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Hertz Whales’와 ‘SCORE’ 연작, 소리와 달의 시간을 회화 구조로 옮긴 작업 행보

임하나(LIMHANA).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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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박준식기자]임하나(LIMHANA) 작가가 2026 제21회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아시아현대미술청년작가공모전’ 전시작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시는 10월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관에서 열린다. 임하나는 이보다 앞서 베니스 현지 병행전 참여와 OSTEN 비엔날레 스코페 2026 파이널리스트 진입을 확정하며 2026년 하반기 국내외 전시 일정을 이어가게 됐다.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은 청년 작가들의 시각을 통해 국내 시각예술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공모전 형식의 전시를 매년 열어왔다. 올해 심사에서는 시각적 일기와 판타지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동시대 사회 현실에 반응하는 작업, 환경과 정치, 가족과 공동체, 개인의 기억과 트라우마를 각자의 조형언어로 풀어낸 작업들이 주요 흐름으로 언급됐다. 평면 분야에서는 드로잉 기반 작업과 추상적 표현이, 입체 분야에서는 다양한 재료 운용과 조형 방식이 눈에 띄었다.

임하나의 작업도 개인의 기억과 감각을 출발점으로 삼되, 이를 회화와 설치, 음악적 구조로 옮겨가는 방식 안에서 읽힌다. ‘신진경산수화’, ‘Mind Map’, ‘Interactive Playground’, ‘Tea Therapy’, ‘SCORE’ 연작으로 이어지는 작업에는 감정의 경로, 회복의 리듬, 관람자가 머무는 시간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음악, 차, 향, 설치, 회화가 함께 들어오는 작업에서는 각각의 요소가 전시장 안에서 어떤 순서와 밀도로 전달되는지가 작품의 설득력을 좌우한다.

8월 베니스에서는 ‘VENICE PAVILION: Korean Contemporary Art 2026’이 팔라초 피사니-레베딘(Palazzo Pisani-Revedin)에서 열린다. 이 전시는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현지에서 마련되는 한국 동시대미술 병행전이다. 라 비엔날레 디 베네치아의 공식 본전시·국가관과는 별도로 진행되지만, 베니스 전역에 국제 미술 관계자와 관람객이 모이는 시기와 겹쳐 열린다.

임하나의 베니스 출품작은 ‘52-Hertz Whales: 유동(流動), Fluktuationen’이다. 작품은 52헤르츠 고래의 파동 단면을 동양 산수화의 어법으로 옮기고, 윤이상의 관현악곡 ‘Fluktuationen’에서 출발한 소리의 구조를 회화 안으로 끌어온다. 고래의 주파수, 윤이상의 음악, 산수의 선은 들리지 않는 소리와 단절의 감각을 시각적 구조로 바꾸는 장치로 놓인다.

52헤르츠 고래는 다른 존재에게 쉽게 닿지 않는 음역의 노래로 알려져 있다. 임하나는 이 주파수를 현대 사회의 소통 부재와 고립의 감각으로 가져온다. 산맥처럼 이어지는 선들은 실제 풍경의 묘사보다 파동의 단면, 시간의 퇴적, 견딘 흔적에 가깝다. 작품은 소리를 직접 재현하지 않고, 들리지 않는 주파수가 남기는 결을 회화의 선과 층위로 옮긴다.

KoN의 ‘Fractal Universe: Score: Caprice’와 임하나(LIMHANA)의 ‘신진경산수화 新眞景山水畵 Score: Sonnet 1’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oN의 ‘Fractal Universe: Score: Caprice’와 임하나(LIMHANA)의 ‘신진경산수화 新眞景山水畵 Score: Sonnet 1’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LOINM의 ‘SCORE: Caprice & Sonnet’은 임하나의 최근 작업을 읽는 또 하나의 축이다. ‘SCORE’는 우선 악보를 뜻한다. 점수라는 뜻도 제목 안에 들어 있지만, 중심에는 소리를 적고 연주의 시간을 붙잡는 악보의 질서가 놓인다. 예술과 개인을 수치로 평가하는 현대 사회의 언어는 그 뒤편에 겹쳐진다.

임하나의 ‘신진경산수화 新眞景山水畵 Score: Sonnet 1’은 신진경산수화 시리즈의 ‘열두 달’ 안에서 읽어야 한다. 작품의 중심에는 산이 아니라 달이 놓인다. ‘열두 달’은 시간의 순환, 달의 위상, 12라는 수의 구조를 함께 품는다. 소네트의 14행, ‘열두 달’의 12, 9음 음계의 열린 순환은 회화와 설치 안에서 맞물리며 작품을 하나의 시각 악보처럼 읽게 만든다.

OSTEN 비엔날레 스코페 2026 파이널리스트 진입은 해외 심사형 전시 일정으로 이어진다. OSTEN은 종이 기반 예술을 출발점으로 회화, 오브제, 설치, 섬유예술, 사진, 비디오아트, 멀티미디어아트까지 포괄하는 국제 예술 플랫폼이다. 임하나는 개인 참여 부문 파이널리스트 명단에 한국 작가로 포함됐고, 8~9월 심사 이후 9월 30일 수상 작가 발표 일정이 예정돼 있다.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베니스 병행전, OSTEN 비엔날레는 전시 성격이 각각 다르다.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은 국내 청년 작가들의 조형언어를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함께 소개하는 전시이고, 베니스 병행전은 국제 관람 환경 속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자리다. OSTEN은 국제 심사를 거치는 비엔날레다. 임하나의 2026년 일정은 국내 청년작가 공모전, 베니스 현지 전시, 해외 심사형 비엔날레가 한 해 안에 이어지는 흐름으로 정리된다.

10월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전시는 임하나의 작업이 국내 관람객과 다시 만나는 일정이다. 베니스에서 ‘52-Hertz Whales: 유동(流動), Fluktuationen’이 소개되고, 스코페에서 OSTEN 심사 절차가 진행된 뒤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소리와 달, 산수와 기보를 회화 구조로 옮겨온 임하나의 작업은 서로 다른 전시 환경을 거치며 올해 하반기 관람 반응과 평가를 차례로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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