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공개 이틀간 1억4700만 달러 거래에도 시위 우려로 폐막 앞당겨…폭력과 시민의 항의권, 미술시장 안전과 프랑스 문화의 미래

[KtN 박준식기자]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Grand Palais)에서 열린 세계적인 아트페어 '아트바젤 파리(Art Basel Paris)'가 예정된 폐막일보다 이틀 먼저 문을 닫았다. 10월 23일 오후 7시를 끝으로 행사를 종료하면서 24일과 25일 일반 관람객을 맞이할 수 없게 됐다. 파리 전역에 예고된 대규모 시위와 폭력 사태에 대한 우려가 이유였다. 세계 정상급 갤러리 211곳이 참가한 국제 미술행사가 실제 행사장 공격이 발생하기도 전에 안전을 이유로 중단된 것이다.

행사 초반의 거래 실적은 오히려 활발했다. VIP 공개 첫 이틀 동안 300점 이상의 작품이 팔렸고, 갤러리들이 보고한 판매액은 약 1억4700만 달러에 달했다. 수백만 달러짜리 작품이 거래되는 그랑팔레 내부와 경찰이 대규모 시위에 대비하던 파리 시내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17일 시위 이후 폭력과 약탈이 발생했던 도시에서 미술시장은 정상적인 거래를 이어갔지만, 국제 아트페어의 운영까지 지켜낼 수는 없었다.

파리 알렉상드르 3세 다리 너머로 아트바젤 파리가 개최되는 그랑팔레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Aliva Sahoo/Wikimedia Commons
파리 알렉상드르 3세 다리 너머로 아트바젤 파리가 개최되는 그랑팔레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Aliva Sahoo/Wikimedia Commons

아트바젤 파리는 10월 20일 특별 사전 공개를 시작으로 주요 수집가와 미술관 관계자들을 맞았다. 21일 VIP 공개 행사에서도 고가 작품의 거래가 이어졌다. 화이트큐브(White Cube)는 줄리 메레투(Julie Mehretu)의 회화 두 점을 각각 785만 달러에 판매했다. 페이스(Pace)는 장 뒤뷔페(Jean Dubuffet)의 회화를 500만 달러 이상에 거래했으며, 가고시안(Gagosian)은 빌럼 데 쿠닝(Willem de Kooning)의 후기 회화를 1000만 달러 이상에 판매했다고 밝혔다.

하우저앤워스(Hauser & Wirth)에서도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와 게오르크 바젤리츠(Georg Baselitz)의 회화가 각각 약 1000만 달러에 거래됐다. 글래드스톤(Gladstone Gallery)은 빅터 만(Victor Man)의 회화를 130만 달러, 세실리 브라운(Cecily Brown)의 회화를 150만 달러에 판매했다. 국제 미술시장의 주요 작가와 대형 갤러리가 파리에서 여전히 상당한 구매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거래였다.

반면 그랑팔레 밖에서는 프랑스 정부의 교육정책과 생활비 상승, 공공서비스 악화, 부의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고 있었다. 학교 인력 부족과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던 학생들의 움직임은 노동계와 시민들의 시위로 이어졌다. 10월 17일 전국적으로 벌어진 시위에는 프랑스 내무부 집계 기준 약 55만 명이 참여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 이후 폭력과 약탈, 상점 파손이 발생했다.

시위 참가자들의 요구에는 학교 인력 충원과 교육시설 개선, 주거비 부담 완화, 생활비 상승에 대한 대책 등이 포함됐다. 시민들이 정부에 교육과 공공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는 일은 민주사회에서 보장되는 정치적 표현이다. 그러나 시위 현장에서 벌어진 폭력과 약탈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재산을 파괴하고 공공시설과 민간 사업장의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까지 정당한 시민적 항의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10월 22일 오후 아트바젤 파리 조직위원회는 주말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 행사장 주변에서 시위대의 집결이 예고됐고, 주최 측은 방문객과 출품 갤러리, 직원, 작품의 안전을 고려해 조기 폐장을 선택했다. 일부 갤러리는 공식 발표에 앞서 고가 작품을 철수할 준비를 시작했다.

아트바젤 파리의 운영 중단은 단순한 행사 일정 변경과 다르다. 국제 미술행사는 작품의 전시뿐 아니라 수집가와 갤러리의 상담, 미술관 관계자의 방문, 작품 운송과 보험, 일반 관람객의 입장까지 복잡한 운영체계에 의존한다.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작품을 전시장에 들여놓는 순간부터 안전과 계약 이행은 행사의 기본 조건이 된다.

그랑팔레에서는 4500만 달러의 가격이 붙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마리 테레즈 발테르(Marie-Thérèse Walter) 초상화가 출품됐다. 페이스 디 도나 슈레이더(Pace Di Donna Schrader)는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의 1917년 누드화 '누워 있는 누드(로로트·Nu étendu (Lolotte))'를 1억 달러가 넘는 가격에 선보였다. 갤러리 관계자들이 작품의 안전을 우려한 것은 전시장의 구조와 이동 동선, 작품의 높은 가격을 고려하면 현실적인 판단이었다.

대규모 시위가 예고된 상황에서 고가 작품과 전시 인력을 보호하기 위해 폐장을 선택한 결정 자체를 무책임하다고 비판하기는 어렵다. 미술품은 한번 훼손되면 보험금 지급만으로 원래의 상태를 회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작품 운송과 보관에도 전문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 공격이 발생한 뒤 대응하는 방식은 수많은 출품작과 관람객을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행사가 폭력 사태의 가능성만으로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은 프랑스의 문화적 신뢰와 관련된 문제를 남겼다. 세계적인 미술관과 박물관을 보유하고 국제 미술시장의 중심지로 성장한 파리에서 가장 중요한 아트페어 가운데 하나가 안전을 보장받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2026년 10월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시민들이 교육환경 개선과 생활비 부담 완화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Jules/Wikimedia Commons
2026년 10월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시민들이 교육환경 개선과 생활비 부담 완화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Jules/Wikimedia Commons

10월 24일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시위에는 내무부 집계 기준 약 41만 명이 참가했다. 파리에서는 약 11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노동조합 측의 전국 참가자 추산은 약 80만 명으로 정부 집계와 차이가 있었다. 파리의 행진은 대체로 평화롭게 시작됐지만, 종료 무렵 일부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 등을 사용했다.

프랑스 당국은 약 7만 명의 경찰과 헌병을 배치해 전주에 발생했던 대규모 약탈과 시설 파손의 재발을 막으려 했다. 주요 시위 경로도 파리 중심부에서 떨어진 지역으로 조정됐다. 24일의 폭력 사태는 17일과 같은 수준의 광범위한 약탈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미술관과 아트페어의 조기 폐장 결정은 이미 내려진 상태였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과 오르세미술관, 오랑주리미술관, 피카소미술관 등 주요 문화시설도 24일 예방 차원에서 관람객을 받지 않았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일부 시설을 폐쇄했고, 파리국립오페라극장도 공연과 방문 프로그램을 취소했다. 루이비통재단과 피노 컬렉션을 전시하는 부르스 드 코메르스 등 민간 문화시설도 운영 중단에 동참했다.

프랑스의 정치적 갈등이 미술관과 공연장, 국제 아트페어의 운영까지 제약한 것이다. 문화시설이 안전을 위해 문을 닫는 동안 관람권을 구입한 시민과 여행객, 공연 제작자, 전시 관계자, 지역 상권이 영향을 받았다. 시위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문화예술 종사자와 일반 관람객에게도 사회적 갈등의 비용이 돌아갔다.

문화예술을 국가의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해 온 프랑스에서 예술을 향유할 시민의 권리와 정치적 항의의 권리가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문화시설을 직접 공격한 시위 참가자와 평화적으로 행진한 시민을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되지만, 폭력이 반복되면서 문화기관들이 정상 운영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 역시 가볍게 넘길 수 없다.

프랑스 사회에서 시위는 정치적 의사를 전달하는 오랜 수단이다. 노동권과 교육, 연금, 생활비 등 주요 정책을 둘러싼 집단행동은 프랑스 현대 정치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왔다.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시위 자체를 부정하거나 시민의식의 결여로 규정하는 것은 프랑스 민주주의의 역사와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비판의 대상은 평화적인 시위가 아니라 폭력과 약탈을 용인하거나 정당화하는 행위, 그리고 시민의 항의권을 보장하면서도 공공의 안전과 문화시설의 운영을 유지하지 못하는 제도적 대응이다. 시민의 요구가 정당하더라도 타인의 안전과 재산을 침해하는 행위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국가 역시 일부 참가자의 폭력을 이유로 평화적인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

예술과 문화를 대하는 시민의식도 미술관과 전시장의 수에만 비례하지 않는다. 문화시설을 존중하고 다른 시민의 접근권을 보호하는 태도, 갈등이 발생했을 때 폭력 없이 의사를 표현하는 규범, 공공기관의 안전을 유지하는 행정 능력까지 포함한다. 예술을 국가적 자부심으로 내세우면서 정작 문화시설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지키지 못한다면 문화강국이라는 명성도 현실과 거리를 갖게 된다.

아트바젤 파리의 조기 폐장은 미술시장 내부의 격차까지 드러냈다. 세계적인 대형 갤러리들은 대부분의 고가 거래를 VIP 공개 기간에 마쳤다.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는 갤러리 매출의 약 80%가 행사 첫 이틀에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수집가와 오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대형 갤러리들은 행사 종료 이후에도 작품을 거래할 수 있는 별도의 경로를 확보하고 있다.

신진 갤러리와 중소 갤러리의 사정은 달랐다. 평일에 방문하기 어려운 일반 수집가와 지역 방문객을 주말에 만날 계획이었던 갤러리들은 두 차례의 공개 일정을 잃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작품을 판매하거나 새로운 수집가와 관계를 맺어야 하는 갤러리에는 일반 관람일이 중요한 기회다.

프랑스 갤러리 업계에서는 행사 운영비조차 회수하지 못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일부 출품 갤러리는 수만 유로 이상의 참가비와 작품 운송비, 설치비, 직원 체류비를 부담한다. 대형 갤러리에는 연간 여러 국제 아트페어 가운데 하나일 수 있지만, 소규모 갤러리에는 한 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좌우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프랑스 미술상협회(CPGA)의 필리프 샤르팡티에(Philippe Charpentier) 회장은 폐장 결정을 앞두고 업계와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 유감을 나타냈다. 협회는 24일의 예방적 폐장에는 동의했지만 25일 일요일까지 행사장을 폐쇄한 결정에는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폐장에 따른 보상 여부도 논의 대상으로 남았다.

일요일인 25일에는 파리의 여러 미술관이 다시 문을 열었지만 아트바젤 파리는 재개장하지 않았다. 주말 전체를 폐쇄하기로 한 결정을 유지하면서 갤러리들은 하루 더 관람객을 맞이할 기회를 잃었다. 개별 갤러리의 손실 규모와 보상 조건은 아직 일률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행사를 주최한 아트바젤은 조기 종료 이후 온라인 플랫폼 '아트바젤 파리 앙코르(Art Basel Paris – Encore)'를 마련했다. 참가 갤러리들이 출품한 1700점 이상의 작품을 온라인에서 살펴보고 갤러리와 연결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그러나 온라인 전시가 현장에서 작품을 살펴보고 갤러리 관계자와 상담하는 경험을 그대로 대체하기는 어렵다.

프랑스 미술시장의 구조적인 격차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5년 프랑스 미술시장 거래액은 약 45억 달러로 세계 미술시장 전체의 8%를 차지했다. 미국과 영국, 중국에 이어 세계 4위이며, 유럽연합 미술시장 거래액의 절반 이상이 프랑스에서 발생했다. 파리는 국제 갤러리와 경매회사, 미술관, 문화재단, 주요 수집가들이 모이는 도시다.

파리 그랑팔레의 철골과 유리 지붕 구조. 그랑팔레는 2026년 아트바젤 파리의 개최 장소로, 이번 행사에서 안전 문제로 조기 폐장했다. 사진=Rémi Mathis/Wikimedia Commons
파리 그랑팔레의 철골과 유리 지붕 구조. 그랑팔레는 2026년 아트바젤 파리의 개최 장소로, 이번 행사에서 안전 문제로 조기 폐장했다. 사진=Rémi Mathis/Wikimedia Commons

아트바젤 파리 역시 이러한 기반 위에서 성장했다. 올해 행사에는 41개 국가와 지역에서 211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갤러리는 64곳이었다. 2025년 방문객은 7만3000명을 넘었고, 올해 일반 입장권 가격은 47유로로 책정됐다. 박물관과 미술관, 고급 호텔, 레스토랑, 패션 산업이 밀집한 파리의 문화적 환경은 다른 도시의 아트페어와 비교할 때 중요한 경쟁 조건이다.

그랑팔레의 거대한 유리 지붕 아래에서는 세계적인 수집가들이 수천만 달러짜리 미술품을 검토하고, 몇 거리 밖에서는 교육환경과 생활비 문제를 둘러싼 시민들의 분노가 이어졌다. 고가 미술시장의 호황과 시민들의 경제적 불안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습이다.

고가 미술품의 거래를 사회적 불평등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 개인 수집가의 미술품 구매와 교육예산, 생활비 문제는 서로 다른 경제적·정책적 구조에 속한다. 그러나 미술시장 내부의 자산 집중과 중소 갤러리의 취약성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실은 문화산업이 부의 불평등과 완전히 분리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번 조기 폐장으로 가장 먼저 보호된 대상은 고가 미술품과 행사장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반면 주말 관람객을 기다리던 갤러리와 일반 시민은 행사에 접근할 기회를 잃었다. 작품 가격이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갤러리와 수천 유로짜리 작품을 판매하는 신진 갤러리가 같은 안전 위협에 직면했지만, 영업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은 달랐다.

파리의 미술품 경매시장에서는 시위로 인한 불안 속에서도 대규모 거래가 이어졌다. 10월 22일 소더비 파리에서는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1924~1925년 작품 '아이리스(Iris)'가 5620만 달러에 낙찰됐다. 여섯 명의 응찰자가 약 45분 동안 경쟁했으며, 최종 낙찰가는 최저 추정가의 두 배를 넘었다. 소더비는 프랑스에서 열린 미술품 경매 가운데 최고 낙찰가 기록이라고 밝혔다.

같은 주간에 주요 미술관과 아트페어는 안전을 이유로 운영을 중단했다. 고가 미술품의 거래가 유지되는 것과 문화시설이 일반 시민에게 개방되는 것은 서로 다른 조건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다. 프랑스 미술시장의 자금력은 일부 거래에서 확인됐지만, 시민이 전시를 관람하고 갤러리가 새로운 고객을 만나는 일상적인 문화활동은 정치적 불안에 영향을 받았다.

아트바젤 파리의 조기 폐장이 프랑스 미술시장의 국제적 위상을 즉시 무너뜨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파리는 여전히 세계적인 미술관과 문화유산, 국제 갤러리, 경매회사, 수집가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행사 초반의 거래 실적과 모네 작품의 고가 낙찰도 국제 미술자본이 파리를 떠났다는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수집가와 갤러리가 장기적으로 도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는 작품의 거래 가능성뿐 아니라 안전과 예측 가능성도 중요하다. 국제 미술품은 전시와 보관, 운송, 보험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반복적인 폭력 사태로 행사 취소나 일정 변경 가능성이 커진다면 작품을 어디에 전시하고 거래할지 결정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아트바젤은 바젤과 마이애미비치, 홍콩, 파리 등 여러 도시에서 행사를 운영한다. 각 지역은 서로 다른 수집가와 갤러리, 문화시설을 기반으로 국제 미술시장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파리의 문화적 자산이 풍부하더라도 안전과 운영 신뢰가 지속적으로 흔들린다면 갤러리들은 출품 작품의 규모와 보험, 운송 및 현장 인력 배치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

프랑스의 예술적 미래를 판단할 때 시민의 항의와 문화적 성숙도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시민의식이 낮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시민들이 교육과 공공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는 일은 프랑스가 지켜온 정치적 자유에 속한다.

다만 정당한 항의가 폭력과 약탈로 변질되고, 시민들이 누려야 할 문화시설이 반복적으로 문을 닫아야 한다면 문화적 성숙도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시위의 자유는 문화예술을 향유할 다른 시민의 권리와 공존해야 한다. 민주적 권리의 행사와 타인의 안전을 침해하는 행동 사이의 경계가 무너질수록 시민의 요구 자체도 설득력을 잃게 된다.

프랑스 정부와 문화기관에도 책임이 있다. 사회적 불만을 줄일 수 있는 정책적 대응과 집회 과정의 안전 관리, 문화시설 보호는 각각 다른 영역에서 필요한 조치다. 경찰력을 늘리는 것만으로 교육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시민의 정당한 요구가 존재한다고 해서 예술품과 문화시설의 안전을 뒤로 미룰 수도 없다.

아트바젤 파리는 23일 폐장 후 24일과 25일 다시 문을 열지 않았다. 일부 대형 갤러리는 이미 주요 작품을 판매하거나 철수했고, 주말 거래를 기다렸던 중소 갤러리들은 판매 기회를 잃었다. 프랑스 갤러리 업계에서는 폐장 결정에 대한 협의 부족과 보상 문제가 제기됐으며, 주최 측은 온라인 전시 플랫폼으로 남은 출품작을 소개하고 있다.

파리의 미술시장은 여전히 막대한 거래 규모와 문화적 자산을 갖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아트페어가 폭력 사태의 우려로 이틀 먼저 막을 내린 사실은 국제 미술시장과 일반 시민 모두에게 다른 기억으로 남게 됐다. 프랑스가 축적해 온 예술적 명성과 문화적 영향력은 미술관의 소장품이나 경매 낙찰가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시민이 안전하게 미술관을 찾고, 갤러리가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작품을 거래하며, 정치적 갈등 속에서도 문화시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함께 유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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