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현대미술청년작가 선정전 참여…은빛 원형 회화와 나뭇가지, 검은 천으로 풀어낸 감정과 사유의 흐름

임하나(LIMHANA).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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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박준식기자]임하나(LIMHANA) 작가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2026 제21회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아시아현대미술청년작가 선정전에 참여해 회화와 설치를 결합한 작품을 선보였다. 10월 21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전시에서 임하나는 ‘Replenish’를 중심으로 ‘생각의 나무’, ‘보이고 싶지 않은, 보일 수밖에 없는’을 연결하며 기억과 감정, 관계의 흔적을 공간적으로 풀어냈다.

올해 아시아현대미술청년작가공모전에서는 임하나를 비롯한 61명이 전시작가로 선정됐다. 출품작들은 환경과 사회적 현실, 가족과 공동체, 개인의 기억과 트라우마 등 동시대의 다양한 문제를 다뤘다. 드로잉을 바탕으로 한 추상회화부터 여러 재료를 결합한 입체 작업까지 청년 작가들의 조형적 접근도 폭넓게 나타났다.

임하나는 원형 회화와 오래된 의자, 나뭇가지, 검은 천을 한 공간에 배치해 소모와 회복, 기억과 사유의 관계를 구성했다. 익숙한 사물들이 본래의 기능에서 벗어나 감정을 담는 조형 요소로 바뀌고, 서로 다른 재료의 질감과 형태가 공간 전체에 리듬을 만든다.

임하나 작가의 ‘Replenish’ 관련 설치 구성. 은빛의 원형 회화와 나뭇가지가 결합된 의자, 검은 천과 부유하는 오브제가 기억과 회복의 서사를 형성한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임하나 작가의 ‘Replenish’ 관련 설치 구성. 은빛의 원형 회화와 나뭇가지가 결합된 의자, 검은 천과 부유하는 오브제가 기억과 회복의 서사를 형성한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plenish’의 원형 회화에는 검은 바탕과 은빛 마티에르가 함께 놓인다. 원의 윗부분을 채운 어두운 색 아래로 은빛 물질이 층층이 쌓이면서 불규칙한 경계를 형성한다. 매끄러운 원형의 윤곽과 내부의 거친 질감이 대비를 이루고, 은빛이 검은 영역으로 번져가는 형태에서 물결과 퇴적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검정에는 모든 색을 품는 관용과 포용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은빛 마티에르는 소진된 에너지가 서서히 차오르며 균형을 되찾는 과정을 나타낸다. 두 색이 만나는 경계에는 크고 작은 굴곡이 이어지고, 물질이 쌓인 자리에 따라 명암과 질감도 달라진다.

은빛 물질의 밀도는 원의 아래쪽에서 두드러진다. 아래에서 위로 이어지는 불규칙한 흔적은 정서적 회복이 시간의 축적과 함께 이루어지는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은 충만함을 하나의 완성된 상태로 제시하기보다 물질이 쌓이고 변화하는 형태 안에 담았다.

원형 회화 아래에는 오래된 의자와 실제 나뭇가지를 결합한 ‘생각의 나무’가 놓인다. 의자 양옆으로 뻗어 나온 가지들은 가느다란 선을 이루며 위쪽으로 확장되고, 벽에 드리운 그림자는 가지의 움직임을 공간 전체로 넓힌다.

나뭇가지는 잘려 나간 순간 생물학적 성장을 멈추지만, 작품에서는 계속 뻗어나가는 형태로 남는다. 임하나는 재료의 이러한 특성을 기억과 사유의 지속성에 연결했다. 오래된 의자에는 지나온 시간이, 사방으로 퍼지는 가지에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의 흐름이 담긴다.

의자의 등받이와 팔걸이는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고, 가지들은 자유롭게 방향을 바꾼다. 고정된 구조와 확장하는 선이 함께 놓이면서 정지된 사물 안에 움직임이 생긴다. 의자는 일상의 가구에서 기억과 존재를 떠올리게 하는 조형물로 바뀐다.

‘보이고 싶지 않은, 보일 수밖에 없는’에서는 직물의 물성이 감정의 표현으로 이어진다. 빛을 차단하는 암막천과 얇고 투명한 오간자를 사용해 감추려는 마음과 드러나는 감정 사이의 긴장을 다뤘다.

바닥을 넓게 덮은 검은 천에는 굵고 깊은 주름이 반복된다. 천이 겹쳐지는 부분에서는 어둠이 짙어지고, 굴곡이 솟아오른 부분에는 빛이 닿아 서로 다른 질감을 만든다. 길게 이어지는 드레이프(drape)는 감정이 시간과 관계 속에서 축적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오간자의 투명함은 암막천의 두터운 질감과 대비를 이룬다. 빛을 차단하는 재료와 통과시키는 재료가 함께 사용되면서 감정의 은폐와 노출이라는 두 상태가 공간 안에 공존한다. 서로 다른 직물의 물성이 인간관계에서 경험하는 심리적 긴장과 연결된다.

원형 회화 주변에 배치된 깃털과 새장 형태의 금속 오브제도 공간 구성에 참여한다. 공중에 매달린 가벼운 물체들은 바닥의 검은 천과 대비를 이루고, 나뭇가지의 그림자는 벽으로 번진다. 원형 회화와 의자, 직물, 오브제가 서로 다른 높이와 방향에 놓이면서 관람자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임하나는 회화와 오브제를 하나의 악보처럼 연결하는 방식을 작업에 적용해왔다. 큰 주제에서 파생되는 서사들이 서로 연결되고 수집되는 구조다. 원형 회화의 반복되는 질감, 가지의 방향, 천의 주름, 공중에 매달린 오브제의 간격은 음악에서 음과 쉼표가 배열되는 방식처럼 시각적 리듬을 형성한다.

KoN의 ‘Fractal Universe: Score: Caprice’와 임하나(LIMHANA)의 ‘신진경산수화 新眞景山水畵 Score: Sonnet 1’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oN의 ‘Fractal Universe: Score: Caprice’와 임하나(LIMHANA)의 ‘신진경산수화 新眞景山水畵 Score: Sonnet 1’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LOINM의 ‘SCORE: Caprice & Sonnet’에서 다뤄온 기보의 개념도 이러한 공간 구성과 연결된다. ‘SCORE’는 악보를 중심으로 소리와 시간의 흐름을 회화에 기록하는 작업이다. 점수라는 중의적 의미도 담겨 있지만, 소리를 기록하는 독자적인 방식이 작품의 바탕을 이룬다.

‘Replenish’의 원형 회화는 감정이 차오르는 움직임을 담고, ‘생각의 나무’는 기억과 사유가 확장하는 형태를 만든다. 검은 천과 오간자는 감정의 무게와 드러남을 직물의 질감으로 옮긴다. 서로 다른 조형 요소가 한 공간에 놓이면서 회복이라는 주제도 색과 선, 사물과 직물의 관계를 통해 구체화된다.

임하나는 올해 루마니아 ‘Bucharest miniCOLLAGE Biennale’, 스페인 ‘IX International Mini Print Cantabria’, 북마케도니아 ‘OSTEN 비엔날레 스코페 2026’, 페루 비엔날레 본전시 선정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종이 기반 회화와 파동 이미지, 설치와 기보의 구조를 여러 전시 형식으로 이어온 작업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보다 입체적인 구성으로 소개됐다.

11월 3일부터 13일까지는 서울 마포아트센터 갤러리 맥에서 KLOINM의 전시 ‘Kintsugi: Existential Frontality(킨츠기: 실존적 정면성)’가 열린다. 2026 마포문화재단 지역예술가 전시공간 지원사업으로 마련된 전시다. 사진=포스터
11월 3일부터 13일까지는 서울 마포아트센터 갤러리 맥에서 KLOINM의 전시 ‘Kintsugi: Existential Frontality(킨츠기: 실존적 정면성)’가 열린다. 2026 마포문화재단 지역예술가 전시공간 지원사업으로 마련된 전시다. 사진=포스터

11월 3일부터 13일까지는 서울 마포아트센터 갤러리 맥에서 KLOINM의 전시 ‘Kintsugi: Existential Frontality(킨츠기: 실존적 정면성)’가 열린다. 2026 마포문화재단 지역예술가 전시공간 지원사업으로 마련된 전시다.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에서 선보인 ‘Replenish’는 은빛 원형 회화와 오래된 의자, 나뭇가지, 검은 직물을 통해 감정의 회복과 기억의 지속성을 다뤘다. 바닥에 쌓인 천의 주름에서 위로 뻗어 나가는 가지, 원형 회화의 은빛 물질로 이어지는 구성에는 소모된 감정이 다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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