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정보공개청구엔 ‘부존재’…시의회 감사자료엔 상세히 ‘제출’
시민축구단 관계자에 자료 요구하자, 포천시청 관련과에서 받으라 안내
‘프라이드 포천’ 구호 무색…포천시는 시민과 시의회에 같은 기준 적용해야

포천시민이 요청때는 없다고 답변하더니 김현규 포천시의원이 요청하니 제공된 자료 (자료=김현규 시의원실 제공)
포천시민이 요청때는 없다고 답변하더니 김현규 포천시의원이 요청하니 제공된 자료 (자료=김현규 시의원실 제공)

[KtN 조영식기자]  포천시가 시민의 정보공개청구에는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부존재’ 결정을 내리고, 시의원의 행정사무감사 자료 요구에는 관련 자료를 상세히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행정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같은 자료를 두고 시민에게는 ‘부존재’, 시의원에게는 ‘제공’이라는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시민들의 의문은 간단하다. 자료가 없었던 것인가, 아니면 시민에게는 제공하지 못했던 것인가.

포천시민 K씨는 최근 포천시에 포천시민축구단의 홈경기 경품권 판매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포천시는 해당 수입 내역이 축구단에 있어 시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부존재’ 처리했다. (자료1 참조)

(자료1) 포천시는 시민의 정보공개청구에 자료가 없다며 부존재 처리했다. (자료=정보공개포털에서 캡쳐)
(자료1) 포천시는 시민의 정보공개청구에 자료가 없다며 부존재 처리했다. (자료=정보공개포털에서 캡쳐)

문제는 포천시민축구단이 포천시로부터 20억 원에 가까운 보조금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단체라는 점이다. 제보자에 따르면 포천시는 보조금 정산 과정에서 축구단의 자체 수입 내역을 보고받은 바 있다.(자료 2 참조)

(자료2) 포천시는 포천시민축구단의 보조금 정산을 받으면서 후원금 수익 및 기타수익을 보고 받은 바 있다. 기타수익에 축구단의 경품권 판매내역이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포천시 제공)
(자료2) 포천시는 포천시민축구단의 보조금 정산을 받으면서 후원금 수익 및 기타수익을 보고 받은 바 있다. 기타수익에 축구단의 경품권 판매내역이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포천시 제공)

물론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축구단의 모든 자료가 자동으로 포천시의 정보공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가 해당 자료를 실제로 보유·관리하고 있었다면 부존재 결정의 적정성은 달라질 수 있다.

축구단 측의 안내도 포천시의 답변과 달랐다

K씨가 포천시민축구단에 직접 자료를 요청하자 관계자는 “필요하신 자료는 문화체육과에서 받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자료 3 참조)

(자료3) 시민이 직접 포천시민축구단에 자료 요청했으나 시민축구단 장영규 대표는 '문화체육과'에서 받으라고 안내했다. (자료=카카오톡 캡쳐)
(자료3) 시민이 직접 포천시민축구단에 자료 요청했으나 시민축구단 장영규 대표는 '문화체육과'에서 받으라고 안내했다. (자료=카카오톡 캡쳐)

문화체육과에서 자료를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안내는 포천시민축구단에서 이미 포천시에 자체수입 등에 보고가 되어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민에게는 없다더니, 시의원에게는 제출

더욱 주목되는 것은 이후의 상황이다.

최근 포천시의회 김현규 부의장이 행정사무감사 자료로 ‘포천시민축구단 홈경기 경품권 판매 내역’을 요구하자, 포천시 문화체육과는 관련 자료를 상세하게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 1 참조)

(자료1) 포천시민이 정보공개 요구할 때는 없다던 자료가 김현규 시의원이 요청하니 포천시 담당과 명의로 제출되어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자료= 김현규 시의원실 제공)
(자료1) 포천시민이 정보공개 요구할 때는 없다던 자료가 김현규 시의원이 요청하니 포천시 담당과 명의로 제출되어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자료= 김현규 시의원실 제공)

시민의 정보공개청구에는 부존재라던 자료가 시의원의 감사자료 요구에는 제출된 셈이다.

핵심은 따로 있다. 최초 정보공개 결정 당시 포천시가 해당 자료를 보유·관리하고 있었는가, 그리고 부존재 결정을 내리기 전 충분한 확인 절차를 거쳤는가 하는 점이다.

당시에도 자료를 보유·관리하고 있었고 공개를 제한할 법적 사유도 없었다면, 부존재 결정의 적정성은 엄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반대로 자료의 취득 시점이나 관리 상황에 차이가 있었다면 포천시는 그 경위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프라이드 포천’, 시민이 체감하는 행정부터 달라야

이번 일을 지켜본 시민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민 L씨는 “뭔가 숨기고 싶은 것이 있으니 내놓지 못하다가 시의원이 감사자료로 청구하니 내놓은 모양새”라며 “포천시장이 ‘프라이드 포천’을 내세우는데 무엇에 자부심을 갖는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P씨는 “시민이 요청할 때와 시의원이 요청할 때 행정의 대응이 다르게 보인다면 시민들이 어떻게 행정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시민들이 문제 삼는 것은 단순히 자료 한 건의 공개 여부가 아니다. 시민의 정당한 정보 요구에 행정이 얼마나 성실하게 응답하고, 누구에게나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느냐는 것이다.

‘프라이드 포천’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시민이 체감하는 행정에서부터 투명성과 책임성을 보여줘야 한다. 행정의 신뢰는 시민에게 무조건 믿으라고 요구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의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부존재 결정의 근거, 포천시가 밝혀야

「지방공무원법」 제48조는 공무원의 성실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제69조는 직무상 의무 위반이나 직무 태만 등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징계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이번 사안이 실제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당시 자료의 보유 여부와 확인 과정, 부존재 결정의 근거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해야 한다.

포천시는 최초 부존재 결정의 근거와 자료 확인 과정, 시의회 제출자료의 작성·취득 시점, 두 답변이 달라진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만약 업무 처리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 경위를 설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행정기관의 책임이다.

현재 K씨는 관련 자료에 대한 추가 정보공개를 청구한 상태다.

포천시가 추가 정보공개청구에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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