가 약해졌다.

직접 후속차 없이 비는 진입형 7인승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단종된 뒤에도 이보크와 벨라는 당분간 생산을 이어간다. 헤일우드에는 EMA 기반의 차세대 레인지로버와 디펜더가 들어설 예정이다. 다만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가격과 차체 크기, 5+2인승 구성을 그대로 잇는 직접 후속 모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소형 디펜더로 알려진 차종이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이보크의 일부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공식 차명과 좌석 구성, 출시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디펜더의 브랜드 가치와 전동화 기술을 적용하면 기존 디스커버리 스포츠보다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JLR에서 가장 비싸거나 화려한 차종은 아니었다. 대형 SUV가 부담스러운 가족과 랜드로버를 처음 구입하는 고객을 브랜드 안으로 받아들이는 역할을 맡았다. 연간 12만대 이상 팔렸던 시기에는 레인지로버의 고급 이미지와 JLR의 판매 규모를 연결하는 모델이기도 했다.

2026년 12월 생산이 끝나면 JLR은 판매량이 줄어든 노후 차종과 함께 진입형 7인승 SUV의 자리도 비우게 된다. 헤일우드 공장에는 더 고급스럽고 전동화된 차량이 들어서지만,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확보했던 가족 고객까지 새 레인지로버와 디펜더가 이어받을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후속 모델의 가격과 차체 크기, 좌석 구성은 JLR의 고급화 전략이 기존 고객층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를 가를 변수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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