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아트 2년 시범사업…대중예술·콘텐츠 연계가 과제
[KtN 임우경기자]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장관은 8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문화예술·콘텐츠 분야 청년들과 간담회를 열고 창작·실연·기획 현장의 어려움과 정책 수요를 들었다. 오케스트라 단원, 국악 창작자, 연극배우, 시각예술인, 예술전공 대학생뿐 아니라 독립영화·인디게임·웹툰·인디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청년 창작자가 참석하면서, 기초예술 중심 지원체계와 콘텐츠 분야 지원 간의 연결 필요성도 함께 부각됐다.
문체부는 올해부터 만 39세 이하 기초예술 청년 창작자 3,000명에게 연 900만 원을 지원하는 ‘K-아트 청년 창작자 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 대상이 기초예술 중심으로 설계된 데다 2026~2027년 한시 사업이라는 점에서, 청년 창작자의 안정적 활동 기반을 만들기에는 아직 보완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작의 현실, 낮은 소득
문체부의 「2024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예술인 개인 평균 연소득은 1,055만 원으로, 같은 해 국민 1인당 평균 연소득 2,554만 원의 41.3% 수준이었다. 예술인 가구의 평균 총소득도 4,590만 원으로 국민 가구소득 평균 6,762만 원보다 약 2,172만 원 적었다.
소득이 없다고 답한 예술인은 31%였고, 개인소득이 연 1,200만 원 미만인 예술인은 75.7%에 달했다. 예술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업 예술인 비율도 2021년 55.1%에서 2023년 52.5%로 낮아졌다. 이런 현실에서 연 900만 원의 지원은 선발된 청년 창작자에게 상당한 도움일 수 있다. 단순 비교하면 900만 원은 예술인 평균 개인 연소득 1,055만 원의 약 85.3%에 해당한다.
다만 이는 모든 청년 예술인에게 지급되는 소득보장 제도가 아니라, 심사를 거쳐 선정된 3,000명에게 주어지는 창작활동 지원이다. 지원금의 정책 효과를 단순 금액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실제 창작시간 확대와 다음 작품 제작, 유통·수익화, 창작 지속 여부로 평가해야 하는 이유다.
K-아트 사업의 구조
K-아트 청년 창작자 지원은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7개 시·도 및 광역문화재단이 함께 추진한다. 대상은 만 39세 이하의 순수예술 원천창작자이며, 문학·시각예술·공연예술·다원예술·융복합예술 분야가 포함된다.
지원 대상 3,000명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각각 1,500명씩 배정된다. 지원금은 상반기 400만 원과 하반기 500만 원으로 나뉘어 지급되며, 중간·최종 활동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후속 지급이 제한될 수 있다.
총사업비는 180억 원이지만, 이를 문체부 단독 예산으로 보기는 어렵다. 국비와 지방비가 결합된 매칭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체부 전체 예산 대비 0.23%”처럼 사업 총액을 문체부 총지출과 직접 비교하기보다는, 청년예술 지원사업 전체 안에서 사업 규모와 정책 우선순위를 따져보는 편이 정확하다.
사업은 2026년과 2027년 2년 동안 시범 운영되며,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증거기반 성과평가를 수행한다. 평가 결과를 토대로 2028년부터 본사업으로 전환할지 검토할 계획이다.
아일랜드와의 차이
아일랜드는 2022년부터 예술인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운영했다. 선정된 예술인 2,000명에게 3년간 주당 325유로를 조건 없이 지급하는 방식으로, 당시 환율 기준 약 45만~47만 원 수준이었다.
다만 이를 “아일랜드가 모든 청년 창작자에게 매주 47만 원을 무조건 지급한다”고 쓰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해당 사업은 전체 청년이나 전체 예술인을 포괄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이 아니라,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선정 절차를 거친 예술인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 실험이었다.
한국 K-아트 사업과의 핵심 차이는 단순한 지원액보다 설계 방식에 있다. 한국은 청년·기초예술·선발형·2년 시범사업 구조인 반면, 아일랜드는 선정 예술인을 대상으로 주 단위의 정기 소득을 제공해 창작자의 생활 불안을 완화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장르 간 지원 공백
K-아트 사업은 기초예술 창작자의 초기 활동 기반을 넓히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공식 지원 분야에서 영화와 대중음악은 제외되며, 웹툰·게임 등 콘텐츠 분야 창작자가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도 공고상 명확한 안내가 요구된다.
이번 간담회에는 독립영화 감독, 인디게임 개발자, 웹툰 작가, 인디밴드 멤버 등이 참여했다. 이들이 실제 K-아트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지와 별개로, 간담회 참여 장르와 지원사업 대상 장르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이를 곧바로 “정부 지원이 전혀 없다”는 뜻으로 확대 해석할 수는 없다. 영화·게임·웹툰·대중음악은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다른 기관의 사업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청년 창작자가 장르와 소관 기관에 따라 흩어진 사업을 개별적으로 찾아야 하고, 창작-제작-유통-수익화의 전 과정을 잇는 통합 지원체계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간담회 이후의 과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간담회에서 “청년들이 문화예술 현장에서 마주하는 고민을 가감 없이 듣고, 이를 정책에 담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청년 창작자가 마음껏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레지던시 등 창작공간 지원 예산 확대, 영화아카데미를 비롯한 교육·연구개발 인프라 개선, 생활밀착형 소액 지원과 예술가 생계 지원, 청년 교육단원·인턴제 확대, 공연·전시·무대 기회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 장관은 “지원 기간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2년 시범사업인 K-아트 청년 창작자 지원이 단발성 창작비 지급을 넘어 안정적 활동 기반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현장 요구와 맞닿아 있다.
대중예술·콘텐츠 분야와 관련해서도 최 장관은 인디게임 특화 지원 시스템을 준비하고, 웹툰을 K-컬처의 원천 지식재산(IP)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립영화·웹툰·인디게임·인디음악 창작자가 참석한 이번 간담회가 기초예술 중심 K-아트 사업과 콘텐츠산업 지원사업의 분절을 줄이는 후속 정책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문체부는 우선 K-아트 시범사업의 평가 지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선정자 수와 만족도뿐 아니라 창작활동 지속률, 창작시간 변화, 다음 작품 제작 여부, 발표·유통 성과, 수입 변화, 지역 정착 가능성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또한 기초예술과 대중예술·콘텐츠의 경계를 넘는 청년 창작자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창작비 지원 뒤에 공연·전시·상영·유통·해외 번역·현지화·저작권·계약·세무 상담을 연계하면, 단발성 지원금을 실제 경력 형성과 수익 창출로 이어갈 수 있다.
청년 문화예술정책의 관건은 ‘얼마를 지원하느냐’만이 아니다. 창작자가 생계 불안 때문에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장르와 지역에 관계없이 작품을 만들고 발표하며 정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12일 간담회가 그 출발점이 되려면, 참석자들의 발언이 공모 기준·기관 간 연계·예산 편성·제도 개선으로 구체화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