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형 대표가 말하는 TUV의 기술 실험, 작품 해설·관람 거리·소장 감각의 변화
[KtN 임민정기자]아뜰리에 아미스(Atelier Amis)의 온라인아트페어 ‘TUV(The Unbond Voice)’에서 AI 도슨트와 AR 감상 기능은 전시의 부속 장치가 아니라 관람 방식을 바꾸는 핵심 요소로 들어왔다. 작품을 온라인에 올려두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자가 질문하고, 설명을 듣고, 자신의 공간 안에 작품을 배치해보는 과정까지 전시 경험 안에 포함한 방식이다. 기술은 작품을 대신하지 않지만, 작품에 접근하는 거리와 설명의 방식을 다시 조정한다.
TUV의 AI 도슨트는 작가노트와 작품 설명을 바탕으로 관람자의 질문에 응답하는 구조다. 기존 전시에서 도슨트 해설은 정해진 시간과 장소 안에서 제공됐다. 관람자는 해설 시간에 맞춰 전시장에 있어야 했고, 질문은 제한된 상황에서만 가능했다. 온라인 전시관 안의 AI 도슨트는 이 조건을 바꾼다. 관람자는 작품을 보다가 궁금한 지점에서 질문하고, 작품 설명과 작가 자료를 바탕으로 답을 확인할 수 있다.
김경형 아뜰리에 아미스 대표는 TUV의 성과를 설명하며 “작가노트나 작품 설명을 AI에 학습시켜 컬렉터나 관람자가 질문했을 때 가지고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큐레이터나 도슨트가 현장에 없어도 언제 어디서나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해진 점을 중요하게 봤다. 전시 설명의 시간이 고정되지 않고, 관람자의 질문에 따라 열리는 방식으로 바뀌는 대목이다.
AI 도슨트의 핵심은 답변의 화려함이 아니라 자료의 정확성이다. 작품명, 제작연도, 매체, 크기, 작가노트, 작품 설명, 전시 이력이 정확하게 정리돼 있어야 AI도 작품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 자료가 부실하거나 검수되지 않은 상태에서 AI 기능만 붙이면, 관람자는 빠른 설명을 얻는 대신 부정확한 정보를 받을 수 있다. AI 도슨트의 수준은 결국 플랫폼이 쌓아둔 작가 자료의 수준과 함께 간다.
전시 기획자의 역할도 달라진다. 기존 전시에서는 작품 배열, 조명, 동선, 벽면 텍스트, 도슨트 문안이 주요 기획 요소였다. AI 도슨트가 들어오면 전시 기획자는 작품 설명을 단순히 써두는 데서 멈추지 않고, 관람자가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는지, AI가 어떤 범위 안에서 답해야 하는지, 설명이 작품보다 앞서지 않도록 어떻게 조정할지까지 살펴야 한다. 전시 설명은 고정된 문장에서 대화형 구조로 이동한다.
관람자의 질문도 전시의 일부가 된다. 한 관람자는 작가의 재료를 묻고, 다른 관람자는 작품의 제작 배경을 묻고, 또 다른 관람자는 소장 가능성과 작품 크기를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작품 앞에서도 관람자의 관심은 다르게 움직인다. AI 도슨트는 이 다양한 질문을 받아들이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다만 답변은 작가 자료와 전시 기획의 범위 안에서 조정돼야 한다. AI가 작품을 과도하게 해석하거나 작가의 의도를 단정하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
AR 감상 기능은 작품과 공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관람자는 작품을 자신의 거실이나 사무실 같은 일상 공간에 가상으로 배치해 크기와 조화를 가늠할 수 있다. 온라인 이미지로 작품을 보는 일과 실제 공간에 놓였을 때의 감각은 다르다. AR은 두 경험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장치다. 작품을 소장하거나 전시하기 전, 작품이 어느 정도의 크기로 보이고 어떤 분위기를 만들지 미리 확인할 수 있다.
AR은 특히 컬렉터의 판단 과정과 맞닿아 있다. 작품 구매는 이미지의 호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작품의 실제 크기, 벽면과의 비례, 공간의 조도, 주변 가구와의 거리, 시선이 머무는 위치가 함께 고려된다. AR 감상은 이 과정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지만, 작품을 생활 공간 안에서 상상할 수 있는 첫 단계를 제공한다. 온라인 전시가 감상에서 소장 검토로 넘어가는 지점을 마련하는 셈이다.
회화의 질감과 표면, 실제 크기에서 오는 감각은 여전히 오프라인 전시에서 확인돼야 한다. AR 감상이 작품의 물성을 대신할 수는 없다. 작품의 붓질, 재료의 두께, 표면의 반사, 색의 미세한 차이는 실제 공간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TUV의 기술 실험은 오프라인 전시를 지우는 방식이 아니라, 오프라인 전시로 가기 전 관람자의 이해와 관심을 넓히는 방식으로 읽어야 한다.
2025년 글로벌 미술시장에서도 기술은 거래와 감상 환경을 바꾸는 변수로 언급됐다. AI는 전시 관람자를 돕는 안내 도구이자,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게 하는 도구, 작품 이력과 거래 신뢰를 확인하는 도구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K전시에도 중요한 신호다. 작품을 보여주는 플랫폼은 단순한 이미지 게시 공간이 아니라, 관람자와 컬렉터가 작품 정보를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이 변화는 저가·중가 작품 시장과도 연결된다. 글로벌 미술시장은 고가 작품 중심의 조정 속에서도 거래량이 확대되고, 더 많은 작품이 더 다양한 구매자에게 닿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온라인 판매와 정보 접근성은 이 흐름을 가속한다. K아트가 세계 관람자와 더 넓게 만나려면 고가 작가 몇 명의 시장 성과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많은 작가의 작품 정보와 설명이 정확하게 제공돼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 환경도 문화예술 분야의 기술 활용 논의와 맞물린다.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인프라 확충, AI 데이터센터, 공공·민간 AI 학습용 데이터 플랫폼, 데이터 활용 기반은 산업정책의 언어이지만,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데이터와 AI 활용을 고민하게 만든다. 민간 미술 플랫폼을 정부 정책의 직접 결과로 볼 수는 없지만, AI와 문화콘텐츠, K컬처 해외 확장이 함께 논의되는 정책 환경은 전시 기술 실험의 배경으로 작용한다.
AI 도슨트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작가 데이터가 필요하다. 작가별 작품 이미지, 작가노트, 인터뷰, 전시 이력, 작품 설명, 소장 가능 여부, 판매 문의 정보가 일정한 형식으로 정리돼야 한다. 다국어 설명까지 고려하면 번역과 검수 체계도 필요하다. AI는 정보를 만들어내는 장치가 아니라, 정리된 정보를 관람자에게 다시 연결하는 장치에 가까워야 한다.
전시 설명의 윤리도 중요해진다. AI가 작품을 설명할 때 작가가 말하지 않은 의도를 단정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작품 배경을 만들어내서는 안 된다. 작품 설명은 관람자의 감상을 돕되, 작가의 작업을 과장하거나 시장성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 온라인 전시관에서 AI가 맡는 설명은 빠르고 편리해야 하지만, 그보다 먼저 정확하고 검수 가능한 설명이어야 한다.
아뜰리에 아미스 TUV가 보여주는 기술의 의미는 작품 감상의 자동화가 아니다. 기술을 통해 관람자가 작품에 더 오래 머물고, 작가의 설명을 다시 읽고, 자신의 공간 안에서 작품을 상상하며, 실제 전시나 작품 문의로 이어질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데 있다. AI 도슨트와 AR 감상은 작품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관람자의 감상 범위를 넓히는 보조 구조다.
K전시가 앞으로 기술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이 기준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기술 기능의 수가 많다고 전시가 깊어지는 것은 아니다. 작가 자료가 정확하고, 작품 설명이 검수되며, 관람 동선과 질문 구조가 정교하게 설계될 때 기술은 전시의 밀도를 높인다. 반대로 자료가 부실한 상태에서 기술만 앞세우면 전시는 홍보성 체험에 머물 수 있다.
TUV의 AI 도슨트와 AR 감상은 온라인 전시의 다음 단계를 보여주는 출발점이다. 관람자는 더 이상 작품을 수동적으로 보기만 하지 않는다. 질문하고, 확인하고, 배치해보고, 다시 작품으로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전시의 설명은 고정된 문안에서 대화형 안내로, 작품의 공간은 전시장 벽에서 관람자의 생활 공간으로 확장된다.
K아트의 해외 확장도 이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해외 관람자가 한국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할 때 필요한 것은 이미지 한 장이 아니라 정확한 설명, 신뢰할 수 있는 작가 정보, 작품을 실제 공간 안에서 상상할 수 있는 감각이다. AI 도슨트와 AR 감상은 이 조건을 보완할 수 있다. 다만 기술의 성패는 플랫폼이 얼마나 정확한 작가 자료와 작품 정보를 축적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뜰리에 아미스 TUV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전시는 작품을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관람자가 작품을 이해하고 자신의 공간과 연결해보는 과정까지 포함할 수 있는가. AI와 AR은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실험이다. K전시의 다음 기술은 작품을 가리는 장식이 아니라, 작가의 세계를 더 정확하게 설명하고 관람자의 감상 거리를 넓히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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