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 가고시안 뉴욕 개인전…2023년 시작한 감시 스틸 연작과 거울 프레임 사진·유리 홀로그램·대형 초상으로 확장한 인물과 감시의 관계

[KtN 김성은기자]미국 뷰티 서플라이 매장의 감시카메라에 기록된 인물들이 뉴욕 첼시의 가고시안(Gagosian)에 들어온다. 디아나 로슨(Deana Lawson)은 2023년 시작한 사진 연작 ‘Edge Control’에서 매장 감시영상의 스틸을 다시 다루고, 촬영된 사람들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한 개입을 더했다. 9월 10일 개막하는 개인전에는 ‘Edge Control’과 거울 프레임 사진, 유리 안에 설치한 홀로그램, 최근 제작한 대형 인물 초상이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10월 24일까지 뉴욕 541 West 24th Street에서 이어진다. 가고시안이 뉴욕에서 여는 로슨의 첫 개인전이다.

로슨이 오랫동안 제작해온 대형 초상과 ‘Edge Control’은 촬영 과정부터 다르다. 대형 초상은 작가와 촬영 대상의 긴밀한 협업을 바탕으로 인물과 공간을 구성한다. ‘Edge Control’은 미국 뷰티 서플라이 매장의 감시 시스템이 이미 기록한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카메라 앞에 선 인물을 작가가 직접 연출하는 초상과 매장 내부를 기록하는 감시영상이 한 전시에 놓인다.

사진=Gagosian
사진=Gagosian

청록과 푸른색이 뒤섞인 저해상도 이미지에는 여러 인물과 매장 내부가 함께 들어 있다. 얼굴과 신체의 윤곽은 희미하고 사람과 상품, 집기의 경계도 선명하지 않다. 인물을 중심에 세우는 일반적인 초상과 달리 사람은 매장 전체를 기록하는 넓은 시야 안에 남는다.

로슨은 ‘Edge Control’에서 감시영상 특유의 깊은 블루와 그린을 유지한다. 촬영된 사람들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이미지에 개입하면서도 감시카메라가 남긴 낮은 해상도와 색의 흔적을 작업의 일부로 가져간다. 사람을 기록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상이 작가의 손을 거쳐 다른 목적의 사진으로 전환된다.

‘Edge Control’이라는 제목에는 뷰티 문화와 감시가 함께 들어 있다. 에지 컨트롤(edge control)은 헤어라인을 정돈하는 데 사용하는 젤을 가리킨다. 머리카락의 가장자리를 정리하는 ‘control’과 이미지를 통해 사람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control’이 하나의 작품명에서 겹친다.

작품의 출발점이 뷰티 서플라이 매장이라는 사실도 제목과 직접 연결된다. 소비자는 머리카락과 외모를 바꾸기 위한 상품을 선택하고, 매장의 감시카메라는 같은 공간을 오가는 사람을 기록한다. 외모를 스스로 다듬는 행위와 외부 카메라에 의해 모습이 저장되는 일이 같은 장소에서 발생한다.

로슨은 감시 스틸을 고해상도의 초상으로 다시 만들지 않는다. 블루와 그린이 가라앉은 색조, 흐릿한 얼굴, 불안정한 윤곽을 남겨둔다. 촬영된 인물의 신원은 보호하면서 원본 이미지가 가진 감시 기록의 흔적도 지우지 않는다.

거울 프레임은 감시 스틸을 일반적인 사진 인화와 다른 물리적 상태로 옮긴다. 벽에 걸린 사진의 바깥을 반사하는 표면이 추가되면서 작품은 감시영상 한 장에 머물지 않고 전시장 공간과 함께 존재한다. 사진의 프레임 자체가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로 들어오는 방식이다.

새롭게 선보이는 홀로그램에서는 인물을 담는 매체가 다시 바뀐다. 로슨은 필립 K. 딕(Philip K. Dick)의 1977년 디스토피아 소설 ‘A Scanner Darkly’에서 일부 착상을 얻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스크램블 수트(scramble suit)’는 착용자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외형을 흐리는 장치다.

가고시안 전시에서 홀로그램은 유리 안에 설치된다. 평면으로 고정된 감시 스틸과 달리 홀로그램은 보는 위치에 따라 형상이 달라지는 매체다. 감시카메라가 남긴 고정된 기록과 정체를 가리는 설정에서 출발한 홀로그램이 나란히 배치되면서 사람의 모습을 남기는 서로 다른 방법이 대비된다.

유리는 투명한 표면과 반사를 동시에 가진다. 거울 프레임 사진과 유리 홀로그램이 함께 놓이면서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의 내용뿐 아니라 이미지를 둘러싸고 보호하고 반사하는 물질까지 작업의 일부로 들어온다.

로슨의 대형 초상에서는 사람의 모습이 다시 높은 밀도로 드러난다. 최근 초상에는 깊은 그린과 모브(mauve), 옐로, 브라운이 사용되고, 인물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신체와 의복, 실내 공간도 함께 세밀하게 구성된다.

구성에는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와 가족사진 앨범의 영향이 들어 있다. 정교하게 조직된 실내와 인물, 일상의 물건을 함께 담는 회화적 구조와 개인의 삶을 축적해온 가족사진의 형식이 로슨의 대형 사진에서 만난다.

감시 스틸과 대형 초상의 차이는 해상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Edge Control’의 인물은 매장 안에서 움직이다 카메라에 기록됐다. 대형 초상의 인물은 작가와 촬영 대상의 협업 속에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한쪽에서는 상품과 집기 사이에 사람이 기록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인물이 사진의 중심을 차지한다.

로슨은 두 종류의 이미지를 같은 전시에 배치한다. 낮은 해상도로 남은 감시 스틸과 세부가 크게 확대된 초상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한 사람의 모습을 남긴다.

감시영상에서는 얼굴과 신체의 정보가 제한되고, 홀로그램에서는 형상이 고정된 한 모습으로 머물지 않는다. 대형 초상에서는 피부와 의복, 공간의 세부가 확대된다. 사진과 홀로그램이라는 서로 다른 매체가 인물을 드러내는 정보의 양과 방식을 바꾼다.

뷰티 문화는 ‘Edge Control’과 초상을 연결한다. 헤어라인을 정돈하는 제품명에서 출발한 연작과 피부·헤어·의복을 세밀하게 담은 대형 초상에는 외모를 만들고 관리하는 행위가 공통으로 자리한다. 로슨은 여기에 감시카메라와 홀로그램을 더해 외모가 기록되고 식별되는 과정까지 작업의 범위에 넣었다.

가고시안이 이번 전시에서 제시하는 인물은 하나의 방식으로 통일되지 않는다. 미국 뷰티 서플라이 매장의 감시카메라에 포착된 사람, 유리 안에서 형상이 달라지는 홀로그램,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대형 초상이 서로 다른 매체와 촬영 조건을 가진 채 한 공간에 놓인다.

‘Edge Control’은 로슨의 초상 작업에서도 촬영자의 위치를 바꾼다. 작가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인물을 촬영하는 작업과 달리 이미 다른 카메라가 기록한 사람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감시 시스템이 만든 영상을 다시 선택하고 변형하는 과정이 새로운 사진 작업으로 이어졌다.

사진의 색도 극명하게 갈린다. 감시 스틸에는 깊고 차가운 블루와 그린이 남고, 대형 초상에는 딥 그린과 모브, 옐로, 브라운이 밀도 있게 들어간다. 같은 인물을 다루는 사진이라도 촬영 목적과 매체, 색의 구조가 달라지면서 전혀 다른 인물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2023년부터 이어온 ‘Edge Control’은 감시카메라가 만든 기록을 미술관 안으로 옮기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로슨은 촬영된 사람의 신원을 보호하면서 감시영상이 가진 색과 해상도를 유지하고, 거울 프레임을 더해 사진의 물리적 조건까지 바꾼다. 새 홀로그램에서는 정체를 가리는 문학적 설정을 유리와 빛의 이미지로 확장한다.

가고시안 뉴욕 개인전은 9월 10일부터 10월 24일까지 이어진다. 미국 뷰티 매장에서 시작한 감시 스틸, 유리 홀로그램,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와 가족사진의 구조를 가져온 대형 초상이 한 전시장에 놓인다. 디아나 로슨의 초상은 이번 전시에서 직접 촬영한 인물에 머물지 않고, 이미 다른 카메라에 기록된 사람과 신원을 가리는 이미지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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