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인구 5%, 다문화 학생 20만명…학교 안팎에서 커지는 한국어·교육 수요
[KtN 최경인기자]국내에서 생활하는 외국인주민이 258만 명에 이르렀다. 가장 최근 공표된 2024년 기준으로 전년보다 약 12만 명 늘었고,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5.0%에 도달했다. 학교에서는 변화가 더 구체적인 숫자로 나타난다. 2025년 초·중등 다문화 학생은 20만2208명으로 전년보다 8394명 늘었다. 전체 학생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4.0%다. 한국의 다문화 인구는 더 이상 일부 산업현장이나 특정 지역에 머무는 소수가 아니라 학교와 일터, 지역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하는 인구구조의 한 축으로 들어왔다.
학생 수 감소와 다문화 학생 증가는 같은 교실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2025년 유·초·중등 학생은 555만1250명으로 전년보다 13만3495명, 2.3% 감소했다. 초등학생은 234만5488명으로 1년 사이 14만9517명 줄었다. 반면 초·중등 다문화 학생은 같은 기간 4.3% 증가했다. 전체 학생 수가 빠르게 줄어드는 가운데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의 비중은 오히려 높아지는 흐름이다.
다문화 학생 20만2208명 가운데 초등학생은 11만6601명으로 가장 많다. 중학생은 5만1172명, 고등학생은 3만3622명, 각종학교 학생은 813명이다. 다문화교육을 초등학교 입학 초기의 한국어 지원에만 묶어두기 어려운 숫자다.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교과학습과 진로, 학교생활, 또래 관계까지 교육 범위가 함께 넓어질 수밖에 없다.
포천의 한국어 교실에서 성인 교육생들이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모습은 학교 통계와 별개의 현장처럼 보이지만 한국의 다문화 인구구조에서는 이어져 있다.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이 장기 체류하거나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 교육 수요는 성인 한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부모에게는 일터와 생활에서 필요한 한국어가 필요하고, 자녀에게는 학교 수업과 또래 관계를 이어갈 언어가 필요하다. 가족이 지역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교육은 취업을 위한 단기 적응에서 일상생활과 자녀 성장까지 연결된다.
‘다문화’라는 말로 묶인 인구의 생활조건도 같지 않다. 한국에서 태어나 학교생활을 시작한 학생과 성장 과정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학생이 겪는 언어환경은 다를 수밖에 없다. 부모가 한국어에 익숙한 가정과 부모 역시 한국어를 배우는 가정의 교육환경도 같지 않다. 학교가 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생기는 배경이다. 가정에서 학교 안내문을 이해하고 상담에 참여하며 진학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환경까지 연결돼야 학생의 학교생활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학교별 상황의 격차도 커지고 있다. 2025년 기준 이주배경학생이 100명 이상이면서 전체 학생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학교는 전국 123곳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이미 이주배경학생 교육이 별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수준을 넘어 교육과정과 학급 운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규모가 됐다. 한국어 능력에 따라 학생을 여러 수준으로 나눠 수업하거나 언어·교과학습·정서·진로를 함께 지원하는 운영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학생의 출신 국가와 모국어가 다양해지면 같은 ‘한국어 교육’ 안에서도 필요한 내용은 달라진다. 막 입국한 학생에게는 학교에서 사용하는 기본적인 표현부터 필요하지만, 일상 대화가 가능한 학생에게는 수학이나 과학, 사회 교과서를 이해하는 학습언어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친구들과 대화할 수 있는 한국어와 교과 내용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야 하는 한국어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 한국어 지원이 초기 적응교육에 머물 경우 학년이 올라갈수록 교과학습에서 새로운 격차가 생길 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
교육정책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 한국어교육 시스템 ‘모두의 한국어’는 한국어 능력 진단과 수준별 학습, 학생별 학습관리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2026년부터 학교 중심의 이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히고 있다. 4월부터 가족센터와 외국인주민지원센터, 글로벌청소년센터 등 지방자치단체 운영 기관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학교 밖 이주배경 아동·청소년과 성인까지 학습 대상에 포함했다. 2026년 말에는 국내외 한국어 학습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전면 개방할 계획이다.
학교에서 시작한 한국어교육 시스템이 가족센터와 외국인주민지원센터, 성인 학습자까지 범위를 넓힌다는 점은 변화한 교육 수요와 맞닿아 있다. 한국어가 필요한 사람이 학생만이 아니고 학생의 생활 역시 학교 안에서만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가 근로계약과 병원 이용, 행정절차를 이해해야 하는 생활환경과 자녀가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교육환경은 한 가정 안에서 연결된다.
2025년 교육통계에서는 ‘다문화 학생’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지만 2026년 교육정책에서는 ‘이주배경학생’이라는 표현도 적극적으로 등장한다. 용어 하나만으로 정책 변화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교육 대상이 국제결혼가정이라는 제한된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이동과 체류 배경을 가진 학생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현실과 맞물린다. 2026년에는 전국의 이주배경학생 밀집학교 관리자와 교사가 모여 한국어뿐 아니라 교과학습, 정서, 진로와 학생 관계까지 포괄하는 지원방식을 논의했다.
한국 사회의 인구 변화도 학교와 지역을 따로 떼어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외국인주민 258만 명이라는 숫자와 다문화 학생 20만 명이라는 숫자는 서로 다른 통계지만 같은 방향의 변화를 가리킨다. 부모 세대가 일터를 중심으로 한국에 들어왔던 이동이 가족생활과 자녀교육, 지역 정착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어교육의 대상과 목적도 함께 넓어지고 있다.
포천의 성인 한국어 교실도 이런 변화 속에 놓여 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개인 한 사람의 회화 능력을 높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지역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가족과 자녀가 함께 한국에서 살아가게 되면 한국어는 일터의 언어에서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의 언어로 이동한다. 성인 교육과 자녀교육, 문화적응과 지역생활을 서로 다른 정책으로 나눠 운영하더라도 실제 생활에서는 한 가정 안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전체 학생 수가 줄어드는 동안 다문화 학생은 20만 명을 넘어섰고, 일부 학교에서는 이미 학생 세 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이 이주배경학생인 구조가 나타났다. 정부의 한국어교육 지원도 학교 울타리를 넘어 가족센터와 외국인주민지원센터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의 다문화교육은 특정 학생을 별도로 돕는 교육에서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과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교육환경을 설계하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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