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엔리코 엠브롤리전과 제41회 이화조각전, 구승희의 채색화…물감의 질감과 신체의 행위, 반복되는 인물과 색채로 살펴본 서로 다른 조형 언어

[KtN 박준식기자]미국 작가 엔리코 엠브롤리(Enrico Embroli)의 회화에는 물감이 두껍게 쌓인 부분과 긁혀 나간 흔적이 공존한다. 안료가 겹친 자리에는 높낮이가 생기고, 갈라진 부분에서는 아래쪽 재료가 드러난다. 색을 입히는 행위와 물질을 쌓아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 하나의 캔버스에서 이루어진다. 2026년 5월 11일 서울 서초구 구띠갤러리에서 시작된 엠브롤리 전시는 회화의 평면을 넘어 물감과 재료가 만드는 질감, 형태와 깊이에 주목했다.

구띠갤러리에서는 같은 해 3월 53명의 조각가가 참여한 제41회 이화조각전 '겹쳐진 시간들, 지금 여기'가 열렸다. 8월에는 구승희 작가의 채색화와 혼합매체 작업이 소개됐다. 엠브롤리의 회화가 물질의 두께와 제작 흔적을 드러낸다면, 이화조각전에서는 조각의 재료와 제작 행위, 사진과 영상으로 남는 시간이 중요한 표현 요소로 등장했다. 구승희의 작업은 노란 곱슬머리 인물과 꽃, 새, 가족 등 알아볼 수 있는 형상을 통해 일상적인 감정을 다뤘다.

세 전시는 추상회화와 조각, 구상회화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 놓여 있다. 작품을 이해하는 출발점도 다르다. 엠브롤리의 작업에서는 색채와 물감의 물리적 상태를 살펴야 하고, 조각에서는 재료의 구조와 제작 과정, 공간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구승희의 채색화에서는 인물과 주변 사물의 배치를 따라가며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서로 다른 작품들이 구띠갤러리에서 소개되면서 현대미술의 폭넓은 표현 방식도 함께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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