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사업소득·부동산·상속까지 검증하는 금융범죄 예방 업무 재편…에이전틱 AI로 조사시간 30~50% 단축 추정, 최종 판단은 전문가 몫

[KtN 김상기기자]고객의 재산이 형성된 경위를 검증하는 데 최대 35시간이 걸릴 수 있다. 급여와 사업소득, 부동산 수익, 금융투자, 상속과 증여 내역을 수집하고 서로 다른 자료에 기록된 금액과 시점을 대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럽 은행들이 반복적인 자료 수집과 분석, 보고서 작성에 에이전틱 AI(Agentic AI)를 도입하면서 금융범죄 예방 업무의 처리 방식이 바뀌고 있다.

은행 직원이 직접 서류를 찾고 수치를 정리하던 업무를 AI 에이전트가 맡고, 전문가는 자료의 신뢰성과 조사 결과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기존 절차를 일부 자동화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고객확인부터 자금 출처 조사, 위험 평가, 보고서 작성까지 여러 업무를 연결하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

2025~2026년 유럽 은행들의 AI 도입 경험에서는 자금 출처 검증에 필요한 처리시간을 30~50% 줄일 수 있다는 추정이 나왔다. 고객확인(KYC)과 자금세탁방지(AML) 업무에 상당한 인력을 배치해 온 은행들로서는 조사 속도뿐 아니라 인력 운용과 내부 통제 방식까지 조정할 수 있는 변화다.

2025년 9월, 글로벌 금융시장은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2025년 9월, 글로벌 금융시장은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은행의 금융범죄 예방 업무는 고객의 신원을 확인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계좌를 개설하려는 고객이 누구인지, 어떤 경제활동을 하는지, 자산을 형성한 과정이 제출된 자료와 일치하는지 살펴본다. 거래가 시작된 뒤에는 입출금 내역과 거래 상대방, 자금 이동 경로 등을 분석해 의심스러운 움직임을 찾아야 한다.

고액 자산가나 복잡한 소득 구조를 가진 고객의 재산 형성 경위를 확인할 때는 검증 범위가 넓어진다. 급여 명세서와 세금 관련 서류, 사업체 자료, 부동산 거래 기록, 투자 수익과 상속 내역을 함께 조사해야 한다. 여러 국가에 자산이 분산돼 있거나 소득이 서로 다른 통화로 발생했다면 환율 변환과 기간별 금액 조정도 필요하다.

은행이 자금 출처를 조사하는 목적은 고객이 제출한 재산 형성 경위와 객관적인 증빙 사이의 일관성을 확인하고 금융범죄 위험을 평가하는 데 있다. 고객의 설명과 외부 자료가 일치하지 않거나 특정 기간의 소득 내역이 빠져 있다면 추가 자료를 요청하거나 별도의 검토를 진행한다.

조사 과정에는 단순한 수치 계산보다 시간이 많이 드는 업무도 포함돼 있다. 서로 다른 문서에서 동일한 소득을 찾아 대조하고, 누락된 기간의 경제활동을 확인하고, 자산 형성 과정에 관한 설명을 정리하는 작업이다. 금융범죄 예방 업무에 투입되는 인력과 시간이 늘어나는 배경이다.

맥킨지가 조사한 은행들의 고객확인과 자금세탁방지 업무에는 직원의 약 10~15%가 배치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반복적인 문서 처리와 수작업 검증이 금융범죄 예방 부문의 운영비를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급여 8시간, 사업소득 8시간…35시간을 채우는 조사 업무

재산 형성 경위 검증에 필요한 시간을 여섯 가지 소득·자산 항목으로 나눈 예시에서는 급여소득과 사업소득 확인에 각각 8시간이 배정됐다. 부동산 소득 검증에는 5시간, 투자소득과 상속·증여 내역에는 각각 4시간, 기타 소득 확인에는 6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산정됐다. 전체 조사시간은 35시간이다.

35시간은 모든 은행이나 고객에게 적용되는 평균 처리시간이 아니라 복잡한 자금 출처 검증에 필요한 수작업을 항목별로 나타낸 예시다. 다만 업무별 시간 배분을 살펴보면 자동화가 필요한 영역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급여소득을 검증하는 데 배정된 8시간 가운데 5시간은 기초자료 수집과 대조에 사용된다. 고객이 제출한 자료를 정리하고 추가 서류를 요청하며, 외부 정보와 비교하고 연도별 소득 기록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이다.

나머지 시간은 누락된 연도의 소득 추정, 재산 형성 과정의 타당성 평가, 조사 보고서 작성에 각각 1시간씩 배정됐다.

급여소득 자료 수집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관련 정보가 여러 곳에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경력과 근무기간, 회사별 급여 기록, 외부 증빙을 대조해야 하며, 동일한 소득이 다른 문서에서 중복 집계되지 않도록 검토해야 한다.

사업소득이나 부동산 수익도 마찬가지다. 사업체별 수익과 고객 개인의 소득을 구별하고, 부동산에서 발생한 소득이 재산 형성 과정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상속이나 증여로 형성된 자산에는 별도의 증빙과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

기존 은행 업무에서는 조사 담당자가 각종 자료를 수집한 뒤 직접 표를 만들고 계산 결과를 검토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문서 하나에서 발견된 오류가 다른 자료의 대조와 보고서 수정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반복 작업이 발생했다.

에이전틱 AI는 자료 수집부터 정리, 계산, 검증, 문서 작성까지 연결된 절차에 참여한다. 사람이 개별 프로그램에 명령을 입력해 결과를 받는 방식과 달리,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AI 에이전트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도록 구성할 수 있다.

한국 금융의 현실: 빠른 기술, 느린 혁신.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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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수집부터 보고서까지…AI가 나눠 맡는 네 단계

유럽 은행에서 설계한 자금 출처 검증 절차는 고객의 경력 정보 정리, 소득자료 추출, 통화 변환과 누락 기간의 소득 계산, 보고서 작성으로 이어진다.

고객의 경력과 경제활동 이력을 정리하는 단계에서는 은행의 고객 담당자가 제공한 정보와 관련 문서를 바탕으로 기초자료를 구성한다. AI 에이전트는 문서에 흩어진 경력 정보를 모으고 출처별 기록을 통합해 검토에 필요한 자료를 정리한다.

소득자료 추출 단계에서는 다양한 문서에 포함된 급여와 사업소득, 기타 수익 정보를 수집한다. 서로 다른 출처에서 얻은 자료를 비교하고 동일한 소득에 관한 기록을 통합한다. 수치가 일치하지 않거나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항목은 후속 검토 대상이 된다.

환율 변환과 소득 계산에는 기존의 규칙 기반 시스템도 활용된다. 통화 단위를 바꾸거나 누락된 기간의 소득을 일정한 계산 방식에 따라 추정하는 작업은 결과를 반복해서 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배정한다.

반면 형식이 일정하지 않은 문서에서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거나 서로 충돌하는 증거를 분석하고 고객의 재산 형성 경위를 서술하는 업무에는 AI 에이전트가 활용된다.

모든 작업을 생성형 AI에 맡기지 않는 설계다. 계산 결과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산출돼야 하는 업무에는 기존 자동화 기술을 사용하고, 자료 해석과 서술이 필요한 업무에 AI의 추론 기능을 배치한다.

최종 보고서 작성 단계에서는 수집된 소득과 자산 정보를 통합하고, 조사 결과를 은행이 정한 양식에 맞춰 문서화한다. 고객의 경력과 소득을 정리한 표, 관련 계산 결과, 재산 형성 경위에 관한 설명이 보고서에 포함된다.

조사 담당자는 작업 중 정해진 검토 단계에서 자료의 완전성과 일관성을 확인한다. AI가 작성한 보고서 역시 증빙과 비교해 사실관계, 계산 결과, 설명의 타당성을 검토한다.

해당 업무 구조를 적용한 자금 출처 평가에서는 전체 처리시간을 약 30~50% 단축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자료 수집과 대조, 보고서 작성에서 반복 작업을 줄이는 효과가 반영된 수치다.

금융범죄 예방 업무에서 달라지는 전문가의 역할

은행에서 자금 출처를 검증하는 업무에는 많은 경험과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고객이 제출한 서류의 진위를 살피고, 소득과 자산의 관계를 검토하며, 경제활동 이력이 재산 형성 과정과 부합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AI가 관련 문서를 수집하고 기초 분석을 수행하면 담당자는 조사 결과를 검증하는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배분할 수 있다. 누락된 자료와 서로 다른 증빙 사이의 불일치를 확인하고 추가 설명이 필요한 항목을 판단하는 역할이다.

유럽 은행의 한 자금 출처 검증 시스템은 약 60개 세부 작업을 AI 처리 절차로 구성했다. AI의 작업 실행에는 15~30분이 걸리도록 설계됐으며, 인간의 검토는 세 차례 배치됐다. 해당 시간은 AI 처리 구간에 관한 수치로, 고객 자료 확보와 사람의 검토까지 포함한 전체 조사시간과는 구분된다.

담당자는 먼저 고객의 경력과 근무기간이 완전하고 일관되게 정리됐는지 확인한다. 이후 외부 자료로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 소득과 자산 내역을 중심으로 재산 형성 경위의 타당성을 살핀다. 마지막으로 보고서의 사실관계와 수치를 검증한다.

AI가 생성한 설명이 자연스럽더라도 실제 증거와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기업의 존재 여부나 업종처럼 객관적인 확인이 가능한 정보와 달리, 고객의 경제활동이 합리적인지 또는 재산 형성 경위에 모순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업무는 해석의 비중이 크다.

고객과 관련된 부정적인 언론 보도를 조사할 때도 동명이인이나 유사한 기업명을 혼동할 수 있다. 외부 정보에서 발견한 인물과 실제 고객이 동일한 사람인지 판단하는 과정에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금융범죄 예방 업무에서 AI의 판단 오류는 고객의 위험 등급과 추가 조사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은행들이 AI의 분석 결과에 대한 검증 절차를 유지하고, 증거가 불충분한 판단을 별도로 검토하도록 설계하는 이유다.

미디어 산업, 권력의 이동.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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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보다 복잡한 은행의 업무 재편

AI를 도입한 은행들은 기존 조사 절차에 자동화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업무 전체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고객확인 절차 가운데 고객 실사(Due Diligence)는 평균 처리시간의 약 30%를 차지한다. 실사 업무 안에서도 일부 세부 절차에 전체 작업량의 절반 이상이 집중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들은 소요시간이 긴 업무를 세분화한 뒤 각각의 기능을 규칙 기반 시스템, AI 에이전트, 인간 전문가에게 나눠 배정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자료 수집과 계산, 증빙 비교, 서술형 판단을 하나의 작업으로 묶어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처리하던 구조와 차이가 있다.

AI 에이전트의 구성도 은행마다 다르다. 고객확인 업무의 여러 질문을 하나의 범용 AI 에이전트가 처리하도록 설계한 은행이 있는 반면, 문서 추출과 자료 통합, 계산, 보고서 작성을 서로 다른 에이전트에 맡긴 은행도 있다. 일부 은행은 조사와 별도로 AI 결과를 검증하는 기능을 배치했다.

AI가 몇 개 투입됐는지보다 각 업무의 성격에 맞게 자동화와 인간의 판단을 배분하는 설계가 중요해지고 있다.

김난도 교수 연구진이 2026년 9월 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27'에서 제시한 '바이브 워킹(Seamless AI Integration: Vibe Working)'도 AI와 사람이 연결되는 업무 구조의 변화를 다룬다. 개별 직원이 AI 도구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사람과 AI, 업무 절차가 끊김 없이 이어지도록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재설계하는 흐름이다.

유럽 은행의 금융범죄 예방 업무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다. AI를 기존 조사 절차에 덧붙이는 방식보다 자료 수집부터 최종 검증까지 업무 전체를 분해해 재구성하는 방식에서 생산성 개선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 업무는 생성형 AI가 작성한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야다. 고객의 재산과 거래정보, 개인정보를 다루는 데다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검증이나 내부 보고가 이루어질 수 있다. 업무 처리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금융범죄를 예방하는 통제 기능도 유지해야 한다.

AI의 분석 능력이 높아지더라도 자금 출처에 관한 증거를 확인하고 최종 결과를 승인하는 절차는 남는다. 금융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역량 역시 모든 문서를 직접 처리하는 능력에서 자료의 신뢰성을 판단하고 복잡한 위험을 평가하는 전문성으로 넓어지고 있다.

조사시간 30~50% 단축 추정…실제 운영까지는 조직 변화 필요

유럽 은행의 에이전틱 AI 구축 프로젝트에서는 플랫폼 개발에 통상 약 10주가 걸렸으며, 첫 번째 업무를 실제 운영 환경에 적용하기까지 4~6개월이 소요됐다. 초기 사용 가능한 결과물은 개발 시작 후 수주 안에 나왔지만, 실제 운영에는 업무 절차와 직원의 역할을 조정하는 과정이 뒤따랐다.

AI를 도입한 은행이 모두 동일한 속도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아니다. 첫 번째 업무의 자동화에 머무른 은행들이 있는 반면, 구축된 기술과 검증 체계를 다른 고객확인 및 금융범죄 예방 업무에도 활용하기 시작한 은행들이 있다.

2025~2026년 유럽 은행들의 도입 경험에서는 금융범죄 예방 분야의 생산성이 기존 대비 약 두 배 수준으로 개선된 프로젝트도 관찰됐다. 다만 여러 AI 에이전트가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소수의 전문가가 전체 운영을 감독하는 최상위 자동화 단계는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자금 출처 검증은 소득과 자산의 숫자를 맞추는 일에서 끝나지 않는다. 고객의 경제활동과 재산 형성 경위를 설명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고, 상충하는 기록을 검토하며, 금융범죄 위험을 평가하는 절차가 이어진다.

유럽 은행들이 구축한 AI 조사 시스템은 급여와 사업소득, 부동산, 투자, 상속·증여 자료를 수집하고 대조하는 반복 업무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30~50%의 처리시간 단축 가능성이 제시된 가운데 조사 보고서의 사실관계와 최종 판단은 여전히 금융 전문가의 검증을 거치도록 설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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