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한국어 네트워크, 한글 수업에 근로계약·명절체험·지역문화 결합…한국 생활까지 넓어진 교실
[KtN 최경인기자]포천의 한 한국어 교실에서 교육생이 자음과 모음이 적힌 학습판을 손가락으로 짚는다. 한글을 처음 익히는 단계부터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준비하는 학습자까지 수준은 다르지만 수업은 시험 준비에만 머물지 않는다. 근로계약서와 임금, 퇴직금처럼 일터에서 필요한 단어를 익히고 설날에는 세배와 떡국을 경험한다. 수업이 끝난 뒤 지역 문화공간을 찾아 한국에서 보낸 시간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기도 한다. 한국어를 배우는 일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는 과정으로 넓어지고 있다.
포천 한국어 네트워크에는 브라질, 인도, 파키스탄, 네팔, 몽골 등 서로 다른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직업과 체류 배경, 한국어 수준도 제각각이다. 처음 한국어를 접한 교육생에게는 자음과 모음부터 가르치고, 한국어 능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교육생에게는 TOPIK 준비를 병행한다. 교재와 함께 글자를 직접 짚고 조합하는 학습교구를 활용하는 것도 기초 단계 교육의 한 방식이다.
공장에서 일하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교육생에게는 교과서 밖에서 더 자주 마주치는 말이 있다. ‘임금’, ‘근로계약서’, ‘퇴직금’ 같은 단어다. 급여가 제대로 지급됐는지 확인하고 근로조건을 이해하려면 단어의 뜻만 알아서는 부족하다. 사업장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상담을 받는 과정에도 한국어가 필요하다. 포천 한국어 네트워크가 한국어 수업과 함께 체불임금 상담과 취업 연계를 진행하는 배경도 교육생들의 실제 생활과 맞닿아 있다.
한국어 교육은 교실 밖 문화활동으로도 이어진다. 설날에는 한복을 입고 세배를 배우고 떡국을 함께 먹었다. 명절의 이름과 풍습을 설명으로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절을 하고 음식을 나누면서 한국에서 접하게 될 생활문화를 경험하는 방식이다. 국적이 다른 교육생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 생활정보를 나누고 관계를 만드는 과정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한국에 가족 없이 들어온 이주민에게 직장과 숙소 밖에서 사람을 만나는 시간은 지역생활과도 연결된다.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교육생들이 문화활동에 함께 참여하고 한국어로 대화하면서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진다. 한국인 강사와 외국인 교육생 사이의 일방적인 교육 관계를 넘어 교육생끼리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티 기능이 더해지는 것이다.
포천 허브아일랜드를 찾은 야간 문화체험에서는 교육생들이 한국에서 보낸 하루를 사진과 영상으로 남겼다.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 활동이지만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자신의 한국 생활을 보여주는 통로로도 이어졌다. 빌루 씨는 산타마을에서 “월급이 들어오면 딸에게 이 풍경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고, 이날 촬영한 영상은 가족에게 전달됐다.
조영식 대표는 교육생들이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짧은 클립으로 편집해 가족에게 한국 생활을 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가족과 영상통화를 하며 자신이 지내는 곳과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일도 이어진다. 취업을 위해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이주민에게 한국에서 어디에서 살고 누구를 만나며 지내는지를 전하는 일은 생활의 한 부분이다. 한국어 역시 교재 안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하루를 가족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다시 쓰인다.
교육생들이 한국에 온 목적은 서로 다르지만 안정적으로 일하고 가족의 생활을 돕고 싶다는 이야기는 반복된다. 조 대표는 한국어 자체를 최종 목표로 두기보다 각자가 원하는 생활에 다가가기 위한 수단으로 설명한다. “외국인의 꿈에 불을 붙이는 불쏘시개가 되고 싶다”는 말도 교육생들의 취업과 생활, 가족 문제까지 함께 살피는 활동에서 나왔다.
한국어 교실이 감당해야 하는 영역이 넓어지면서 교육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도 함께 늘어난다. 임금 문제가 발생하면 노동상담이 필요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할 때는 취업정보가 필요하다. 병원과 행정기관 이용, 주거와 체류 문제도 한국에서 생활하는 과정에서 마주친다. 한 사람의 일상에서는 서로 이어진 일이지만 지원 체계에서는 한국어 교육과 노동, 문화, 취업, 생활지원이 각각 다른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
포천에서는 한글을 배우는 수업에서 출발해 노동과 문화, 지역생활을 잇는 방식이 만들어지고 있다. 자모를 익힌 교육생이 근로계약에 필요한 단어를 배우고, 설날에는 세배와 떡국을 경험하며, 지역 문화공간에서 보낸 시간을 고향의 가족에게 전한다. 임금이나 취업 문제가 생기면 상담과 연계가 뒤따른다.
수업이 끝난 뒤에도 한국어가 필요한 하루는 계속된다. 출근하면 작업지시를 이해해야 하고 급여와 근로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병원이나 행정기관을 이용할 수도 있으며 고향의 가족에게 한국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해야 하는 날도 있다. 포천의 한국어 교육은 시험 점수와 회화를 넘어 한국에서 일하고 생활하며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데 필요한 언어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